툰크 폐업에서 보는 소비 문화의 변화(18.08.11)

in #kr6 years ago

얼마 전 다른 분께서도 포스팅을 해주셨지만 우리 나라 오프라인 만화 도매처 중 가장 유명한 두 업체 중 한 곳인 '툰크'가 경영난으로 폐업을 했습니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현 정부와 여당의 도서정가제를 그 이유로 비난하는 상황인데 사실 호흡기로 겨우 연명하던 업체를 폐업으로 내몬 것은 도서정가제가 결정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이것이 100% 도서정가제 탓이라고 만은 할 수 없습니다.
이미 출판 도서 시장의 불황은 만화왕국 일본의 위상조차 흔들릴 정도로 큰 변화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소비에서 경험으로 , 물건이 팔리지 않는 시대

일본은 만화왕국으로 불렸습니다. 물론 지금도 유효한 말이지만 그 위상이 예전과 같지는 않습니다.
출퇴근 길에 신간 만화 잡지를 사서 읽는 것이 일본 지하철의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이제는 상당수 많은 잡지들이 이미 폐간했거나 폐간의 위기 속에 겨우 버티는 중입니다.

특히 도서 시장의 마지막 보루라 여겨지던 단행본 시장마저 붕괴하면서 일본 출판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입니다.

이젠 만화책도 안 팔린다…日 출판업계 '비상'

결국 일본 정부는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 불법 공유 사이트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접속 차단에 들어가게 됩니다.
신간 잡지가 미처 서점에 배포되기도 전에 스캔되어서 공유 사이트에 올라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잡지와 단행본 판매가 예전 수준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이런 공유 사이트가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겠죠.
일본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불법 공유 사이트가 신간 판매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 완결 도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돈을 주고 소비한다 라는 인식을 바꾸게 만든다는데 있습니다.
어디서든 인터넷만 있으면 사이트에 접속해서 만화를 볼 수 있다는 편리함은 출판 만화가 결코 따라 올 수 없는 점입니다.

물론 정식으로 유통되는 전자책 시장도 점점 규모가 커지는 상태이나 이러한 불황을 고려하면 실물 도서 시장에서 전자책 시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소비 감소가 크다고 봐야 합니다.
한국 네티즌들은 출판 도서 시장의 위기를 도서정가제로 꼽으며 이것은 큰 이유이긴 합니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모든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바로 소비에서 경험으로 , 소비 패턴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트리밍 시대 , U2가 최고 수익 아티스트가 된 이유는?

요즘 사람들은 뭔가를 사기 보다는 잠시 빌려서 체험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소위 말하는 '공유' 경제의 시대죠.
만화는 포털 사이트에서 무료로 보는 웹툰으로 즐기고 , 음악은 월 정액만 결제하면 무제한 감상이 가능합니다.
영화의 경우 상대적으로 불법 공유에 의한 피해가 큰 산업이긴 합니다만 정식적인 VOD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예전보다는 많이 늘었습니다.

이러한 소비 패턴의 변화는 많은 산업 분야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실물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던 시장은 이제 겨우 일부 '마니아'들만을 바라 보고 사는 실정입니다.

얼마 전 , 배철수의 음악 캠프에서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아티스트가 U2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음원 차트를 주름잡는 쟁쟁한 후배들을 따돌리고 이 형님들이 1위에 오른 비결은 바로 '공연 수익'입니다.
실제 U2의 수입 비중에서 음원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젊은 아티스트들보다 훨씬 낮다고 합니다.

즉 음반을 소유한다는 소비의 시대에서 음악을 듣는다라는 체험의 시대로 변한 것이 오히려 U2같은 몸 값 비싼 아티스트들에겐 갑작스런 대박을 가져다 준 것입니다.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행위를 하던 소비자들은 더 좋은 경험을 위해 음반을 사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콘서트에 가는 것이죠.

이런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이 만화방과 오락실입니다.

추억은 적자만 남기고…문닫는 만화방·오락실

날이 갈수록 줄어가는 만화방과 오락실은 '체험'을 키워드로 한 새로운 시장에 의해 대체되는 중입니다.
요즘은 거리에서 오락실을 찾아 보기는 힘들지만 스크린 야구는 거의 대부분의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가 있죠.


누군가의 기회가 시장 전체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시대에서 누군가는 기회를 잡아 큰 성공을 만들지만 이것이 꼭 좋은 방향이라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출판 만화 시장의 붕괴로 많은 작가들이 살기 위해 웹툰 시장으로 옮겨가는 추세입니다.
문제는 매체와 소비층의 특성 상 출판 만화같은 퀄리티의 작품을 찾아 보기가 힘든다는 점이죠. 웹툰 팬들은 동의 하시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앞으로의 소비 패턴을 고려할 때 배가본드나 베르세르크 같은 작품들을 웹툰으로 보기는 힘들 겁니다.

요즘 노래들은 대부분이 3분을 조금 넘는 길이에 맞춥니다. 특히 곡의 핵심 부분은 벨소리 시장에 맞춰 1분안에 소비자를 만족시키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스티리밍 사이트에 맞써 3D와 4D를 무기로 하는 극장 산업은 철저히 블록버스터 영화 위주로 움직입니다.
그 많은 스크린 숫자에도 불구하고 '작은 영화'를 위한 자리는 많지 않지요.

앞으로 시장의 비중이 '소비'에서 '경험'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이기에 , 이제 뭔가를 사서 소장한다는 것은 일부 부자들의 취미로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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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팀잇 상태가 우리 나라 날씨 같네요 ㅎㅎㅎ
마지막까지 더위 잘 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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