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Story] episode20. SM, 유흥업소에서 그녀를 만나다.

in #kr5 years ago

웹 소설 SM Story episode20. 시작합니다.


나는 SM이다.

나는 유흥을 즐긴다.
단순한 유흥이 아닌 다양한 업소에서의 음주와 가무 그리고 주색잡기에 빠져 하루하루 꿈 같은 세월을 즐긴다.

그 과정에서 많은 만남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만남은 그저 한 순간의 만남이 되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기도 한다.

오늘은 많은 만남 중 기억에 남는 ‘그녀’와의 만남, 유흥업소에서 만난 그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episode20. SM, 유흥업소에서 그녀를 만나다.

그녀의 이름은 HS이다.

우리는 유흥업소에서 만났다.

2013년 여름, 내가 진급이 누락되어 괴로워하고 있을 무렵 그녀는 나에게 다가왔고 나는 마치 자석이 다른 극의 자석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그렇게 그녀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듯이 관심과 사랑에 굶주려 있던 내가 그녀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찌 보면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아니, 운명이었다.
적어도 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진급 누락으로 인해 내 인생에서 가장 심하게 유흥에 빠져 있던 당시, 나는 그녀에게 아주 푹 빠져 버렸고, 매주 3~4회 정도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직업은 네일 아티스트다.

퉁퉁하고 펑퍼짐한 큰 얼굴에 웃을 때 살찐 볼 사이로 약간의 보조개 자국이 보이는 그런 여자였다.
빵빵한 볼살을 누르고 힘겹게 들어간 보조개가 안쓰러워 가끔 내 손가락으로 그녀의 보조개를 눌러 주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미혼에 나이는 32살, 몇 년 뒤 자신만의 네일아트샵을 차리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진급에 누락되어 인생을 비관하는 나에게 큰 귀감이 되었다.

그녀와의 관계는 약 1년 정도 계속되었다.

그러나 내가 그녀에게 큰 상처를 받은 그 일이 있고나서, 그 이후 나는 그녀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 일은 2014년 5월쯤 일어났다.
당시는 그녀가 다니던 네일아트샵이 문을 닫게 되고 그녀는 졸지에 실업자가 된 시기이다.
진급누락으로 인한 나의 아픔이 어느 정도 잊혀질 시기에 이제는 반대로 그녀에게 아픔이 찾아온 것이다.

그녀가 실업자가 된 이후 우리의 만남은 더 잦아졌고, 나는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 주기 위해 더욱 더 그녀에게 헌신했다.

밥, 술을 비롯한 데이트 비용은 물론이고 그녀가 원하는 고가의 선물을 위해 나는 아낌 없이 마이너스 통장을 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대출이자 상환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며 나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나는 아낌 없이 그녀가 원하는 금액을 지원했고 그 뒤로도 몇 차례 큰 금액을 그녀에게 조건 없이 건네주었다.

나의 실수였다.
그런 행동이 결국은 그녀를 변하게 했다.

그녀는 나를 만날 때마다 수십만원의 금액을 요구했고, 나는 어느새 그녀의 스폰서가 되어 있었다.

퉁퉁한 그녀의 볼 살 만큼이나 여유롭고 순수했던 그녀를 좋아했던 나는 변해버린 그녀의 모습을 견딜 수 없었다.

장마가 시작될 즈음 어느 비가 많이 오던 날, 나는 또 진급에 누락이 되었다.
크게 상심한 나는 그녀를 보기 위해 그녀에게 연락을 했다.
수화기 너머 반가운 목소리도 잠시뿐, 그녀는 나에게 아르바이트 때문에 만날 수 없다는 말을 차갑게 쏟아낸 이후, 만일 그녀를 만나려면 아르바이트 비용에 대한 보상으로 20만원을 줘야 한다고 했다.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그녀가 옆에 있다면 그녀의 빵빵한 볼을 터트려 버리고 싶었다.
그녀의 커다란 얼굴이 탐욕의 기름기로 번질거리며 나를 비웃는 듯 했다.

그냥 전화를 끊었다.
혼자 우산도 쓰지 않고 한참을 걸었다.
비에 젖은 얼굴에 흘러내리는 눈물은 빗물과 함께 바닥을 흠뻑 적셨다.
비는 내 몸을 적시고 나의 눈물은 내 가슴에 뜨겁게 스며들었다.

이용당했다는 이용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밉지 않았다.
모든 것이 다 내가 바보 같아서 벌어진 일이지 그녀에게는 잘못이 없다.

몇 일이 지난 후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회사로 갈 테니 점심을 사달라고 했다.
바보같이 그녀가 보고 싶었다.
오라고 했다.

점심때 그녀를 만나 회사 근처 한식당 진고X에서 회덮밥을 먹었다.
그녀와 함께 먹으니 더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한잔 마신 후 그녀와 헤어지려는 순간, 그녀가 아파트 관리비를 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또 20만원을 건넸다.
돈을 받아 든 그녀는 고맙다고 건성으로 말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나는 사무실로 들어왔다.

사무실로 들어오니 정신이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가 밉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계속 바보짓을 하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이제 그녀를 보지 않으리라 굳게 마음먹었다.

그녀에게 그 동안 고마웠다고 앞으로 좋은 직장을 구해서 결혼도 하고 행복하게 잘 살라는 말을 문자로 남긴 후 그녀에게 연락이 오기 전에 그녀의 번호를 차단하고 내 스마트폰에서 그녀의 흔적을 지워버렸다.

그 뒤로 그녀가 나에게 연락을 했는지 내가 보낸 문자에 회신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이제 그녀와 헤어진 지 2년쯤 되어 간다.
나는 바보였고 호구였지만 후회는 없다.
적어도 나에 대한 그녀의 마음은 진심이라고 믿고 있고, 나의 그런 바보 같은 행동은 내 스스로 자초한 것이고 그녀가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그녀를 만나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만나지 않을 것이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가끔 그녀가 생각난다.

한 순간을 만나도 영원히 기억되는 사람이 있고, 오랜 시간을 함께 해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나에게 어떤 사람일까?
나는 그녀에게 어떤 사람일까?

우리는 인생의 비 오는 시기에 만났지만 먹구름 너머에 태양이 있다는 것을 믿었다.
언젠가 우리에게 드리워진 먹구름이 걷히고 환한 태양이 떠오르면 그 때는 우리가 다시 만나도 좋으리라!

바보, 호구 SM은 오늘도 비 맺힌 유리창에 그녀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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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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