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무. 친구따라 '마카오' 막가오~

in #kr6 years ago (edited)

나에게 여행은.. 슬렁슬렁 쉬는거다.
쉬며 놀며 그냥 가고 싶은 곳을 다니다가,
더 있고 싶으면 있고, 말고 싶으면 마는 거다.

이런 생각으로 신혼여행때도 비행기 안에서 책자를 보면서 여행일정을 짰다.
어딜가는 것이 좋을까? 몽마르뜨 언덕.. 에펠탑.. 베르사이유 궁전.. 유람선을 타자 뭐 이런 식으로 찍고 하나씩 그냥 다니는 거다.

예전엔 이렇게 다니곤 했는데 너무 바쁘고 시간은 없고 하다보니
"아하~ 패키지 여행 좋다." 하며 또 그렇게 몇번 다녔다.

굳이 물건너 가지 않을때는 오빠가 알려준대로만 따르면 여행은 편하고 좋았다. 그냥 이래저래 편하고 쉬운 여행이었다. 나에겐..
남편오빠가 다 계획짜서 다닌 줄 알면서도 몰랐는지 새삼 이번에 절감하게 되었다. 내가 편했던 것은 오빠가 다 준비했기 때문이었어~ 오빠 고마워!!

그런데 작년 가을에 꼬맹이 인연으로 알게된 또래의 친구(사실 동생)을 알게되었다. 그 친구는 여행이 취미가 아니라 특기였다. 스스로도 여행덕후라고 하며 워킹맘인데도 일년에 5~6차례씩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너무 신기했다.

더 신기한건 패키지도 아니고 여행 자체에 대해서 공부하고 연구해서 다닌단다. 내 머리는 회사에서만 쓰는 물건인디,, 그 친구에게는 다용도로 쓰이는 모양이다.

여행덕후 친구의 말에 감탄하며 부러워만 하던 어느 날..
그 친구는 나에게 url을 띡하니 던져주며 마카오 뱅기 티켓이 싸니 얼렁 끊으라고 했다. 엥? 하고 놀래니 "언니~ 마카오는 좁아요. 비행기랑 호텔만 끓고 그냥 돌아다니면 되요." 라고 했다.
그 순간 '아 그래? 그럼 나도 가야지' 생각했고 나는 바로 행동에 옮겼다.

집에 가서 오빠와 식구들에게 이렇게 말 했다.
"나 내년 6월에 마카오 갈꺼예요. 같이 갈 사람? 아니 안 갈사람 말해요.
안 갈사람 빼고 나머지만 갑니다~"

오빤 뜬금없이 무슨 마카오냐고 사이판 다녀온지 몇일이나 되었는데 또 가냐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시엄니도 아직도 여독이 풀리지 않았다고 했다. 할수 없이 난 한사람 한사람 돌아가면서 물어봤다.

오빠에게 "오빠 안갈꺼예요? 그럼 오빠 빼고 갑니다."
오빤 자기가 준비하는 시험이 6월이라고 했다.
아하 6월이라서 못가는 구나 싶어서 바로 그럼 "5월로 바꿀께요. 콜?" 그랬더니 콜~ 날짜를 바꾸니 울시엄니 칠순 생일에 딱 걸린거다. 헛!

시엄니에게 "엄니 여행 갈꺼지요? 엄니 비행기타고 다니는거 힘들어서 가족여행 아니면 이젠 다니시기 힘드세요. 조금이라도 젊었을때 막 다녀야해요 ^^"
엄니가 조금 망설이기에 필살기 멘트를 요렇게 "엄니 생일 기념으로 가는건데.." 날렸다.

이히히...이제 꼬맹이만 남았다.
"꼬맹아 우리 내년 5월에 여행갈껀데 갈꺼지?" 하고 물었더니 "아빠 가면 가고 안가면 나도 안가."라고 답했다. 얄미웠다. 그치만 "아빤 간데 그러니까 너도 콜!"

이렇게 해서 가족들의 동의를 받아 티켓을 덜컥 예약하고 해를 넘겼다.

여행가기 두달도 남지 않았을때 여행덕후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 여행 준비 끝났지? 호텔 어디로 했어?"
허거걱..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전혀 난 아무것도..

그 친구는 언니 호텔에 확인받을 것이 있는지 메일이나 전화로 확인하고 예약해야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말에 고민이 깊어졌다. 아이고야..

용기를 내어 호텔에 전화를 했지만, 한국인 상담사도 없으며 나의 영어로는 대화가 되지 않았다. 내가 정말 무슨 일을 저지른건지..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오빠에게도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 염려마라고 했는데 어쩐담..

말은 못해도 메일로는 나의 지원군들이 도와줄꺼야.
그치 구글링과 번역기!!

어찌저찌 호텔 예약까지 완료~ 하하하!
오나무 넌 정말 스마트해. 정말 잘 났어. 자랑스럽다 오나무!!

이렇게 해서 비행기와 호텔까지 예약한채로 실속없는 시간만 보냈다.
여행 열흘 전 남편오빠가 물었다.
"우리 여행계획은 다 짰어?"

난 우물쭈물하며 "도와줘!! 도와줘요~"를 연발했지만
오빠는 "네가 큰소리 쳤으니 니가 마무리해"라고 했다.

정말 서운하고 너무 걱정이 됐다.
몇달을 그냥 보냈는데 몇일동안 여행계획을 어찌 짜라는 건지..

난 용기를 내서 오빠에게 붙었다.
"오빠~ 도와줘요. "
"오빠 나의 여행계획은.. 여행계획은.."

오빠가 '너의 여행계획은 뭔데?'라고 답하자마자

"오빠 내 여행계획은.. 오빠예요.. ."
(무안하고 송구하고 살펴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마구 쐈다)




조금 많이 비굴하고 쿠사리를 많이 먹긴 했지만
그 결과 난 무사히 큰소리 뻥뻥치고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난 여행을 하고 여행을 갔다 온 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건강하고 뭔가를 받아 들일 수 있을때 조금 더 많이 움직이고 봐야겟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나의 사랑하는 자매들과 함께 놀러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야 겠다고 했더니, 남편오빠 왈 "패키지로 가라" ㅎㅎ.

싫다. 메롱. 자매들 델꾸 내가 대장노릇하며 돌아다닐테다~

남편오빠 말이 "넌 애가 겁이 없어!"

난 아직도 애다. 말도 안듣고 말썽부리는 애다.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오빠한테 칭얼대며 봐달라며 하고 놀러 다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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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잘 다녀오셨으면 된거죠~
아마 오라방님도 그런 나무님을 예뻐라 하실 꺼예요. ^^

예뻐라는 아니고 말썽쟁구라고 해요. 못생긴..하하하~
이젠 무뎌져서 애정 표현이라 세뇌하면서 살아요.
어째뜬 오빠 덕에 므흐흐... 여행 성공이예요~

ㅋㅋㅋ저랑 반대시네요!! 저는 제가 계획짜고 가고싶은 곳을 가야해서 가자!하는 건 남편이 하고 계획은 제가 짜요!ㅋㅋ

둘이 각각의 역할이 있나봐요. 저는 여행 욕심이 별로 없어서 그냥 따라 다니면서도 한껏 좋았는데,, 이번에 친구따라 마카오를 무대뽀로 다녀와보니 그냥 또 갈수도 있겠다 싶어요.
전 뭘 많이 보고 싶은 욕심이 없나봐요. 걍 쉬엄쉬엄 노는거지 뭐~ 이런 마인드라서..
어찌되었든 여행을 조금 더 자주 다닐까 생각중이예요. 좋더라구요 ㅎㅎ

ㅎㅎㅎ가면 갈수록 점점 스킬이 늘지요!ㅋㅋ여행을 자주 다니는건 좋은 것 같아요:>

한동안 안보이시더니 여행다녀오셨군요!

여행을 길게 간건 아닌데 어찌하다 보니 오래 자리를 비운것 처럼 되었네요.
히이~ 잘 놀았으니 또 편안한 일상을 살아야겠어요.
반가와요. 잠자는 왕자님~

그래서 다녀 오신건가요? 아니면 가실건가요? 위 사진은 마카오사진인가요? 요즈음 뜸하셨던게 여행을 다녀 오신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결국은 해피앤드 트립이 되셨는가? 되시느나? 되실건가봅니다. ㅋㅋ.

마카오가 아마 포르투칼하고 관련있지요? 제가 기억하기는 싱가폴인가? 홍콩인가에서 배타고 드갔던거 같은데.... 아이고..늙었네요. 기억이 이젠 가물가물합니다.

피터씨 안녕하세요. 전 여행 잘 다녀왔어요.
앞으로 내가 알아서 한다는 말은 자제해야 겠어요. 제가 혼자서 잘 하는게 뭐..별로 없더라구요..
이번 여행은 엄니 생신겸, 꼬맹이 어린이날겸, 스스로 어버이날겸해서 다녀온거예요. 가기로 맘을 먹으니 오만가지 다 이유를 붙이는거죠 ㅎㅎ~
이젠 상반기 이벤트 끝났으니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자주 뵈요.
무지 반가와요~

피터는 요즈음 센치하답니다.

가을도 아닌디 피터씨 왜 센치하실까?
뭔 일이 있으신가요?
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감정을 슥 한번 쳐다보고 하던 일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조만간 잘 들여다 봐줘야 겠어요..

ㅋㅋㅋ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막가오^^

정말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마카오를 대책없이 막갔다 왔네요.
근데 오자마자 친구가 "언니 다음은 일본이야" 이러길래 고민중이예요. 히히히~
반갑습니다.

오~~오나무님 진짜 멋져요
호텔 예약도 척척!!
그 부분에서 기립박수의 심정으로 보았답니다
존경의 눈빛 발사~~~~!!
여행기 시리즈인가요?!
오빠 최고 시리즈도 좋은데...히힛♡

할루요~ 호텔 예약도 척척?? 절대 아녜요.
버벅버벅 영어하다가 수화기 딱 내려놓고, 구글링으로 메일 보내고. 심란해서 소화도 안되고 그랬는데 뭐가 척척인지..ㅠ.ㅠ 절대 아님!!
여행기라고 할 것도 없고 어찌 자리를 비웟으니 근황을 적은거지 다른 뜻도 없어요.
근데 뭔가 더 적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나의 행복한 일상과 푸근한 이웃을 보니 정말 좋으네요.
자주 놀러갈께요~~ 반가반가와요.

전 제대로 안알아보면 불안해서 힘들지만 열심히 찾아보는 스타일이랍니다. 그래서 온전히 여행을 즐기는 오나무님이 부럽네요. 여행후기도 올려주세요~

온전히 여행을 즐기기는요.. 전 일할때 말고는 도통 머리를 쓰지 않아요. 촉박한건 더 싫고요. 비행기 타고 가면 그 자체로 외국이니 별 욕심도 안내요. 걍 숨만 쉬어도 뭐 색다른거 아니겟어요. ㅎㅎㅎ
사진도 다 걷는거 아무도 모르게 찰칵! 하고 찍어도 멋진것도 없고요..여행후기라고 할 것이 있는지 생각좀 해봐야 겟어요.
반갑습니다. 완전 좋아요~

@ohnamu님은 그래도 행동파시네요!
용기도 있으시고!
저는 소심한데다 사실 용기도 별로!
개인적으로 @ohnamu님 같은 색시 나타나면 진지하게 용기 내볼까도 생각합니다
마카오 여행기 잘 봤습니다
보는 내내 제가 다 두근거렸네요! ^_^

우와~ 저한테 엄청난 칭찬이네요..
실은 철 없고 무대뽀라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발사하고 해요.
그리고 사실은 길치에 덤벙거려서리 이젠 나이가 먹을대로 먹은 어른인데도 막 혼나요.
독일 언니네 간다고 공항갔는데 여권도 안가지고 가고 막 그러거든요 ㅠ.ㅠ;; 물론 실수지만..
그래도 용기와 행동파라고 해주시니 움하하~ 기 죽지 말고 또 다시 도전해야 겠네요^^
칭찬 완전 감사드려요~

상대방이 여행계획에 전부일 수도 있군요 ㅎㅎㅎ오빠는 좋은 오빠임에 분명해요. 전 남자입니다.

히히~ 네.. 제 여행계획은 그랬어요.
그래도 이번엔 저도 뱅기표도 호텔 예약도 했으니 조금은 기여한거예요^^
스스로 얼마나 뿌듯하고 대견한지..그렇치만 앞으로는 큰소리 뻥뻥은 안할라구요.
친구 말 듣고 내가 다 알아서 할꺼야 했다가 정말 심장 쫄깃햇어요^^
물론 나의 오빠계획이 성공했으니까 다행이지만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성실한 출동이지만 늘 깜짝 놀란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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