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연재] 겜블라이프 #10

in #kr6 years ago

*****

가족이 합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된다면 그 안으로 비비고 들어가려 했었다.

하지만 나는 낙동알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남해부터 시작해서 강원도 삼척까지 떠 돌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것이었다.

공부는 먼 세상이야기가 되었다. 공부할 기회는 커녕 아버지에게 나는 쓰레기가 되었고

어머니와 누나에게는 인연을 끊고 싶을 만큼 도박에 미친놈으로 남았다.

그 이후 길거리를 떠돌적에 몇번의 전화를 했다.

당장 쉴곳이 없고 배가 고프니 돈을 보내 달라고 했고 아버지가 몇백을 보내주신적도 있다.

나는 그 돈을 모두 도박에 탕진했다.

사북 앞의 모텔에서 아버지가 보내 주신 돈을 잃는데는 한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강원랜드 출입도 안되는 놈이 사북에는 왜 갔었는지 모르겠다.

이성을 잃을만큼 도박에 미쳐 있던 시절의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때 나는 강원랜드에

출입했었다. 이곳에서 무엇에 내가 쫒겼는지 궁금했다.

예전에 자주 묵었던 숙소와 황토찜질방에도 일부러 가봤다.

난 사북의 식당에서 삼천원 만 더 내면 특설렁탕을 먹을 수 있는데 손을 벌벌떨면서 그 돈을 아끼려고 일

반을 먹었다. 그리고 보이지도 않는 온라인의 공간에 모니터만을 보며 십만원씩 몇십만원씩은 잘도

박아 댔다. 나는 그 기간에는 떠돌기는 떠 돌았지만 제법 충실히 일을 했다.

하지만 이내 또 도박의 유혹에 굴복 하고 말았다.

이후에 대전에 있을적에 아직도 기억이 나는것이 길을 걷다가 충동이 생겨

재미로 소액을 입금 했는데 졌다. ㅇㅋ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진것도 열 받지만

그 카드의 배열은 정말 나를 바짝 약이 오르고 미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계속 길을 걸으면서 수십일을 노동으로 번돈을 30분만에 날렸다.

그리고 타고 다니던 바이크를 오토바이센터에 말도 안되는 가격에 팔았다. 진정하자 천천히 하자.

하면서 근처 편의점에서 커피를 하나 사서 편의점 앞의 테이블 앉았는데

그 테이블에서 일어났을 때는 나는 돈이 하나도 없었다. 세번정도의 배팅을 했을 뿐인데 한번도

못 이겼다. 난 오프라인에서 열번 가까이를 넘게 연속으로 져본 적이 한번도 없는데

온라인에서는 그런 경우가 너무 빈번하게 발생이 되었다. 그럴때면 내가 느끼는 무력감은

손가락 하나 까딱 할수 없을 정도로 너무 압도적이었다. 배팅에 질때 마다 혼이 빠져나가는것 같았다.

그후 몇일을 폭우가 쏟아져 다리밑에서 돋자리를 뒤집어 쓰고 몇일 지냈다.

아 이건 별 것 없는 이야기인데 쫄쫄 굶다가 공원 화장실앞에서 검은 봉다리를 발견 했다.

안에 허니버터칩이라는 과자가 두봉다리 들어있어 주위를 살피고 먹었더니

너무 맛이 있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 과자는 원래 맛있는 과자 였다.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그때 너무 맛있게 먹어서 지금도 그 과자를 보면 다리밑에서

덜덜 떨며 자던 기억이 떠오른다.

여튼 그때 나는 너무나 지치고 물에 뛰어들어 죽고만 싶었다.

그 계천은 너무 얉아서 익사 하기에 적절한 곳은 아닌것 같았다.

나는 왜 물만 보면 뛰어들고 싶은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난 학창시절 영도라는 섬에 살았던 만큼 친구들과 바다수영을 자주 하러 갔었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었지만 깍아지는 절벽 사이의 바다로 몸을 던졌다.

나와 나의 친구들은 다이빙을 너무 좋아 했다.

다이빙은 처음에 하면 수면에 배치기를 하거나 다리치기 얼굴치기 등을 하는 경우가 많다.

높이가 꽤 된다면 상당히 아프다.

새우처럼 상체는 아래는 향해 있는데 다리는 수평번과 평행해서ㄱ 자로 떨어지는 친구들도

있었고 누군가 가죽 터지는 소리가 날 정도로 배치기를 하면 우리는 낄낄대며 그 친구를 놀려댔다.

숙달이 되면 손으로 수면을 파놓고는 그 사이로 물 속으로 쏙 들어갈 수 있는데

그 때 부드럽게 내 몸을 감싸는 공기방울과 바닷물의 촉감은 실로 엄청난 쾌감으로 다가왔다.

이삼미터 위에서 다이빙 하는것은 너무 시시했다. 더 높은 곳을 찾아 다녔고 한 십미터를 달려와서

앞으로 뛰어내려 다이빙 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어려서 아무런 걱정도 별다른 생각도 없이 바다에서 친구들과 수영을 하는것은 정말 재밌었다.

비가 그쳤고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지만 갈 곳도 돈도 없었다.

결국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마침 아버지가 일 관계로 외간인가? 그 지역에 계셔서

아버지 차를 얻어타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차안에서 아버지는 나에 대한 어떤 질문도 하지 않으셨다.

단지 어머니에 대해 물었지만 나도 이후론 아는 바가 없었다.

이후에 아버지는 그렇게 인생을 허비 하지 말라 하시며

삼촌 회사를 소개해 주겠으니 일을 하라고 했다.

삼년만 버티면 니가 저질로 놓은것을 다 회복하고 또래한데 뒤쳐지지 않을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고 아버지의 권유로 창원으로 가게 된것이었다.

재밌는건 창원에서 일할적에 삼촌이 포커를 치는 모습을 너무나 자주 보았다는 것이다.

나는 기숙사에 살았는데 회사 사람들은 거의 다 도박을 했고

도박을 안 하더라도 미니 강남이라 불리는 창원의 상남동에서 유흥에 돈을 탕진 하는 모습을 보았다.

돈은 무서움을 알라는 말에는 동의 하겠는데

내가 생각하는 돈은 힘들게 버는것이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을 힘들게 벌 수록 돈에 벌벌 떨게 되고 그 보상을 받아야 되니 헛된곳에 돈을 소비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 그럴수록 사람들은 돈의 노예가 되는것 같았다.

돈은 그저 수단이고 편리한 것인데 사람들은 돈에 인격을 부여하고 신격화 시켰다.

내가 보기엔 돈은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내가 돈을 컨트롤 할수 있는 한 말이다. 난 돈을 지배하지 못 하고 있다.

오히려 내가 돈에 휘둘렸다. 특히나 도박을 할때는 그게 너무 심해졌다.

멋도 모르고 명예와 권력을 갖는 것은 두려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멋도 모르고 큰 돈을 갖는 것은 두려워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그릇에 따라 흘러 넘쳐 버릴지 제대로 담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냥 사춘기가 되니 여드름이 나는것처럼 돈이 생기는 것도 사실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일이 잘못되면 남탓을 하고 일이 잘풀리면 본인이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엔 그건 누가 잘 못한것도 잘 한 것도 아닌것 같았다.

현대 미술처럼 변기를 갖다 놓고 전시를 해도 수 많은 해석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냥 본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다. 중요한건 그 상황 자체 일 뿐라고 생각 한다.

누나에게도 돈을 구하기 위해 한번 전화를 한적이 있었다.

누나는 나에게 그냥 죽으라고 했다. 대신 귀찮으니까 나한테 전화하지 말고 죽으라고 했다.

니가 죽을만큼 힘들면 전화 없이 죽을것이니 전화를 받고 안심한다고 했다.

그리고 끊었다. 하하하하. 우리 누나는 정말 인물이다.

남자로 태어났다면 나 같은놈은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는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그 이후로 외간에서 아버지 차를 얻어 타고 부산으로 온 후 일년 남짓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오늘 또 아버지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아버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다니냐고 나에게 욕을 하셨다.

서러웠다. 아버지는 한번도 나의 마음을 보듬어 준적이 없다.

여자 아이는 공주 처럼 키워야 대접 받을줄 아는 법이고 남자 아이는 사자가 새끼를 벼랑끝으로 몰듯이

키워야 하는것은 나도 동의한다. 그래 그런걸 받을 수 있는 나이는 이미 아니다.

그런것도 받아야 할 나이에 받아야 하는데 받을 때가 지나고

나이는 먹고 몸과 머리는 다 커버렸는데 마음만 여전히 원하고 있을 뿐이 었다.

분명히 지금 누가 봐도 멋지게 내가 잘 살았다면 아버지는 나를 인정해 주었을 것이다.

난 어쩔수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 세탁실 창문을 열었다.

겜블라이프
1회
2회 3회 4회 5회
6회 7회 8회 9회 독기의 편지*****

Sort:  

읽으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크고 또 동감이 되는 부분도 있다보니 다음 또 그 다음을 응원하게 되는군요. 잘 봤습니다.

계속 봐주세요~ 초입입니다 ㅋ

인간이 약해서 중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초연할 수있는 도인이 되면 좋은데...

40~50대에 사회에서 내노라하는 전문직들 무너지는 꼴 수도 없이 봤습니다.

인생이라는게 모릅니다. 모르죠

Coin Marketplace

STEEM 0.36
TRX 0.12
JST 0.039
BTC 69965.85
ETH 3540.49
USDT 1.00
SBD 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