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위현장에서 든 생각

in #kr6 years ago

며칠전 시위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시위라고해서 정치적인 시위가 아니라 대규모 양돈축사 반대시위입니다.
사실은 이미 재판이 진행중이라 시위는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래도 판사님한테 우리 의사는 전달해야 한다고 농촌마을 주민들이 나섰습니다.
저에게도 한번 와보라고 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고창 부안면 농협주차장에서 만나 함께 이동하기로 했는데 주차장에 가보니 어르신들 몇분이 나와계셨습니다. 어르신들을 차에 태우고 현장으로 가봤습니다.
이동하는 차 속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양돈장이 들어서면 부안면사람들은 다 죽었다고 합니다.

" 도시놈들 돈주고도 못사먹는 맑은 공기 마시고 친환경 농사짓는 재미로 살았는데 이제 돼지 똥냄새 맡고 똥물로 농사지어야하니 부아가 치밀어 살 수가 없구만유"

현장에 도착해보니 어르신 말씀이 이해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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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진찍고 있는 이 자리가 양돈장 축사를 지으려는 자리입니다.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곳에 예쁜 한옥 한채 짓고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아래 보이는 저수지말고 그 아래에 저수지가 또하나 있습니다. 저수지 물로 모내기하고 밭에 물도주고 생활하는 중요한 저수지인데 양돈장이 들어서면 마무리 정화시설을 잘해도 돼지분뇨로 오염될 것이 뻔하다고 합니다.

하루에 두번 밀물때면 바람타고 마을은 물론 인근 선운사 골째기까지 돼지 분뇨냄새가 날아갈거라고 합니다. 더구나 자연환경보존구역인데 토지분할하는 편법을 써서 허가신청을 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이 곳은 미당 서정주가 자신의 시는 팔할이 바람이라고 했던 질마재 고개 바로 옆입니다.
고개넘어가 미당 서정주 생가이고 미당시 문학관도 있습니다. 인촌 김성수의 고향도 이곳이구요.
3,500평에 돼지 1만마리를 키우겠다고 합니다.
임신한 돼지 집과 새끼돼지 놀이방도 짓는다고 합니다.
주민들 입장도 이해가 됩니다. 저라도 반대하고 나섰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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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군에서 양돈축사 허가를 내주지 않자 행정소송을 내서 법원에서 판사님하고 관계자들이 현장답사를 나왔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판사님에게 우리 의사를 전달해야 겠다고 저렇게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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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스님들과 소요사 스님들도 주민들의 의견에 동참하겠다고 함께 나왔습니다.
주민들중에는 모내기 하다가 달려왔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주민 한분이 혼잣말로 뇌까립니다.

'앞으로 풍천장어도 끝났당께
누가 돼지 똥냄새 맡으면서 똥물먹은 장어먹으러 오겄는가'

옆 어르신 들이 말을 받습니다

"앞으로 돼지고기 먹지말자고...
돼지고기 많이 먹으니 돼지공장 짓겠다는거 아녀~"

"맞는 말이구면.. 공장에서 나온 돼지는 건강에도 안좋다는 구먼..
구제역인가 무슨 병 돌 때 산돼지 생매장하는거 못봤는가?
그러면 여기다 생매장 할거구 ..
내 눈에 흙들어가기 전에는 나는 그런 꼴 못봐~"

"그라문 값떨어지면 떨어진다고 데모할거 아닌가,,,
사료 값 오르면 오른다고 데모하고..."

"그래도 안됐네..같은 농민인데..."

"그런소리 하지도 말게. 농민은 무슨 농민..
저 *들은 사업가라고 사업가...
농민들 생각하면 여기다 돼지공장 짓겠는가?"

"자~자~ 어르신들 그만들 하시죠..."

스님 한분이 중재에 나서 대화는 끝났지만 참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맑은 공기 마시며 농사짓는 어르신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누굴까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앞으로 채식 장려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거 같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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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환경이나 축사 짖는것에대해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이런문제가 있는지 몰랐네요..좋은결말이 있길바랍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포스팅에 대한 샐프보팅은 어느정도 용납되는 분위기지만 댓글에 셀프보팅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제가 시골 출신이라 이분들 마음이 이해가 되네요. ㅜㅜ

직접 현장에서 만나보니 절실하더군요^^

요즘 시골이 말이 아닙니다.

곳곳이 개발이나 돈벌이라는 미명 아래
파헤져지고
막 개발되고....

그나저나
주민들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글로 정리하는 정성과 마음이 놀랍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석산 개발하면서 산하나를 없애버리는 처사에 불만입니다.
주민들 대화는 더 거친말들이 오갔는데 순화했습니다. 대화를 넣는것이 더 전달이 잘될거 같은 생각이 들어 메모했었습니다^^

너무나 멋진 풍경인데... 축사라뇨!! 마을 주변에 축사 허가가 나오나요?
옛날에야 가능했지만...

고창군청에서 허가를 안내주니까 축산업체에서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이 날은 법원의 현장답사였구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들 저러는건지
이해 할 수가 없어요 다른세상 사람인건지..

모두 자기 잇속을 챙기려니 남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거겠지요^^

자연보다 중요한게 있을까요? 참 안타깝네요..

같이 더불어 살면 참 좋을 텐데요^^

안타깝네요. 현명한 판단 내리기를...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있으니 잘 해결되리라 생각됩니다^^

마을분들이야말로 지역을 지키시는 분들인에 안타깝네요 ㅠㅠ 잘해결되길 응원하겠습니다

현명한 판단이 내려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연 훼손이 없는 판결이 나면 좋겠습니다...

잘 해결될겁니다^^

마음은 백번 이해가 되나 자본앞에 무너지는 뻔한 장면과 그에 슬퍼하실 농민들 모습이 그려지네요. 현실은 늘 그랬으니까요.

그래도 다행인것이 군청에서 주민들 편을 들어주고 허가를 안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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