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풍경

in #kr6 years ago (edited)

그제 모처의 백화점으로 가, 모처럼 자본주의 시민으로서의 모범을 보였다. 양쪽 어깨엔 (아무도 내게 부여하지 않은) 내수 경기 활성화라는 막중한 책무가 얹혀 있었다. 올여름에 함께할 상의를 찾아낼 요량으로 이곳저곳 매장을 기웃거렸다. 추후 이에 관해 쓸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옷을 고르는 데 시간을 많이 쓰지 않는다. 짐짓 이변은 없었다. OOO의 의복 구매 원칙에 의거하여 처음에 눈 맞은 옷의 소유권을 내게 이전시켰다(아파트 사니?).

안 하던 쇼핑을 일사천리로 해치우면 체할 거 같았기에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을 가졌다. 스타벅스에 가 보니 공석이 없었다. 테이크아웃하려고 했으나 길게 늘어선 줄은 내게서 전진前進이라는 단어를 앗아 갔다. 반짝거리는 이 기업,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이토록 인기가 많을까? 별안간 스타벅스 주주들이 부러웠다. 내가 스타벅스 주주였다면 만석인 매장, 신의 물방울이라도 받아 가려는 듯 도열한 사람들, 일련의 풍경에 도취했으리라. 돈 들어오는 광경에 희열을 느끼며(속물이냐). 아쉽게도 나는 스타벅스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꿩 대신 닭 취급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근처의 폴 바셋으로 갔다.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폴 바셋은 매일유업, 아니 인적분할을 했으니 매일유업의 지주회사인 매일홀딩스, 그 자회사인 (헉헉, 숨차다) 엠즈씨드가 운영한다. 폴 바셋은 세계적(?) 바리스타 대회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호주인의 이름이다. 그가 이름을 빌려주고 노하우(?)를 전수하는 명목으로, 엠즈씨드가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으로 안다(구구절절 자세히도 쓰네). 아이스라테를 주문하니, 점원이 우유 종류를 고르란다. 두유도 있길래 두유를 골랐다. 이곳에도 빈자리는 거의 없었다. 백화점 안의 카페만 놓고 보면, 한국 경기 만세였다. 두유를 섞은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IMG_6676.jpg

무인양품無印良品, MUJI에 갔다. 눈에 밟힌 적은 있었지만 꼭 필요하진 않다며 수중에 넣지 않았던 물건이 있었으니. 그날은 무엇에 이끌린 사람처럼 그것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스팀잇에서 음악 관련 포스팅을 왕왕 접한 것이 충동구매의 크나큰 원인 아니겠냐는 나름 묵직한 결론을 서둘러 내렸다. 처음엔 블루투스 스피커에 기울었지만 결국엔 CD플레이어로 낙점했다(블루투스는 위 피사체와 틀은 같은데 CD 들어가는 자리까지 스피커(?)로 메워져 있다). 생각해 보니 집에 블루투스 스피커가 하나 있었지만 빈번히 사용하진 않았다. 휴대전화를 거치는 작업이 생각보다 성가셨던 게다. 자의적 선곡이 불가한 단점도 있으나, CD플레이어는 휴대전화에 신세질 거 없이 remote control 하나로 해결하는 간소함이 있다. 재생 버튼을 누르니, CD가 서서히 돌기 시작했고 짧은 공백의 시간을 누리다 마침내 음악이 나왔다(환호). 오! 디지털 재생 방식에 익숙해진 내겐 이 사소한 공백마저 운치로 다가왔다. 제대로 장비를 갖추고 음악을 듣는 분들은, 뭐 저런 조악한 제품을 들였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이 정도로 만족한다. 고막이 업그레이드됨으로써 다른 장비를 찾는 불상사가 생길지 모르겠다만.
문제는 집에 CD가 없다. 좋은 음반 있다면 추천 부탁드린다.

쇼핑 풍경을 좀 더 묘사할 수 있으나, 일일이 써내는 것은 좋지 않은 듯하여 급하게 글을 마칩니다. 음반 추천 부탁해요. 기왕이면 세기의 명반으로.

Sort:  

제 음반을 추천하고 싶네요 블루투스 스피커가 더 편리해보이나 실제론 손이 가지 않는다는 말 공감합니다. 저도 기껏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놓고 선으로 연결해서 쓰곤 하는.. 그런 면에서 오히려 CD 플레이어가 더 간단하고 편리한 구동 방식을 가진 것도 같습니다. @prespector님이 좋아하는 음악들이 궁금합니다!

네. ㅎㅎ 인공지능 스피커(이것도 써 보진 않아서;)를 쓸 게 아니라면, 저 같은 사람에겐 지속적으로 음악을 듣는 데 CD플레이어가 더 적합하리라는 판단을 했어요. @ab7b13님 음반 찾아봐야겠네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서도 기회 될 때 써 올려야겠어요. 댓글 감사해요. :-)

앞으로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ㅎㅎ

좋은 글이라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ㅎㅎ

저도 쇼핑하러 가고싶은 생각이 드네요. ㅋㅋㅋ 요즘은 인터넷주문을 주로해서 갈일이 점점 사라지는거 같아요

저도 거의 인터넷으로 사는 편이에요. 오프라인 쇼핑은 오랜만이었습니다. ㅎㅎ

하하...cd를 사야겠네요~

네, 실로 오랜만에 CD를 살 거 같아요! ^^;

어떤 CD를 살지도 기대가 되네요~

하하, 사면 소식 전할게요. ㅎㅎ

저도 아이들 유치원 또는 문센에서 가져온 시디를 틀어줄려고 잇님 사진에 있는거 샀는데 막상 사니까 아이들이 잘 안들어요 ㅋㅋ

네, 소비의 목적이 노상 달성되진 않지요. 그래도 깔끔해서 미관을 해치지도 않네요. 어른이라도 들어 보아요. ㅎㅎ

폴바셋 라떼는 사랑이죠. 알차게 쇼핑하셨네요 ㅎ

네, 오랜만에 알차게 쇼핑했어요. 폴 바셋 라테 맛있더라고요? ㅎㅎ 읽어 주셔서 고마습니다. ㅎㅎ

Uriah Heep 의 July morning추천합니다.

추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들어 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Eva_Cassidy_-_Songbird_-_Front.Jpg
어떤 음악을 좋아하시는 지 몰라서 일단 두가지 제가 좋아하는 앨범 보여드립니다 ^^ 에바캐시디... 재즈 보컬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명반으로 꼽는 앨범입니다. 탁월한 곡 해석 능력과 애절하지만 따듯한 목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Folder.jpg

두번째는 클래식 하나 들려드리고 싶네요. 리스트의 liebestraum 입니다. 워낙 유명한 곡이라서 연주한 사람이 많은데, virtuoso series중 이 음반이 제목처럼 유려하게 연주가 잘되어 들어보실만 하지 않을까 합니다 ^^

travelwalker님, 여행 와중에 댓글 남겨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더구나 음반 추천까지 해주시니 감사하네요. 남겨 주신 음악 음미해 보고 저랑 잘 맞으면 구매해야겠습니다. 재즈와 클래식, 제가 개척해 보고 싶었던 한 분야입니다. ㅎㅎ 친절하게 음반 표지까지 첨부해 주셨네요. 댓글 고맙습니다. ^^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무인양품 벽걸이 CD플레이어 너무 예뻐서 한때 직구하려고 엄청 알아봤던 제품이네요.. 정작 우리나라 들어오고 나서는 구매욕구가 떨어졌었는데 다시 구매욕이 샘솟습니다.

어떤 음악 좋아하시나요?
도회적인 음악을 원하실 때는 Honne의 Warm On A Cold Night 앨범(시몬스 침대 BGM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듀오입니다)을,
그루비한 블루스가 듣고 싶으시면 Black Keys의 Camino 앨범을,
감성에 취하고 싶으시면 검정치마 3집 Team Baby를 추천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계절에 딱인 Phum Viphurit의 곡들도 추천 드리고 싶은데, 국내에선 CD를 살 수가 없네요.. 음원 사이트엔 들어와 있는데..(또르르)

lilylee님 음악 추천 고맙습니다. ^^ 저거 그냥 깔끔하게 쓰기에 괜찮은 거 같습니다.
가수 4명(혹은 팀)이나 소개시켜 주시다니요. 말씀하신 노래들은 필히 들어 봐야겠습니다. 저는 음악 장르를 가리지 않고 노래가 좋으면 웬만하면 다 듣는 사람이라 제게 맞는 곡이 있을 듯합니다. 고맙습니다! ㅎㅎ

Congratulations @perspector! You have completed some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number of posts published

Click on any badge to view your own Board of Honor on SteemitBoard.

To support your work, I also upvoted your post!
For more information about SteemitBoard, click here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Upvote this notification to help all Steemit users. Learn why here!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1
JST 0.033
BTC 63968.82
ETH 3136.80
USDT 1.00
SBD 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