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놀랍도록 비슷한 최초의 부동산 거품

in #kr5 years ago

암스테르담에서는 1582년부터 1810년까지 3차례 대규모 부동산 거품이 발생했다. 200년~400 년 전 부동산 시장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지만, 암스테르담의 거품은 현대 부동산 거품과 적어도 두 가지 비슷한 점이 있었다.


(1544년의 암스테르담)

하지만 담보 대출 규모 변화는 비슷한 점이 아니다. 당시 암스테르담에는 담보 대출이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담보 대출이 증가한다고 해서 반드시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자금은 증가하게 되면 그렇게 되는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연구 논문 “The First Housing Bubble? House Prices and Turnover in Amsterdam, 1582-1810”에서는 1563년부터 1811년(나폴레옹이 네덜란드를 합병하고 토지 소유권 시스템을 바꿨을 당시)까지 암스테르담에 등록된 164,000건의 주택 매매 기록을 조사했다.

https://www.aeaweb.org/conference/2019/preliminary/paper/bbdhS4n5


(암스테르담 주택 거품 200년)

논문은 암스테르담에 현존하는 수백 년 전 주택 매매 기록을 사용해, 현재의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 지수와 유사한 주택 가격 지수를 만들었다.​

1604년부터 1810년까지 암스테르담에서는 세 차례 부동산 거품이 있었다. 주택 가격이 2배 내지 3배까지 올랐다가 다시 처음 가격으로 떨어졌다. 각각의 거품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되었다.​

그중 1713년~1750년 시기를 보면, 최초의 주택 가격 거품이라고 할 만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었다.​

논문에서는 임금, 임차료 및 인구 변화 같은 경제 펀더멘탈을 비롯해 암스테르담 부동산 거품을 설명할 수 있는 요소들을 살펴보았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음과 같았다.​

  1. 부동산으로의 투자 변화가 (외부 세력으로서) 주택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2. 주택 가격이 상승하자, 수요도 따라서 높아졌고, 이는 다시 가격 상승을 이끌었으며, 수요 역시 다시 높아졌고, 주택 가격은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할 때까지 계속 상승했다.​

주택 시장으로 흘러들어온 자금

지난 미국의 부동산 거품은 엄청난 담보 대출이 원인이었다. 일부 대출 기관이 대출금을 갚을 수입이 있다는 증명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이런 ‘라이어 론(Liars Loans)’이 시장의 광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1600년대와 1700년대의 암스테르담에서는 주택 담보 대출이 흔하지 않았지만, 3차례 대규모 부동산 거품이 일어났다. 광기의 모기지 산업이 주택 시장에 점점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암스테르담에서는 주택 가격이 급등했을까?



논문에서는 당시 네덜란드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으로 삼던 주식, 국채 및 부동산과 관련이 있으며, 국채에 투자하던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1600년대와 1700년대 네덜란드 정부는 여러 차례 원정 전쟁을 벌였다. 정부는 네덜란드 투자자들에게 국채를 팔아 수십 년 동안의 전쟁 비용에 썼다. 네덜란드 투자자들은 정부의 "전쟁" 국채에서 나온 이자를 다시 국채에 재투자하곤 했다. 당시 국채는 분명 "안전 자산"이었다.​

하지만 수십 년에 걸쳐 국채 발행을 늘려온 끝에 네덜란드 정부의 부채 규모는 너무 많아졌고(1700년대 초 GDP 대비 거의 200%), 그에 따라 모든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데 고충을 겪게 되었다. 따라서 네덜란드 정부는 신규 국채 발행을 줄여야 했다.​

이윽고 정부가 신규 국채 발행을 중단하자, 많은 네덜란드 투자자들은 기존 국채에서 나온 이자와 신규 국채에 투자하려던 대기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신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오면서 거품, 특히 1715년~1740년 거품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네덜란드 투자자들이 부동산 투자에서 외국 투자(영국과 프랑스의 국채), 즉 당시 금융 세계화로 전환할 때까지 정점에 달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주택 가격은 어디서 온 자금인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자금 증가가 18세기 네덜란드 투자가들이 국채 이자를 주택에 투자해서 건, 21세기 미국 대출 기관들이 누구에게나 마구잡이로 대출을 해줘서 건, 아니면 현대 중국 투자자들이 자국에서 벗어나 안전한 외국 투자를 모색해서 건, 그 자금의 출처는 중요하지 않으며, 오로지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부동산 시장에 자금 유입이 증가하자, 주택 수요는 높아졌고, 그에 따른 공급은 아주 느리게 되었다. 극도로 비탄력적인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공급이 주택 가격이 다른 제품과 아주 다르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만일 밀 가격이 10% 상승하면, 1~2년 이내에 밀 공급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주택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의 주택 공급은 아주 비탄력적이며, 전 세계적인 금 공급보다 천천히 증가하며, 다른 나라 주택을, 금과 달리, 수요가 많은 곳으로 옮겨올 수 없다.​

주택 공급의 극단적인 비탄력성을 감안할 때, 주택 가격 거품의 생성과 붕괴는 자연스러운 경제적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부동산 거품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비슷한 점 두 번째 - 가격 모멘텀

200~400년 전 암스테르담의 부동산 거품과 현대의 부동산 거품 사이의 두 번째 비슷한 점은 투기와 그에 따른 가격 상승 모멘텀이었다.​

논문에서는 상당한 가격 모멘텀 효과를 발견했다. 즉, 가격 상승이 자체적으로 더 높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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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주택 거품 200년)

경제학 제1 법칙 파기

무언가의 가격이 상승하면, 경제학자들은 구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지만, 거품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일부 매수 대기자들이 주택 매수를 꺼리는 것이 아니라 빨리 사두려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과거 가격 상승을 보고, 앞으로도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이 예상대로 계속 오르게 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여기에는 FOMO 요소, 즉 좋은 기회를 다른 사람들에게 뺏기고 싶지 않은 마음과 군중 행동이 작용한다. 그리고 주택 가격이 예상대로 계속 오르게 되면, 더 오르기 전에 빨리 사두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만일 상당 기간 주택 가격이 그리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장기 임대 소득이라는 새로운 주택 구입 이유가 나타나 새로운 가격 상승을 이끈다.​

주택 가격이 오래 크게 상승할수록, 매수 대기자들이 안심하고 매수에 가담하고, 그럴수록 주택 가격은 더 빠르게 계속 상승한다. 그러면 점점 더 많은 주택 매수자들이 보유 주택을 임대해 소득을 올리는 것보다 팔아서 매매 차익을 얻으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순환 효과를 일으키면서, 점점 더 강해지고, 주택 시장에 자금이 흘러들수록 주택 가격은 계속해서 끊임없이 상승한다.​

감정적인 요인

그리고 그러한 현상은 계속해서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의 수를 급격히 늘려서 주택 시장을 움직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암스테르담에서는 매년 2~3% 정도의 주택이 매매되어왔다. 즉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비율이 조금만 많아져도 전체 주택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714년~1750년 암스테르담 주택 거품)

논문에서는 이전 연도의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후 주택 가격 상승을 설명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즉, 이전 2년 동안의 주택 가격 상승이 이후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이었다는 뜻이다.​

이전 2년 동안 주택 가격이 상승한 모습을 지켜본, 매수 대기자들이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안심하게 되었고, 투자 대상으로서 주택을 매수에 가담했다. 매수 가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현재의 가격이나 경제 상황이 아니라, 과거의 가격 상승 추세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의 부동산 거품에 관한 연구 결과와도 아주 비슷하다. 지난 2~3년의 가격 상승 동향이 올해 가격 상승 정도를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된다.​

200년~300년 전 암스테르담 부동산 시장과 20년 전 미국 부동산 시장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문은 지난 2~3년 동안 주택 가격 상승이 이후의 주택 가격 상승의 원동력이 되었음을 발견했다.​

지난 주택 가격 상승(또는 하락)이 진짜라고 믿기까지 1년, 2년 또는 3년이 걸리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습성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인간은 최근 과거를 보고 미래를 바라보는 것은 분명하다.​

거품의 경제학

거품을 정의해 보자면, 무언가의 가격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이 더 적게 사는 게 아니라 더 많이 사게 만드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거품은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이 더 적게 살 것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원칙을 깨뜨린다. 분명, 수요는 현재의 가격뿐만 아니라, 미래 가격에 대하 사람들의 기대에도 기반한다.​

주택 시장같이 공급이 크게 비탄력적이고 1년에 매매되는 비율이 낮은 시장에서는 미래에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조금만 높아져도, 그 자체적으로 전체의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 300년 전 암스테르담에서도 그랬고, 20년 전 캘리포니아에서도 그랬다.​

자료 출처: Real Estate Decode, “New Study Of Old Real Estate Bubbles (1582-1810) Finds Two Surprising Similarities With Modern Bub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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