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photo] 폭풍 같은 주말을 보내며

in #kr6 years ago

Sep. 2018, Seoul, Nexus 5x


무언가 해야할 일이 있고 기간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정말로 그 일 아니면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 이번 주말이 그랬다. 생활을 유지하는 데에 필수적인 시간 빼놓고는 모두 하나의 일에만 온 신경을 쏟았다. 심지어 꿈에서도 일과 관련된 일을 했다. 스스로를 몰아치고 나면 오히려 몰아치는 중일 때보다 마음이 편하다. 몰아치는 중일때에는 마음도 몸도 피폐해져가는 것이 느껴지는데, 상황이 완료된 후에는 보상으로서 그 시간을 즐기게 된다.

하지만 이건 착각일지도 모른다. 주말 간 몰아친 일의 퀄리티가 차근차근 준비한 일보다 좋기는 어려운 법이다. 단지 "효율"을 따져서 삶의 시간을 잘게 나누어썼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에 불과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좋은 결과를 내야하는 일에는 사실 별로 어울리지 않는 활용법이다. B에서 A로 올리는 것보다 A에서 A+로 올리는 것이 더 어렵고 노력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기에, 장인처럼 끝까지 매진해서 완성도 있는 작업을 할 것인가 아니면 전체의 총 합이 많아지도록 프로젝트와 프로젝트의 사이에서 적당한 마무리를 모아놓을 것인가 항상 고민하게 된다. 그 한 끗 차이가 정말로 치명적일 것인가.

폭풍 같은 주말을 보내고 나서 잠시 쉬는 중이다. 새벽이니 곧 잠에 들어야 한다. 최근에 밤을 새본적도 있지만 몸이 예전같이 못하다는 것을 느꼈다. 밤을 샜을 때의 - 뭔가 시간을 충실히 쓴듯한 - 기분은 역시 착각이다. 일상의 꾸준함은 잘 느껴지진 않지만 안정된 감각을 부여한다. 이 감각은 계속 지니기엔 다소 따분해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없으면 애타게 찾게 되는 감각이기도 하다. 이 감각에 지루해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최근에 꽤 열심히 살고 있지만, 열심히만 살다가 죽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가끔은 하늘을 본다. 촘촘한 시간 가운데에 일부러 걷고 보는 시간을 낸다. 흘러가는 시간 사이에서 시간이 잠깐 고이는 지점을 찾기로 한다. 나이테들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켜켜이 쌓이고 있고, 나이테의 지점을 하나씩 표시해두는 것이 결국 우리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중요한 표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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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같은 시간을 보냈음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나이테의 비유는 참 좋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잠깐이나마 푹 쉬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드디어 조금 멍때리고 있네요ㅎ

예전에 살인적인 프로젝트를 할 때면 책상에 쌓여있던 밀린 공과금 고지서가 기억나네요. 바쁜 일상에 쉼표도 자주 찍어보시지요. ^^

그렇지 않아도 지금 책상 정리 중입니다. 쌓여있는 서류가 꽤 됩니다. 쉼표를 드디어 하나 찍는 느낌입니다.

열심히만 살다가 죽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가끔은 하늘을 본다

아 이 말이 왜 이리 좋을까요..
이 한 문장에 이번 주말 얼마나 수고하셨는지 고스란히 느껴지는 거 같기도 하고..
밤 새는 거 정말 시간을 알차게 쓴 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건강생각하셔야해요..ㅎㅎ 전 이제 밤 새면 그 담날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소화가 안되네요..ㅋㅋ
쉬실 수 있으실 때는 정말 멍때리면서 푹 쉬시길 빌게요 ^^

감사합니다. 요새는 무리하면 저도 몸에 뭔가 이상 반응이 옵니다. 숨이 잘 안쉬어진다든지 가슴이 답답하든지 하거든요. 열심히 사는 것에 대한 목적을 한번쯤 되새기면서도 한편으론 순간 순간에 집중하려 애쓰곤 합니다. 오늘도 하늘은 참 높고 파랗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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