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think]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MECE)에 대한 상념

in #kr6 years ago


최근 프레젠테이션 하나를 발표하게 되면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어떠한 항목에 집중해야하는지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순위를 가리는 경연이나 대회 같은 경우에는 언제나 "평가 항목"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각 심사위원들의 평가 점수를 합산하여 정량적으로 가리는 과정을 택하는 사례가 많다. 이 때 평가자들의 전체적이고 주관적 심상을 반영하기보다는 사전에 명확히 설정된 축에 따라서 점수를 분배하여, 발표를 각 기준에 투영하는 과정을 통해 어떤 부분을 핵심적으로 살펴 보아야 하는지를 제시하곤 한다.

(하지만 결국 각각의 항목 내에서는 결국 심사자들의 주관적 감상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함정이기는 하다. 특히나 정량적으로 완벽히 떨어지는 판단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래서 먼저 직관적으로 점수를 떠올리고 그 다음에 논리를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이런 경우가 의외로 많을 것이라 짐작한다. )

이번 평가 항목의 경우에 계획의 구체성, 목표의 적합성, 사업화 가능성 - 이렇게 크게 3가지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렇게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으면 우리는 MECE를 바탕으로 구분지어졌을 것으로 기대한다. ( 케이스 인터뷰 등에서 너무나 기본적인 원칙처럼 생각되는 그 MECE 말이다.) 하지만 이런 평가항목들은 보통 "보기 좋게" 나뉘어져있는 것일 뿐더러, MECE를 반영해서 나뉘어져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파악하지 못하는 맥락이 생기기 마련이다.

- 평가 기준의 항목이 잘 구분되어 있을 것이라는 믿음

대한민국과 일본과 미국과 그 외 나라로 세계를 구분한다고 하면, 잘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계층적으로" 나라에 관한 것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과 도쿄와 캘리포니아주와 그 외 지역으로 구분한다면, 아무래도 이상하게 생각된다. 대한민국과 도쿄와 캘리포니아주는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사실 같은 층위에 있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서울, 도쿄, 워싱턴 정도를 제시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적합성과 구체성과 가능성은 과연 같은 층위인가? 구체적이고 적합해보이면, 가능성인 더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각각의 개별 성질들이 서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거나 구분하는 개념이라고 하더라도, 항목들이 같은 층위를 반영할 것이라는 것은 어쩌면 믿음에 불과하다. 그래서 평가 항목의 "가중치"라는 개념이 도입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가중치도 사실 그냥 보기좋으라고 정해놓는 경우가 많다.

- 잘 구분된 평가 기준이, 평가 대상을 잘 판단하리라는 믿음

그래서 어떠한 기준과 평가항목들이 잘 나누어지고 서로 겹치지 않게 배치되었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항목들이 과연 평가 대상을 정말로 잘 판단할 수 있을까? 사실 앞서 제시한 항목들은 비즈니스 투자에 관한 것이었는데, 목표와 계획은 언제나 상황에 따라 수정될 수 있고, 가능성은 종종 새로운 시장과 소비자의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능한한 모든 시나리오를 짜오라는 것이 아닌 이상) 위 항목들 ( 계획의 구체성, 목표의 적합성, 사업화 가능성)을 고려하였을 때에, 주어진 시장 안에서 규격화된 비즈니스 수행의 과정 말고는 도출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모든 시나리오를 짠다고 하면 자원의 낭비이거나 별반 실현 가능성 없는 시나리오라며 무시당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니 사실은 잘 구분된 평가 기준이 무얼 담지 못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MECE의 원칙은 사실 위 두 가지 믿음이 어느정도 잘 전제된 상황에서 사용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물론 복잡한 상황에서 무언가를 "빼먹지 않고" 분석과 접근을 "효율적으로"하기 위해 필요한 관점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위 두 가지 믿음이 과연 어디까지 지지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치 않고, 기계적으로 적용하다보면 보기 좋아보이긴 하겠지만 분명히 어딘가에서 함정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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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평가 및 발표를 모두 해보는 입장에서는 역시 정량적으로 정해진 평가기준 보다는 그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역량을 보여주는가에 당락이 결정되더군요.
MECE 오래간만에 보네요. ^^

발표 때, 뭘 해왔고 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집중했던 기억이 납니다. (+ 제가 질의응답 같은 걸 무척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회사 다닐때 기억을 소환해 주시는군요. 흐흐 qrwerq님의 발표가 본인의 그동안의 역량을 충분히 설명해 주었다고 믿어요 ㅎㅎ 화이팅!

표준화된 원칙과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발표에 대해서 저도 그렇게 믿습니다ㅎㅎ 다행히 이번에 결과가 괜찮아서 조금 더 재미있는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dozam 님의 추천으로 보팅배달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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