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김덕기와 (cbs라디오 2018년 5월 13일자)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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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기씨는 요리 좋아하시나요? 음, 저는아내랑 같이 밥 먹는게 저녁 밖에 없어서 밥을 제가 합니다. 요리는 정성이라고 하죠. 그런데 대체로 음식의 맛과 시간은 비례하죠. 문제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음식 만드는데 시간을 많이 쓸 수 없다보니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비법이라고 공유합니다. 예를 들자면 육수를 만들어서 식힌 다음에 얼리는거죠. 육수는 빨리 변하니까 냉장실에 둘 수 없거든요.

이 문제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2014년 7월, 핀란드의 Ovi라는 잡지는 핀란드에서 레토르트 식품이 뜨고 있는 이유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일부에선 한식만 슬로우 푸드라고 생각합니다만, 사실 양식도 조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어지간한 스튜도 두 시간은 끓여야 합니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맞벌이 부부가 한 끼를 먹기 위해 몇 시간을 음식 조리에 쓸 수 없는건 핀란드나 우리나 마찬가지죠.

그리고 다른 문제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식당이 아이들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실 안전의 관점에서도 따지고 보면 음식점은 상당히 위험한 곳입니다. 요리는 식재료에 열을 가하니까 뜨겁구요, 그 뜨거운 음식을 먹기 위해 젓가락이나 포크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데, 이거 잘못 쓰면 흉기가 됩니다.

이런 공간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면 화상이나 자상을 당하기 쉽죠. 한식만 끓는 찌개를 바로 내오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양식도 시즐러의 경우엔 고기에서 지글지글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뜨거운 상태로 내어오잖아요? 거기다 우리는 기껏해야 젓가락인데, 양식은 꽤 날카로운 포크와 나이프를 쓰니까요. 안전한 장소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식당의 입장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이란 막대한 배상금을 물 수도 있는 잠재적 존재들인거죠.

조리할 시간은 없고, 그렇다고 식당을 찾자니 아이들을 반기지 않고, 그래서 조리 시간이 짧은 간편식을 찾게 된다는 것이 Ovi의 보도였습니다. 음, 그런데 이 이야기 좀 낯익지 않나요? 이 기사가 났던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선 노키즈존을 선언한 식당들과 부모들의 논쟁이 벌어졌었습니다.

여덟살, 혹은 열살 미만의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선언을 하는 공간들이 2016년부터 2017년 사이에 늘어났죠. 아이들의 부모는 그럼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고 반발했었구요. 작년 말,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이 일종의 차별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부모들이야 환영했지만, 한국은 자영업자의 비중이 어느 나라보다 높은 나라죠. 음식점 업주들은 인권위의 이 같은 결정이 탁상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지요.

하지만 아이 때문에 식당을 못 가는 소비자들이 있다면 공급자들이 나서는게 자본주의잖아요? 핀란드에선 조금 국제적인 해법이 나오더군요. 2015년 7월에 헬싱키 타임즈에 네팔 식당들에 대한 기사가 실린 적이 있습니다. 네팔 사람들은 아이들을 신의 축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키즈존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채식 위주라서 인기라는 기사였습니다.

이건 제가 실제로 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어쩌다가 2016년 여름에 핀란드 헬싱키에 3주 출장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유독 눈에 띄던 것은 네팔 식당들이 참 많더라는 겁니다. 사실 요식업계에서 일하는 네팔 사람들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자신의 체인점을 늘려가고 있는 네팔인 사업가들이 몇 분 계시죠. 그런데 이 분들은 ‘네팔음식점’이라고 쓰기 보단 ‘인도 음식점’이라고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한국의 그 많은 인도 음식점의 주방에서 인도인이 일하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인도 음식점 주방은 네팔인들이 맡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간판에 네팔음식점이라고 쓰지 않고 인도음식점이라고 쓰는 이유는 네팔이라는 나라의 존재감 때문이죠. 인도 음식이라고 하면 그 향신료들의 어우러진 맛이 바로 연상되지만, 네팔 음식이라고 하면 연상되는게 딱히 없잖아요? 이건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인도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 종업원의 상당수는 네팔 출신이에요.

그런데 헬싱키엔 한 두 블럭마다 ‘네팔 레스토랑’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식당들이 성업중이더군요. 좀 신기해서 도착 첫날 숙소 앞에 있던 네팔 식당에 들어가 봤습니다. 아내가 네팔인이다보니 짧은 네팔어로 인사했더니 아주 반갑게 맞아주시더군요. 네팔 사위가 찾아왔다고 차도 한 잔 얻어먹을 수 있었죠. 어떻게 핀란드에서 이렇게 네팔 식당들이 성업중일 수 있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Ovi의 이 기사를 이야기하더군요. 그리고 뒤에 딱 한 마디 붙이더라구요. “우리 네팔인들은 아이들을 신의 축복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진심으로 아이들을 반기니까 가족 단위가 자주 찾는 식당이 되어가고 있었던거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족 단위의 매출은 한 두명이 찾는 것보다 더 크니까 더 붐이 인거구요.

하지만 좀 더 따져보면 네팔 식당은 ‘노키즈존’을 선언할 수 밖에 없었던 식당들과 다른 점이 더 있습니다. 인도 네팔 음식들은 기본적으로 손으로 먹는 음식이에요. 숟가락 대신 손을 이용하다보니 한식이나 양식처럼 뜨거우면 안됩니다. 화상 입을 이유가 없죠. 물론 주방엔 뜨거운 물건들이 많습니다만, 손님이 주방까지 들어올 수 있는 곳은 없잖아요? 거기다 손을 이용하니 자상을 입을 수도 있는 포크나 칼 같은 것도 없구요.

노키즈존을 핀란드가 해결한 방법이라고 정리하면 될까요? 히말라야의 작은 나라 식당이 이 갈등을 정리했다는 것도 재미있지 않나요? 음, 핀란드 요식업 이야길 한 김에 이 이야기도 더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틱스타트업이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북유럽 국가의 스타트업들을 소개하는 블로그인데요. 이 블로그에 독특한 요식업 스타트업들이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음식은 쉽게 상하잖아요? 그래서 어마어마한 쓰레기들을 만들어내죠. 음식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들이 있답니다. ResQ club과 Lunchie Marker이라는 스타트업은 식당에서 조리된 시간이 오래 지난 음식을 최대 6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배달해주는 업체들입니다. 식당에선 음식 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저럼한 가격에 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 꽤 성업이라고 하는군요. 비슷한 업체로 Froodly와 From waste to taste라는 업체도 있습니다. 이 스타트업들은 진열시간이 지났으나 아직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을 최대 70% 할인된 가격에 배달해주는 곳이에요.

어느 나라에서든 음식물 쓰레기는 처리 공정이 좀 복잡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이 퇴비화인데, 이건 냄새를 많이 풍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꺼리거든요. 거기다 수분이 많을 수 밖에 없으니 태우기도 어렵구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거죠. 처리가 골치아픈 쓰레기는 줄인다는 생각, 어떻게 보면 간단한 아이디어이지만, 이게 또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4월 1일부터 비닐봉지를 분리수거 하지 않으면서 쓰레기 대란이 벌어졌죠. 재활용업체들에서 가장 환영하는 폐기물은 고철과 PET입니다. 가장 싫어하는 폐기물은 예전부터 비닐봉지였어요. 폐기물을 자원으로 쓰려면 곱게 갈아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 녹여서 쓰기 편하니까요. 그런데 비닐봉지는 잘 안 갈립니다. 가는 날에 말려들어가서 기계 고장이나 일으키죠. 거기다 태우는 연료로 쓰기에도 안 좋아요. 연료로 쓰려면 석탄처럼 오래 타야 하는데, 비닐은 종이만큼 빨리 타버리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태우면 보일러 안에 찌꺼기가 달라 붙습니다. 그런데 자원순환연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는 216억장의 비닐봉지를 만들어서 쓰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기술로 잘 처리되지 않는 폐기물이 216억장이 나오고 있는 셈이죠.

다른 나라들에선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처리가 곤란한 쓰레기는 줄이는 방법을 찾습니다. 에코 비즈니스 2015년 4월 24일자에 따르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선 2015년부터 비닐 봉지 사용이 금지되었습니다. 몇 번의 우여곡절이 있긴 합니다만, 카트만두 시는 계속 이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가 좀 더 심각한 스리랑카는 2017년 9월 1일부터 비닐 봉지 사용이 금지되었습니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가장 큰 쓰레기 처리장이 무너져 12채의 집이 무너지고 32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취해진 조치입니다. 스리랑카 콜롬보 시내엔 거대한 쓰레기의 산이 있습니다. 처리할 수 있는 양을 이미 초과한 상태였어요. 한국으로 치면 경기도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는 웨스트프로빈스주에 대규모 폐기물 처리장을 만들기 시작했던게 2013년인데, 거리가 좀 많이 멉니다. 그래서 비용 문제 때문에 사용 중단을 선언했던 콜롬보 시내의 폐기물 처리장에 계속 갖다 버리고 있었는데 결국 사단이 났던거죠.

이 두 나라에서 비닐봉지 사용 금지라는 조치가 취해진 것은 처리가 어렵다는 기술적인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나라든 경작 가능한 농지는 제한되어 있죠. 그런데 네팔은 남부 떠라이 지역과 카트만두 분지 정도를 제외하면 산을 깎아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 나라죠. 스리랑카는 섬나라니까 더 심하구요. 그런데 비닐은 토양오염과 해양 오염의 주범이기도 하거든요.

음식 이야기로 시작해 쓰레기 이야기까지 했으니 미인 이야기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랑콤 등의 모델인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지난 3월 11일 ‘나의 닭들과 나’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뉴욕 멘하탄에서 60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서 헤리티지 닭 40마리를 키우기 시작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베니티페어는 물론이고 뉴욕 타임즈까지 이 책에 대해 다뤘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유명인사들이 작은 규모의 농장들을 갖는 것이 유행이 된지는 꽤 오래입니다. 돈이 많으니 잘 사는 법에 대해 예민한 분들이죠. 미국의 채식주의 운동이나 유기농 농업 운동을 이끌어왔던 분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유기농이라고 해서 100%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죠. 예를 들어 작년에 유기농 양계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금지된 농약 성분이 검출된 적이 있잖습니까? 수십년전에 과수원 하시던 분이 뿌렸던 DDT가 아직까지 남아 있었던거죠.

안전한 농산물을 만들 수 있는 땅은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도시 근교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도시로 실어나르는 것 자체도 운송과정에서 석유를 써야 하니 아무리 유기농이라고 하더라도 친환경적이라고까진 할 수 없죠. 그래서 지역에서 농산물을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 운동도 벌어지고 있죠. 40마리로 출발하는 이사벨라 로셀리니의 양계장도 이런 운동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건 우리도 같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쌈 등을 키우는데 많은 공간과 흙이 필요한 것은 아니거든요.

핀란드의 네팔 식당 이야기부터 미국에서 살고 있는 이사벨라 로셀리니의 유기농 앙계장 이야기까지 했는데, 어쩌면 영양가 있는 이야긴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겠네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집에서 채소를 직접 기르고 비닐봉지를 쓰지 말자.

마지막으로 지난주에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잖아요? 비슷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오늘 5월 13일 오전 7시 30분 경, 제2의 도시인 수라비아 시내의 교회와 성당에서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최소 9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하지요. 이교도들의 공간 발리가 아니라 이교도를 타겟으로 한 공격입니다. 그런데 이런 류의 자살폭탄테러는 라마단 기간에 집중됩니다. ISIL 대원들은 자신들이 성스러운 기간에 죽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거든요. 올해 라마단은 5월 15일부터 6월 14일까지입니다. 이 기간 중 ISIL의 테러가 있었던 국가들은 가능한한 피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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