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나라 뉴스 -주말엔 김덕기와 (cbs라디오 2018년 6월 10일 방송분)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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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우리도 하는 고민들, 혹시 배울만한 점은 없을까? 힌트를 찾아 종횡무진 세계를 누비는 시간 여러나라 뉴스 시간입니다. 오늘도 재야 국제부 기자 성상원씨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성: 오늘 저녁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입국할 예정입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벌써 도착했다고 하지요. 이번 시간은 이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에 집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그런데 외신들의 경우, 북미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시각들이 제각각이라면서요?
성: 아무래도 부가 설명을 좀 드리는 것으로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스페인에서 소수 야당이 총리 불신임 투표를 밀어붙여 부패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라호이 총리를 쫓아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다룬 매체는 많지 않습니다. 스페인과 우리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스페인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한국분들은 많지 않죠. 반면 와인 좋아하시는 분들은 스페인 와인를 접하다가 그 나라의 지정학적인 배경들에 대해 찾아보게 되시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스페인은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와인이 다양한 나라거든요.

김: 와인의 다양성이라. 글쎄요. 스페인이 아무리 우리보다 다섯 배 정도 큰 나라라고 하더라도 다양한 와인이 나올 정도로 나라가 크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요
성: 그게 대서양 기후와 지중해성 기후가 달라지는 지점에 나라가 자리잡고 있기도 하지만, 스페인의 최남단 도서지방인 카나리아 제도는 스페인보다 아프리카 대륙의 모로코에서 훨씬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남부에서 카나리아 제도까진 1300km 정도지만, 모로코에선 200km 정도밖엔 안됩니다. 주로 산간지방에서 재배되는 스페인 본토의 포도와 달리 카나리아 제도의 포도는 거의 열대 사막인 곳에서 재배되는거나 다름 없죠. 하지만 이런 내용은 와인 애호가, 와인 수입상, 식품업체 관계자와 같이 현지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나 알만한 사실이지, 스페인에 대한 이미지는 몇 개의 TV프로그램이 만들어준 것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죠. 역지사지로 이야기하면 한반도에 대한 이슈 역시 이런 측면이 좀 있다는 겁니다.

김: 어떤 독자 혹은 청취자 혹은 시청자를 상대로 하느냐에 따라 언론사들의 보도 방식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말씀인가요?
성: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국가별로 바라보는 문제들도 다르고, 매체 주요 독자층이 워낙 차이가 나며 여기에 정치적인 이해관계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좀 많이 복잡합니다. 가장 광범위한 영어권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국의 BBC를 예로 들어보죠. BBC는 지난 6월 7일, 북미정상회담에 아주 공을 많이 들인 보도를 했습니다. 전세계가 기다리는 미팅, 트럼프와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기사였어요. 이 기사는 왜 북미정상회담이 큰 이슈일 수 밖에 없는가, 왜 두 나라는 서로 적대적이었는가, 북한은 핵을 어떻게 개발했으며 북한의 핵무기가 가지는 의미란 무엇인가, 북한이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중인 장거리 미사일의 목록과 사거리, 그리고 최근까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서로를 어떻게 비난해왔는가, 그런데 어떤 계기로 대화를 시작했는가(물론 평창 올림픽이었죠), 한반도엔 얼마나 많은 군인들이 있는가, 그리고 왜 싱가포르에서 회담이 열리는가,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아주 꼼꼼하게 설명하는 기사였죠. 이 기사에선 두 주인공 공통의 지인인 데니스 로드먼도 잠깐 등장하지요. 이런 기사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한반도 이슈가 왜 중요한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아주 도움이 되는 기사겠죠.

김: 어떤 것이든 쉽게 설명하려는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지요. 말씀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공력이 들어간 기사인 것 같습니다.
성: 기사에 영화처럼 크레딧이 붙어 있었습니다. 글을 쓴 기자, 추가보도, 그래픽 디자인 전문가에 프로듀서와 편집자까지 따로 있었던 기사입니다.

김: 대단한 공을 들였네요. 하지만 이렇게 공을 많이 들인 기사가 있다면 좀 짧은 형태들의 기사들도 실릴만 할 것 같은데요? 짧고 재미있는 기사는 없었습니까?
성: 있었습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도 맛집이 많은 곳입니다. 싱가포르 사람들 스스로가 먹는 것에 아주 집착하는 편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요. 최근엔 북미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한 음식을 소개한 음식점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김: 하하 어떤 음식들이 소개되었을까요? 설마 100% 한식은 아닐 것 같은데.
성: BBC의 그 프로그램에 등장한 식당 중 한식당은 없었습니다. 이들이 북미 평화협정이 잘 되길 바라는 싱가포르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메뉴라고 소개한 음식은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인 나시 레막입니다. 나시 레막은 코코넛 밀크와 판단 잎을 섞어 만든 밥에 튀긴 생선이나 닭날개 등을 매운 삼발소스에 겯들여 먹는 음식인데요, 모 식당에선 북미정상회담을 기념에 트럼프-김 나시 레막을 선 보였다고 합니다. 미국산 쇠고기와 김치를 올려놓은 거죠.

김: 상상이 잘 안됩니다. 코코넛 밀크로 만든 밥이라면 달면서 기름질 것 같고, 쇠고기 역시 상당히 기름기가 많을 것 같은데요. 김치로 그 맛을 덮을 수가 있을까요?
성: 실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한 진행자들의 평가도 아주 박했습니다. 맛이 조화를 이루는게 아니라 너무 각자 논다고 평하더군요. 미국과 한국의 알려진 음식을 섞어서 북미정상회담 기념 메뉴를 내놓았던 모양인데, 가장 후한 평가를 받았던 것은 햄버거에 김치 등을 다져 넣고,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한 김밥을 같이 선보인 식당이었습니다. 뭐 그런데 북한 김치는 또 우리랑 맛이 다르다고 하니 실제 두 정상이 먹을 밥이 무엇일지는 그날 가봐야 알겠죠.

김: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현지의 식당들이 이런 식으로 특별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면 싱가포르 현지에서도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을 것 같은데요.
성: 그렇습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구독자를 많이 갖고 있는 스트레이트 타임즈엔 지난주말부터 북미정상회담과 관련된 많은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세 가지 종류의 기사들이 나오는 중입니다. 첫 번째는 손님들을 잘 맞이하겠다는 싱가포르 정부관계자들의 이야기, 두 번째는 두 정상이 싱가로프의 어디를 주요 사진 배경으로 선택할 것이냐는 겁니다. 마지막으론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이죠.

김: 응 엥 헨 싱가포르 국방부 장관이 제17차 아시안안보회의에서 ‘싱가포르가 좋은 주최국이 되도록 맡은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이야긴 한국 언론에서도 많이 다뤘죠.
성: 예, 같은 인터뷰를 기사화했으니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싱가포르가 기대하는 배경들은 싱가포르의 렌드마크라고 불리는 곳들이라 역시 신기할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도 사실 덕담 수준입니다. 싱가포르 발로 나온 기사들 중에서 눈에 띄는 이야긴 중동 매체인 알 자지라 보도였습니다. ‘북한과 가교를 만들고 있는 젊은 싱가포르인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였어요.

김: 북한과 가교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인들이라, 저도 호기심이 좀 생기는 이야기인데요?
성: 조선 익스체인지라는 싱가포르 NGO가 있다고 합니다. 지난 몇년간 북한사람들에게 사업의 기본과 기업가정신 등을 가르치기 위해 자원 봉사자들을 북한에 파견해왔다는군요.

김: 북한 사람들에게 기업가 정신이나 사업의 기본 같은 것은 아주 낯선 이야기일 것 같은데요. 한국에 오신 탈북자들이 가장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라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거든요.
성: 예, 작년 3월 29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탈북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라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정부에서 모든 것을 주는 삶을 살다가 자신의 삶을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자본주의 체제로 들어오니까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었죠. 특히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한국으로 온 분들의 상당수는 농촌 출신이라 도시의 삶 자체가 낯선 분들도 있었다는 보도였습니다.

김: 그런 보도가 있었음에도 싱가포르인들이 북한에 가서 사업의 기본, 기업가 정신을 가르친다는 것은 북한의 체제변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일까요?
성: 음, 탈북한 기자분들의 이야길 들어보면 2010년 이후에 탈북한 분들과 그 이전에 탈북한 분들이 적응하는 속도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최근의 탈북자들은 스스로를 장마당 세대라고 부르며 시장경제에 상당히 적응한 상태라고 하더군요. 알 자지라의 기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싱가포르 NGO 참여자들은 미국이 북한에 가하고 있는 각종 제재들이 풀리면 북한이 상당한 수준의 개혁 개방 정책을 시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하네요. 사실 중국이 개혁개방에 처음 나섰을 때도 싱가포르에 자본주의 유학을 보냈던 것을 기억하면 분명한 신호 중의 하나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 북한이 본격적인 개방에 나설 경우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외신도 있었다면서요?
성: 경제전문 뉴스를 전하는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6월 3일, 북한 경제가 어떻게 개방될 것인가에 대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DMZ를 축으로 하는 밸트와 부산 원산-금강산, 그리고 라선을 거쳐 러시아로 연결되는 밸트, 마지막으론 인천 개성 신의주를 거쳐 중국으로 연결되는 밸트, 이 세 개의 밸트로 북한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는 기사였죠. 북한에서 확보할 수 있는 광물과 철도 연결들도 다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며칠 뒤인 6월 7일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누군가에겐 악몽이었다”는 보도도 했어요. 북한에 투자했던 중국회사와 아직까지 수익을 못 내고 있는 이집트 통신사에 이야길 하더군요. 제가 재미있다고 한 것은 기사 마지막에 개성공단에 투자했던 한국회사 대표 인터뷰를 붙여놓았던 겁니다. 개성공단에 직접 투자를 했던 이 사업가는 여러 악조건이 있었지만 북한이 다시 개방한다면 사업 전망을 아주 밝게 보고 있다는 말을 합니다.

김: 반면 아주 악평을 하고 있는 매체들도 있다면서요?
성: 어떻게 보면 악평이라기 보단 트럼프에 대해 불만을 가진 분들이 그 불만을 투사하는 것이라고 보는게 옳을 수도 있겠습니다. 지난 주에 뉴욕 타임즈와 트럼프 대통령의 설전에 대해 말씀드렸었죠? 뉴욕타임즈는 바로 어제 자사의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의 기명 칼럼을 실었습니다. 참고로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퓰리처 상을 두 번이나 받았던 분입니다. 한번은 89년 천안문 광장 취재로, 또 한 번은 남수단 다르푸르 분쟁을 취재한 것으로요. 그러니 결코 가벼운 분이 아닙니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북한, 트럼프. 그리고 인권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트럼프가 김정은을 설득해 적십자사가 북한의 노동수용소를 찾아갈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 음 뭐 나쁜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성: 그렇죠. 나쁜 이야기는 아니죠. 그런데 문제는 북한의 인권문제는 이번 북미회담에서 가장 먼저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한 주제라는 겁니다.

김: 아, 논의하지 않기로 한 주제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군요. 트럼프 대통령이 절대로 할 리가 없는 것을 주문한 셈이군요. 또 다른 입장은 또 없나요?
성: 제목부터 좀 자극적인 기사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실렸습니다. 북미대화는 아마 성공하겠지만, 끔찍한 댓가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가 제목, 부제목은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떠내려가게 방치할 것인가였습니다.

김: 상당히 자극적이군요.
성: 예, 북한 김정은은 잃을 것이 거의 없고, 트럼프 본인은 별로 잃을 것이 없을 것이라고 느끼겠지만 미국의 중요한 우방인 우리와 일본이 중단거리 미사일의 사거리 안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중요한 우방인 한국과 일본에게 이 회담의 내용은 악몽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러면서 마지막엔 미국과 북한이 적대적인 언쟁이 벌어지던 와중에도 대화를 하는 우리를 보면 두 코리아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정리하면 이 칼럼은 북미대화의 최대 피해자는 일본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셈이죠.

김: 그렇군요. 보는 관점의 차이에 따라 이렇게 많은 것을 다르게 본다니 좀 놀랐습니다. 모쪼록 이번 주에 벌어지는 이 세기의 만남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랍니다. 이 모든 우려들이 기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성: 저도 그렇습니다. 모쪼록 좋은 결과가 계속 이어져서 유럽까지 기차 타고 갈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기만 바랍니다.

김: 이상 재야 국제부 기자 성상원씨와 함께한 여러나라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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