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묘에 안치하고 돌아왔습니다.

in #kr6 years ago

대략 소식들은 듣고 있었습니다. 지난 주가 마지막일 것 같다는 이야기가 수요일 즈음에 전해졌고, 고인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마음의 준비를 딴엔 하고 있었죠. 저는 일요일 방송 원고 막판 정리를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올린 ‘주말엔 김덕기와’의 마지막 수정작업을 하고 있었죠. 8시 경에 부고 소식을 들었음에도 9시반까지 원고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님이 토요일 아침엔 양파 스프를 먹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물뚝옹이 소개한 레시피였습니다. 양파를 썰면서도 울고, 양파스프를 끓이면서도 펑펑 울었습니다. 눈물 콧물 흘리고 나서 정신없이 썼던 것이 명복을 빈다는 조사였죠...

조사를 다 쓰고 수원 사는 사람들끼리 모여 차로 달리기 시작했던 것이 오후 6시. 일산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한 것이 7시 반쯤이었습니다. 지인이 세상을 떠나면 그 지인을 아는 사람들이 모두 모이게 되죠. 어떻게 보면 생뚱 맞았을 사람들도 같이 모여서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뭐 제 경우엔 연식이 많다는 이유 때문에 주로 어르신들 방어팀이었습니다. ㅎㅎ 오래간만에 본 사람들과 꽤 오랜 이야길 나누고 새벽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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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한국 장례식장에선 고기와 술이 있다는 것을 아내님께 인증하기 위해 찍은 겁니다. 네팔에선 3일간 밥 굶고 그 후로도 며칠간 소금과 기름이 없는 밥을 먹거든요.

그리곤 오후에 녹음하러 가는데... 정말 힘들더군요. 지하철 1호선 구석에서 앉아서 갔습니다. 돌아올때도 앉아왔습니다. 지인에 따르면 다이소에 9천원짜리 낚시 의자가 있다고 하는데, 그거 배낭에 넣고 일요일마다 녹음하러 가야 하는게 아닌가란 생각을 하면서 갔는데... 뜻밖의 복병을 만났었죠. 목이 좀 잠겼습니다. 그거 때문에 PD에게 한 소리 들었죠...

오늘은 가족 납골당이 있는 수원으로 온다고(사실은 수원과 화성의 시 경계)해서 찾아가서, 고인을 핑계로 막걸리 한 잔 하고 왔습니다. 고인과 관련된 농담들 하면서 커피 한 잔 하고 돌아오니 저녁 먹을 때가 되더군요. 그래서 저녁 먹고... 내일부터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니 일찍 자려고 합니다.

한번 터졌다고 다시 터지진 않는데... 언제 생각나서 한참을 울게 될지는 또 모르겠네요.

물뚝형, 형은 자신의 생이 실패한게 아니냐며 두려워 했었다는데요... 국회의원 넷이 조화를 보내고 청와대에서 뺑뺑이 도느라 얼굴이 반쪽된 선임행정관까지 왔다 갔어요. 가족 분들은 무슨 방송국에서도 오고 국회의원도 여럿 왔다가 갔다고 좋아하셨답니다. 그리고 형의 놀이터 였던 트위터에선 세계 트위터 실검에도 잠깐 올라갔었답니다. 형은 실패하지 않았어요. 남아 있는 우린 형 핑계 삼아 호메실 근처에서 종종 모일께요. 오늘 자리에선 형 후계자 지명까지 했답니다. ㅎㅎ

먼저 갔으니 터 잘 닦아놔요. 다들 가는 곳이잖아요? 그럼 다시 볼때까지...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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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싫, 물뚝, 등등 처음 듣는 말들이 많지만,
아무튼 명복을 빕니다.

제주도에 있는동안 조의글 보고 알았습니다. 전 트위터도 접고 이제 그나마 스티밋뿐이라.. 사실 세상엔 그닥 관심은 없는 편이라서요. 딴지도 보진 않았습니다.
그알싫에서 물뚝님을 처음 알았네요. 언제라도 혹시 인연이 다으면 같이 한잔 했으면 좋겠다싶었는데.. 이렇게 그 소망은 이룰 수 없게 되었네요. 그분을 잘 알지는 못했습니담. 아쉬운 생명이 떠나셨네오. 국회의원, 청와대 사람은 아니지만 이렇게 멀리서도 너무나 아쉬워 하는 사람도 있으니 성공한 삶이었을겁니다. 혹 닿는 다면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음... 조금은 중의적인 뜻이었는데요;;; 사실 물뚝옹은 문 대통령에게 비판적 입장을 갖지만 이 정권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청와대에 그 양반 갔을때도 좀 냉소적인 입장이었는데 찾아왔다는거고... 글고 국회의원들은 도움을 좀 많이 받았던게 크죠. ㅋ 물뚝옹 집안에선 무진장 좋아하더군요. 하지만 사람들이 꽤 많이 찾았다는게... 그게 저승에서 그동안의 감정을 푸실 수 있는 뭐 그런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주절거렸던 겁니다. 터 잘 닦고 있을 겁니다. ㅎㅎㅎ

울다 웃다 하게 될 듯요. 오늘부터 다시 뺑뺑이 도는 삶이라;;;

물뚝님 방송 들으며 많이 배웠는데 이젠 더 들을 수 없고 새로운 글을 읽을 수 없어 아쉽습니다. 저런 모습의 아저씨로 나이 들면 괜찮겠다 싶었고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했었죠. 편히 쉬시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대한민국 중년남자 흔하지 않죠...

너무 일찍 가버렸네요. ㅠㅠ.

뭐 저 쪽에 계시는 분이 많이 쓰실 일이 있나부죠;;; 무검이도 그렇고... 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맙습니다. 모두의 마음은 첫날 전달했습니다.

물뚝심송님의 어쩌다 한국은 을 읽고 서평으로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로 채택되어야 할 책"이라고 적었던 게 기억나네요.

물뚝님에게 세상을 배운 것이 저만은 아닐겁니다.

지금 당장은 신인류 연대기 내내 터지던 아재개그가 다시 듣고 싶네요.

두 권의 책 중에서 좀 나간 책이죠. ㅎㅎㅎ

오늘 페이스북에서 소식을 접하고 먹먹해졌었네요. 그래서 혼자 추억 같은 걸 곱씹어보기도 했어요. 2013년에 기본소득 토크 콘서트에서 뵌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네요. 덕분에 왕좌의 게임도 재밌게 봤는데..ㅠ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아 그리고 덧으로, 스팀잇에서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뭐 고인의 조카가 부고 답례문이라는 것도 썼다니 적어도 가족들은 모두 행복하셨을 겁니다. http://www.ddanzi.com/free/512602574 물뚝형 형수님 직장이 가까운 곳이라 종종 보기로 했어요. 인생이란 이렇게 나가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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