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의 한계와 아이가 주는 깨달음.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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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아침 아이를 등원시키기 위해 챙겨야 하는 날이면 여러모로 정신이 없습니다.
깨우기, 아침밥 챙기기, 양치 및 씻기기, 로션바르기, 옷 입히기, 머리묶기, 준비물 확인등... 나열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겠네요..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하는 일들이 이렇게나 많았던건지 새삼 깨닫습니다.

등원 버스시간에 맞춰야 하므로 육아가 초보인 저에게는 행동별 Limit time이 정해져 있죠.

시간이 임박해오거나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재촉하게 되고 편하고 빠른 방법을 찾게 마련입니다. 어제 아침이 그랬습니다. 옷 입는 타이밍에 딱 손에 바로 잡히는 바지와 면티를 챙겨 입자고 하니, 싫다는 겁니다. 무조건 치마를 입겠다는 딸내미... 눈물까지 글썽이며 고집을 피우니... 저또한 되려 고집이 생겨 화를 내고...

서로간 팽팽한 긴장감이 돕니다. 결국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니가 꺼내서 입고 싶은데로 입어!" "스스로 알아서 하면 뭐라 안할테니깐 말야~"
이러고는 쓰레기를 버리러 잠깐 나갔다 왔지요.

그런데 왠걸 타이즈 위에 치마, 그리고 번듯하게 그에 알맞는 윗도리를 떡하니 입고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혼자 입은거 맞아?" 하니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응" 합니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정말 그럴듯하게 챙겨입고 있으니 할말이 없더군요.

그러면서 한술 더떠 머리도 혼자 묶겠답니다. 헐... 물론 제가 가장 못하고 힘들어하는 부분이 머리묶기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아이보다 제가 좀 더 깔끔한건 사실임에 머리를 묶어주며 생각이 들더군요.

'내 스스로 아이의 한계를 한정지어 버리고, 무조건 내 뜻대로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하고 있는것을 아닐까?'

'나의 귀찮음을 핑계로 다양성과 아이의 취향을 인정하지 않고 묵살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딸아이와 대화하다 보면 어른임이 부끄러워질때가 생기더군요. 좀 더 넓은 테두리 안에서 아이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것이 중요하겠단 생각이 드는 아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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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다시한번 느끼지만 자녀를 양육한다는게 참 어려운 일인것 같네요. 책도 열심히 찾아읽고 공부해야겠습니다. ^^ 아이를 가르치는게 아니라 아이가 저를 가르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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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내가 태어나서 어른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것에 틀림없습니다.
어디서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경험도 아니고요.

예, 힘들때도 많지만 참 뭐랄까 부모가 되어보니 느껴지는 감동이 있더군요. 키우는것도 처음하는 경험이니 좌충우돌 배워가며 조금씩 늘어가는것 같습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뭔가 어른의 깊은 깨닳음 같은 말인거같네요!!!

아이가 하는 말들이 아무말이 아니란걸 새삼 느꼈습니다.

따님이 치마를 입고 싶었나 보네요.ㅎ
이미 스스로 다 생각할 수 있는 나이니까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하나 봐요.
아이가 원하는대로 하게끔 해주신 게 좋았던 거 같습니다.
부모가 된다는 건 어려운 듯...ㅎㅎ

정말 부쩍부쩍 자라는것 같습니다. 표현하는거 보면 깜짝 깜짝 놀랄때가 많습니다. ㅎㅎ

혼자 입은거 맞아?
응.

뭐지 이 데쟈뷰는...

자녀 키우시는 부모님들은 다 비슷하군요^^

아니요... 와이프가 제게 하는 말입니다. ㅜㅜ

어이쿠~ 제가 실례를... 근데 웃음이 나와버렸습니다.^^ 센스 짱이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둥이는 뭘 입어도 멋지지

따님이 고집 부린 덕에 새로운 것을 아셨는데요.^^
스스로 옷도 입고 아주 기특하네요.
아이들은 스스로 알아가고 깨우쳐가는 것 같아요.
이제 좋은 방향으로 나가게 도와주시기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ㅎㅎ

예, 열심히 노력해 봐야지요^^ 건강하게만 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양육의 프로가 되려면 할아버지가 되도 힙듭니다. 할머니는 프로가 되더군요. 애가 많아도 프로는 안되더라구요. 애들이 애들을 돌보는 구조가 되니... 아빠들은 언제나 아마츄어. 잘해도 세미정도 되겠네요.특히 딸가진 아빠들은 더욱더.

그쵸 완성하지 못할 영역으로 생각됩니다. 전 흉내만 내뿐이지요.. ㅎㅎ 참을성을 가지고 바라보는게 참 힘듭니다.

완전공감하고 가요^^

감사합니다~ 자녀 양육하시는 모든분들이 그렇겠죠?

그쵸^^ 따님이 참 예쁘세요~

어리더라도 모든지 다 해줘야한다는 것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해보도록 격려하는 방식도 좋은 것 같아요^^ 제 조카도 혼자 하려고 하는 것들을 보면 나름대로의 생각을 다 가지고 있더라구요^^

점점 그래야 한다는걸 느끼고 있습니다~ 부쩍부쩍 자라네요^^

그 아이는 훗날 커서 저명한 의류 디자이너가 되는데..

ㅎㅎ 센스 넘치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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