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집안의 저주

in #kr5 years ago

백백교와 전씨 집안의 저주
.
1937년 2월 16일 세계를 통틀어도 그 엽기성에 관한한 으뜸 자리를 놓치지 않을 무서운 사교집단, 백백교가 만일하에 드러났다. 교주는 전용해. 본디 이 종교의 창시자는 전용해의 아버지 전정운이었다. 동학 혁명군의 지도자 전봉준의 먼 친척이었던 그는 역시 세상이 곧 멸망하고 백백교인만 구원받는다고 외치며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첩이 60명이나 되는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1919년 죽었다.
.
그런데 그와 그의 부하들이 여자들 몇 명을 생매장한 사건이 뒤늦게 발각되면서 검거령이 내려지고 백백교 역시 소탕됐다. 그런데 경성 한복판에 그 잔당들이 번성하고 있었고 몇 명인지 모를 사람들을 죽이고 암매장하는 등 온갖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 왔음이 밝혀진 것이다.
.
교주 전용해는 사람 목숨을 파리보다도 더 가볍게 여기는 악마였다. 예배 도중 누군가를 지목하면 그 사람은 쓰러져 죽었다. 물론 이미 그 전에 죽인 뒤 시신망 앉혀 놓은 경우였다. 자신의 능력을 보이고 배신을 방지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거나 재산을 다 바치지 않거나 동요의 움직임을 보이는 신도들은 모조리 죽였다.
.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따르면 여인들을 앞에 세워 두고 ‘빤스를 내리라’ 하여 따르지 않으면 자기 신도 아니라 하여 몹쓸 짓을 하였다고도 한다.
.
한 신도가 수상한 거조를 보여 조사해 보니 백백교 고발장이 나온 일이 있었다. 전용해는 그의 12촌까지 다 죽이라고 명령했고 그의 살인기계들인 '벽력사'들은 그 업무를 수행했다. 여신도들은 그의 성적 노리개였고 거기서 태어난 자신의 핏줄들도 다 죽였다. 후일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벽력사'들의 범죄는 이렇다. 170명을 죽인 김서진, 167명을 죽인 이경득,127명을 죽인 문봉조. 그들은 때려죽인 시체를 거적에 말아 자전거 뒤에 싣고 한강으로 가서 던져 버릴만큼 이미 살인에 둔감해져 있었다.
.
일제도 망하고 세상도 끝장난다는 (일제가 망한다는 교리 때문에 신도들은 '보안법'의 적용을 받는다) 말세론으로 얼키설키 짜맞춘 교리, '백백백의의의적적' 주문만 외우면 무병장수하고 팔도 53곳에 정해놓은 백도교의 본소에 가서 살다가 물 심판의 날이 오면 금강산에 있는 피수궁으로 옮겨가고 그 곳에 기다리고 있으면 대원님이 하강하셔서 새 세상이 열린다는 새파란 거짓말에 수천 명이 속았고 그 중에 수백 명이 죽어 없어졌다.
.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하기사 개명하고 발전했다는 21세기에도 제 자식들에게 마귀가 들렸다는 이유로 구타 끝에 굶겨 죽인 자가 등장하니 그 당시에야 오죽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한 두 명도 아닌 수백 명이 신도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던 작은 사회에서 명분도, 이유도 빈약한 살육이 이뤄졌음에도 그것이 몇 년 동안이나 드러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 사건은 로이터 통신이 선정한 그 해의 10대 뉴스를 장식했다고 한다.
.
재판정에서까지 백백백의의의적적적을 읊는 치들도 있었고 그때까지도 그들의 교주에 대해 존대를 잃지 않는 이들도 많았으나 그들 또한 자신이 왜 그렇게까지 교주에 절대적으로 순종했는지 의아해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결국 회의 없는 믿음이었다. 전용해는 말세론과 실질적인 죽음의 공포를 통해 그들의 회의를 없앴고 회의를 잃은 이들은. 믿음의 길로 일로매진했다. 그 믿음 앞에서 상식과 합리는 물론 인간성마저도 녹아없어졌던 것이다
.
이 끔찍한 사건은 당시의 언론이 총동원돼 보도했고 온 경성과 조선이 백백교로 떠들썩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에 따르면 전국의 전(全)씨들이 애꿎게 욕을 먹는 가운데 어떤 점쟁이가 “전씨 가문에 두 번의 저주 있으리니 50년 안에 제 나라 백성을 사냥하고 학살하는 망나니 왕이 나고, 또 그 몇 년 뒤에는 전용해만큼이나 미친 야소쟁이 하나가 나리라” 예언했다고 한다. 재판정에서조차 미쳐 돌아가는 백백교 일당과 신도들을 보며 한 선비가 붓을 들어 지은 한시가 일제 총독부 기록에 남아 있다. 작자는 여전히 미상이고 사진은 계속 잘못 들어간다.
.
全狂暈相懍色起 전광훈상늠색기
완전히 미쳐버린 무리들 사이 겁난 기색 일어나고

皆騷里歌誅特棄 개소리가주특기
두루 소란한 마을에선 희생자 죽여 버리라 노래하네

刈首裂裸猥置埋 예수열나외치매
목을 치고 발가벗겨 찢은 몸 함부로 팽개쳐 묻으니

士歎宜毒蛇色祁 사탄의독사색기
선비가 탄식하되 마땅히 독사의 기운이 더욱 승하리라 하였다.

Coin Marketplace

STEEM 0.26
TRX 0.11
JST 0.032
BTC 64615.49
ETH 3112.63
USDT 1.00
SBD 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