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보다연애] 사랑은 현실적이지 않은가?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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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랑을 해본 적이 있나요?”

“사랑은 현실적이지 않아!”라고 말하는 이들의 심정이 이해된다. 지금 현실은 ‘돈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천박한 자본주의적 중력이 작용하는 공간이다. 이 중력을 절절하게 경험한 사람이라면, 사랑과 연애는 세상물정 모르는 어리숙한 사람들 혹은 그나마 돈 좀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랑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생산으로서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은 중력이 작용하는 지구에서 달나라 이야기하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하고 공허하다.

‘사랑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니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진짜 사랑을 해본 적이 있나요?” ‘사랑-현실’의 문제, 아니 노골적으로 말해 ‘연애-돈’의 문제에 대해서 어쩌면 우리는 거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우리의 생각은 이렇다.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사랑을 할 수 있다’ ‘돈이 있어야 연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연애를 경험한 뒤에 이건 앞뒤가 뒤바뀐 생각이란 걸 알게 되었다.

연애와 사랑의 진실은 이렇다. ‘사랑을 하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연애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 선뜻 납득할 수 없겠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많은 연애를 했지만, 여자 친구였던 모든 사람을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외롭다는 이유로, 섹스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만났던 적도 있다. 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했던 적도 있다. 그 소중한 경험으로 나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사랑을 하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연애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사랑, 그 자체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준다.

진짜 사랑하지 않았던 사람과 연애 중일 때는 현실적인 문제에 맞닥뜨리면 언제나 투덜거렸다. “돈도 없는데 연애는 무슨 연애야!” 그러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녀와 연애는 달랐다. “언제 볼 수 있어?”라는 그녀의 물음에 데이트할 돈이 없어서 난생처음 ‘노가다’를 하러 갔다. 그녀와 연애하지 않다면, 나는 결코 돈을 벌지 않았을 것이다. 말하자면 진짜 사랑을 했기 때문에 돈이 생긴 것이었다.

아버지 사업 부도와 연속된 취업 실패로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하루 종일 방에 처박혀 오락만 하던 친구가 있었다. 세상에 겁을 먹고 무기력하던 그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낸 건, 그를 걱정하던 체 하던 인간들이 아니었다. 여자 친구의 ‘보고 싶어’라는 전화 한통이었다. 그 전화 한통으로 그는 면도하고 옷을 입고 세상으로 나와 알바를 구했다. 사랑하는 그녀와 맛있는 것을 먹고, 차를 마시고, 영화를 보기 위해서.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해야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비단 남녀의 사랑의 문제만은 아니다. 모든 사랑이 그렇다. 곧 마흔을 앞둔 가장이 전업 작가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구구절절 다 이야기할 수 없는 많은 현실적 문제들이 있다. 그럼에도 주눅 들지 않고 삶을 헤쳐 나가는 건 사랑하는 두 아이 때문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두 아이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다는,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 앞서 당당하게 맞설 수 있다. 그게 사랑의 힘이다.

생산으로서의 사랑? 현실적이지 않다. 소비로서의 사랑? 벗어날 길이 없다. 그게 우리가 처해 있는 삶의 조건이다. 하지만 연애해야 한다. 돈이 넉넉하고 현실적인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사랑을 해야 돈이 생기고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면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을 해내는 혁명이 가능하다. 그래서 누구보다 사랑에 대해 절절하게 고민했던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는 그렇게 말했나 보다.

“사랑은 하나의 혁명이고, 모든 혁명 중에서도 가장 심오하고 가장 축복받은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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