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 것이란 뭘까?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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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는 것.

사람들은 생각을 한다. 뭘 할까? 어떻게 하지?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하지?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뭘 하고 싶어하고,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인생에서 수도 없이 많이 해왔던 거 같다. 아마 상당한 시간을 소모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샤워를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든적이 있다.

내가 샤워를 하기 전에 고민을 했었던가?

생각해보니, 별 생각이 없었던 거 같다. 그냥 몸이 찝찝하니 화장실로 간 것 뿐이고 볼일을 보고 나니 샤워를 하고 싶었다.

아, 샤워를 그냥 내가 하고 싶었구나.

이걸 깨닫고 나니, 나는 여태까지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하려고 할 때 수많은 고민을 해왔던 게 되어버렸다. 알을 깨고 나오기란 어렵다. 따뜻하고 아늑한, 보호받을 수 있는 어딘가에서 뻗어나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확신과 불안은 한 끗 차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행동하는 것도 한 끗 차이다.

무와 유, 0과 1인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난, 하고 싶지 않은 핑계를 스스로 만들어 내기 전에 그냥 행동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그저 앉아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않다는 걸 깨닳았다. 무언가를 해야 다음 관문이 열리는 것이었다.

애초에 꿈이라는 건 없는지도 모른다. 일찍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난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괜시리 부러워지던 때가 있었지만 그 친구들도 관심 있는 일을 하다가 다른 길로 빠지는 걸 보고는 생각했다. 확신이 있어도 선택지는 있다는 것. 그리고 확신이 불안으로 바뀌는 건 한 순간이라는 것이다.

상황의 영향이 크지만 마지막 선택은 결국 자신의 몫이다. 그렇기에 자신을 자극하는 것들에 대한 무시를 연습해야할 필요가 있다. 여태까지의 확신이 불안으로 바뀌지 않으려면 그만큼 멘탈 케어가 중요한 것 같다. 쉽진 않지만, 매순간의 선택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 남은 자신의 인생을 살아주지 않는다는 생각, 그리고 자신의 행동과 말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자신에게 일임된다는 것.

결국 선택을 하고 후회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는, 자신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바뀔 수 있다. 내 선택을 믿고, 내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연습해 나가야 하며 무엇보다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해야한다. 선택을 하기 전에 많은 고민을 동반할 수는 있지만, 설령 후회한다고 해도 앞으로의 길을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쪽으로 걸으면 된다.

후회는 있지만 지나간 일인걸. 어쩔 수 없잖아. 나는 현실에 살고 있고 지금이 중요한 거야.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냥 해보자.

내가 너무 불안하고 힘이 들때, 항상 마음속으로 되뇌이던 말들이다. 샤워하는 것처럼 그냥 하면 되는 것들 앞에서 망설여질 때. 가끔은 그냥, 그냥이 안될때 항상 생각했다. 그리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신이 아프면서 성장하는 것을 느낄 때, 그 숱한 고민들 앞에서 무릎 꿇고 울었던 나 자신을 떠올렸다.

결국 거름이 되었구나.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은 나에게로 돌아왔다. 사소하다고 치부했던 작은 것들조차도 모여서 나에게로 돌아왔다. 잘된 일도 있고 잘 안된 일도 있지만 결국 다 내가 안아야 한다. 그게 어른이고 한 인격체다.

0을 1로 만드는 일은 꽤나 어려워 보인다. 원래 겉은 딱딱해 보이지만 속은 여문 계란처럼, 힘든 이 사회도 결국 까고 보면 다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는 얘기다. 치이고 까이고 무너지고 아파하고 힘들어 해도, 잡아줄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좋다. 나를 밀치는 사람이 있다면 나를 밀어주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우린 다 얽히고 설켜서 서로 돕고 도움 받는 나약한 존재들이니까.

그래서 난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하고 샤워를 한다. 옷을 입고 출근을 하고, 매일 새로운 과제들을 수행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게임과 같은 도전들을 수행하다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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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살다보면 앞만 보고 갈 수 없을 때가 종종있죠
후회 안한다고 하면서 항상 후회하는...

나를 밀어주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큰 위안이 됩니다.

그냥... 뭔가를 할수 있다는것이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냥' 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어느새 부턴가 뭔가 말하고 싶지 않은 어떤 것을 치환해서 '그냥'이라고 하는 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그 속 뜻을 찾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그냥 하는 것은 없는 것 아닐까요? 말하기 뭣해서 '그냥'이라는 표현을 저도 쓰긴 합니다만. ^^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고 계신 것 같지 않아 보여서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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