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양이 2

in #kr6 years ago

sirin.png




 한 아이의 엄마가 자해했다. 그 아이의 엄마는,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것들을 감당하려 했다. 자기만 참으면 아이들의 미래가 좀 더 편해질 줄 알았고, 더 나을 줄 알았다.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살면서도 아이들이 맞아 죽지만 않으면 된다고, 내가 보호하면서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아빠는 보지 못하게 막아섰지만, 아이들은 엄마가 방에서 나오지 않던 그 몇 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붉은 바다를 잊지 못한다.


 아이들의 엄마는 아이들을 자주 때렸다. 아빠는 회초리를 들었고, 엄마는 맨손과 발을 이용했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미워하고 싫어해서 때린다고 생각했다.

 공부하지 않는다고 아이와 아이의 동생을 때린 날이었다. 아이의 몸에는 피멍과 살이 까진 상처들이 생겼던 날이었다. 아이는 일찍 잠에 들어 있었고 누군가의 인기척에 깼다. 다름 아닌 자신의 엄마였다. 방과 연결되어 있던 베란다의 불을 켜, 아이가 깨지 않게 조심히 들어왔다. 그러고는 가져온 약을 아이의 종아리와 팔에 발라줬다. 아이는 의아했다. 오늘 자신을 때린 상대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상대가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눈물을 훔치면서. 그걸 확인한 아이는 다시금 잠에 들었다. 실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그렇지 않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아이는 가끔 최초의 기억들을 떠올린다. 가족끼리 풍력 발전소로 소풍을 나갔던 기억, 엄마와 아빠가 다퉈 동생과 우두커니 손을 잡고 거실에 있던 기억, 잘 찍은 가족사진이었지만 뒷면은 싸움밖에 없었던 기억들.


 아이는 가끔 자신이 왜 이래야 하나 생각한다. 가족과 같이 사진을 찍을 때 왜 웃을 수 없는지를. 집에 돌아오며 보는 노을이 왜 그렇게 싫은지를. 집 앞 골목에서 나는 썩은 고양이 시체는 왜 자꾸 거기에 있을 수밖에 없는지를. 그런 것들을 왜 싫어하는지를 생각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생각한다.


 한 번은 학교에서 아이가 다른 친구를 때린 일이 있었다. 아이에게, 그 친구는 정말 친했던 친구였는데 반 아이들의 놀림거리로 전락해버리자 아이는 그 아이와 친한 자신을 때릴까봐 무서웠다. 사소한 말싸움을 걸다가 기어코 친구를 때리고 말았다. 아이보다 한참 덩치가 컸던 아이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아이를 때리지 못했다. 충분히 위압할 수 있었음에도 연신 자신의 볼만 만질 뿐이었다. 꺼지라고, 넌 10원짜리만도 못하다는 욕을 들으면서도 아이의 친구는 세상 누구보다도 순진한 소 같은 눈망울을 하고는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곧 눈물이 터질 것 같은 얼굴이었다.


 아이는 친구와 같이 집에 가던 길이 어색해졌다. 길옆의 황토 담이 씁쓸해졌다.

 아이는 친한 친구를 집에 데려오기로 마음먹었다. 전학 온 학교에서 그나마 초반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였는데, 가정 통신문을 나눠줄 때 먼저 말을 걸었다는 이유에서 아이는 그 친구와 친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여러 번 그 친구와 놀다가 굳게 마음을 먹고 집에 놀러 오라는 말을 했다. 친구가 오니 아이는 신이 났다. 친구에게 뭐든 구경시켜주고 싶었고 자랑하고 싶었다. 아이의 집에는 컴퓨터가 있었는데 그때는 컴퓨터가 있는 집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거기다 게임까지 할 수 있는 컴퓨터라니.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호기심을 보이며 아이에게 시켜달라고 했다. 아이는 흔쾌히 해도 된다고 했고, 자신이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자신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는 아이였다. 그런데 문제는 조금 이따 발생했다. 친구가 분명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본체의 뒷면이 궁금했던지 무언가를 만지다가 컴퓨터가 고장이 난 것이었다. 아이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고, 친구는 자신이 한 게 아니라며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아이는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이 아빠에게 혼이 날 것을 생각했고, 불안에 휩싸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 친구를 보냈는데 뒷수습이 문제였다.


 그 날 밤, 아이의 아빠가 퇴근하고 손목에 손수건을 묶은 엄마와 이야기하고 있을 때였다. 아이는 아빠에게로 가 컴퓨터가 안 된다며 게임을 못 하겠다고 했고 아이의 아빠는 컴퓨터를 확인했다. 정말 고장이 났고, 어떻게 고장이 났는지에 대해 아이에게 묻자, 아이는 그냥 컴퓨터가 꺼졌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아빠는 초조해하는 아이를 뒤로 두고 본체의 상태를 보기 시작했다. 이상한 점을 발견한 아빠는 아이에게, 오늘 데려온 친구가 한 짓이냐고 물었다. 혼이 나기 싫은 아이는 그렇다고 말했다.


 아빠는 담임 선생님께 얻은 그 아이의 집 연락처로 전화를 했다. 그러고는 수리비를 청구했고 곧이어 수화기 너머의 아저씨는,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아이에게 돈을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학교에서의 아침, 돈만 주고 아무 말 없이 돌아서던 그 친구에게 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미안한 감정이 들었고 친구와의 관계가 불편했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학교에서 마치고 집에 가던 길, 그 친구가 아이를 불러냈다. 마치기 전, 청소 시간에 빗자루로 장난이라며 자신을 계속 툭툭 치던 그 친구가 따라오라고 하니, 아이는 조금 무서웠다. 그 친구를 따라 운동장 구석으로 갔다. 이윽고 주변에 자신과는 별로 얘기해보지 못한 친구들이 아이의 주위를 감쌌다. 그러고는 아이의 가방을 뺐었다. 처음 보는 친구가, 네가 일러바쳐서 친구가 곤란해졌다는 이유로 아이의 뺨을 쳤다. 다른 친구는 아이의 가방을 흙바닥에 질질 끌었고 아이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무서웠지만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반항하는 말들이 허공에 흩어지고 비명이 배경 음악이 되어 그저 괴롭힘만 당할 뿐이었다.


 결국 생각에서만 머문 행동들은 행해지지 못했다. 다른 아이들이 아이에게 화풀이를 다 끝내고서야, 아이는 집에 갈 수가 있었다.




Sort:  

잘 읽었습니다.
원컨데... 좀더 밝은 내용이 전 좋아요
나이 먹으면 우울한게 정신건강에 좋지 않더라고요

Go here https://steemit.com/@a-a-a to get your post resteemed to over 72,000 followers.

시만 쓰시는줄 알았는데 소설도 쓰셨네요
1편부터 보고 왔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ohmygazua 님에게 지원해주신 500스파 임대 마감일입니다 ^^
한달동안 임대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jerry.van.lee님이 sirin418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jerry.van.lee님의 [뉴비지원 프로젝트] "같이하자 Steemit" 뉴비에게 스팀 임차비용을 지원해주세요 [6차 당첨자 발표 ]

...ht">5월 11일-6월10일 sirin418/td>
2회

토닥토닥

토닥토닥.

johnyi님이 sirin418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johnyi님의 스팀잇 시집 등록 완료

...ttps://steemit.com/kr-youth/piggypet/2-the-sad-cafe-johnyi)
sirin418님 (https://steemit.com/kr/sirin418/johnyi)
jhy2246 님 (https:...

Coin Marketplace

STEEM 0.36
TRX 0.12
JST 0.039
BTC 69965.85
ETH 3540.49
USDT 1.00
SBD 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