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n's Diary] #67 - 반려동물의 유기에 관한 생각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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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pixabay.com


나는 내 동생을 고등학교 2학년 때 데려왔다. 동물들을 워낙 좋아할 나이. 그렇지만, 너무 좋아했던 나. 이상할 정도로 사람보단 동물들을 아끼고 좋아하게 되어버렸던 나여서,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자연스레 커졌다. 부모님께 울고불고해서 우리 동동이를 데려왔다. 분양을 받았는데, 책임 분양비 5만 원만 받고 싶어 하셔서 나머지 사료나 장난감값만 더 드리고 그 집을 빠져나왔다. 그 집의 사람 중 하나가 울었던 기억이 난다.


강아지를 훈육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때렸다.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론 내가 화가 나면 더 세게. 동동이가 아프다고 말하는 듯한 소리를 낼 때도 있었다. 그렇게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리면 말을 잘 듣기 때문이다. 말을 잘 들으면 내가 키우는 듯한 느낌이 들고 우위에 있는 듯해서 왠지 기분도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내게 아빠의 전화가 왔다.

"네 동생이 다쳤다."
"뭐? 누구?"
"강아지 다쳤어."

처음엔 내 친동생인 줄 알았다.

아빠는 키운 지 반년도 채 되지 않는 강아지라는 동물을 내 동생으로 부르고 계셨다.

급하게 집에 올라가 보니, 다리 쪽을 전혀 움직이지 못해 아파하는 동동이가 보였다. 무슨 일이냐고, 언제 이렇게 됐냐고 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누르면서 엄마에게 물었다.

"그게.. 동생이 산책하다가.."

엄마는 죄인이 아닌데도 죄인이 되어버렸다. 내 마음이 아플 걸 아셔서 본인의 마음이 더 아프셨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픈 순간이다.

사건은, 동생이 동동이와 산책을 하러 나갔는데 동동이가 너무 빨리 달리는 바람에 동생이 끈을 놓쳐버린 게 발단이 되었다. 동동이가 동네를 헤집고 다니다가 그만 모퉁이에서 나오는 차를 보지 못하고 거기에 깔려버린 것이다.

한 번, 두 번.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을 자동차 바퀴에 깔려 버렸다. 그 길로 동생은 동동이를 안고 자신의 손에 피가 흐르는지도 모른 채 울며 집으로 뛰어왔다고 했다. 동동이가 너무 아파해도 집으로 데려가야 했기에 계속 무는데도, 사고의 충격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집에 와서 엄마가 손이 왜 그러냐고 물었을 때 알아차렸다고 한다. 집에 와, 놀란 나를 보며 동생은 울었다.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다른 말은 하기가 싫었고 얼른 병원 안 데리고 가냐고 소리만 질렀다. 엄마는, 동네 병원은 치료하지 못했다고 일찌감치 갔다 왔다고 했다. 나는 다른 지역에 큰 병원을 찾아 밤 11시가 넘어서 엄마와 동생과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

수술하기 전, 의사 선생님께서 뽑아준 견적을 보며 엄마는 한숨만 내쉰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동동이가 다시는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어린 나이에 큰 충격을 받았다. 엄마는 데려온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안락사를 고민해보자고 하셨다. 나는 절대 안된다고, 엄마가 사람이냐고 대들었다. 엄마는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으셨는데 나 때문에 키우게 되신 분이다. 동동이보다는 우리 가족이 우선이셨을 것이다.

아빠에게 전화했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아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생명보다 중요한 건 없다.'며 바로 수술하라고 말씀하셨다. 엄마는 계속 한숨만 쉬고 계셨고 동동이는 그렇게 수술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후, 1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동동이는 입원해 있어야 했다. 고등학생 신분인 나는 멀리 떨어진 지역에 가서 동동이를 보진 못했다. 그저 다시 집에 오는 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다행히도 병원에서 마련해 준 동동이 입원방 CCTV를 매일 보는 것으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한 달이 지나고, 동동이를 부모님이 데려오셨다. 다리에 무언가를 칭칭 감고 있었고 걷지를 못했다. 부모님과 동생 앞에서는 울고 싶지 않았다. 그 날 방에서 새벽을 벗 삼아 울던 내가 생각난다.

그렇게, 걷지 못할 거로 생각했던 동동이가 걷기 시작했던 때는 집에 오고 난 후 석 달 즈음 지나서였을까. 배변도 엉덩이를 받쳐줘야 할 수 있었고, 걷는 것도 뒤에서 엉덩이를 잡아줘야 걸을 수 있었던 동동이가 두 뒷다리로 걷기 시작했다. 다리를 오래 쓰면 한동안은 또 절어야 했지만, 낫고 싶어 하는 동동이의 의지를 다친 다리는 이길 수 없었다.

재활 운동을 계속 시키다 보니 어느새 또, 세 달이 훌쩍 지나버렸다. 이제는 산책도 무리가 없다. 기적 같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기적이 있다면 아마 동동이가 나에게 제일 먼저 보여줬던 것 같다. 동동이의 다친 다리 쪽이 내가 맨날 혼낼 때 때리던 곳이었다. 그곳을 볼 때마다 말할 수 없는 아픔이 넘쳐 흘렀다. 다시는, 정말 다시는 폭력은 하면 안 되었다. 내 마음이 너무 아팠기 때문에. 다치기 전에 동동이를 혼낼 때, 일으켜 세워서 손을 들고 있게 했었는데 다친 다리 때문에 그 자세가 되지 않는다. 동영상도 찍어놓고 귀엽다고 하던 내가 떠오른다. 성인이 되고 나서 폭력에 대한 가치관이 잡힌 후에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미안하고 사랑한다.

지금은 다친 다리 쪽에 털만 나지 않고 다리는 잘 쓸 수 있다.

반려동물 유기에 관한 글을 쓰려다, 우리 집 강아지에 대한 얘기가 길어진 것 같다. 핵심만 썼어야 했는데 조금 후회가 들지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깊게 전달해드리고 싶은 마음을 묻혔기 때문에 그냥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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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동동이를 하늘나라로 유기할 뻔했다. 아빠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선택을 하신 게 아니지만, 결국은 돈보다 생명을 더 중하게 여기셨다. 그게 비록 사람이 아닐지라도. 엄마를 한동안 원망했었다. 길바닥에 동동이를 버리고 가는 거랑 뭐가 다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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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가 전봇대에 묶여 있는 개들을 많이 본다. 주인이 없나 한참 동안 기다린 적도 있었고, 주변 가게에 들어가서 물어보기도 했다. 다행히 내가 만난 개들은 다 주인이 있었다. 내가 개를 집안에서 키우는 처지라서 그런지 몰라도 밖에서 오들오들 떨며 주인을 기다리는 개들을 보는 내 마음은 시원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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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란,

동물이 장난감 같은 존재가 아니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자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반려동물이라고 주로 불리고 있다.
출처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36462&cid=43667&categoryId=43667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자이다. 물론 사람의 범주 안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같이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반려자로 지칭되고 있다. 반려동물은 알다시피 입양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자신이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키우기로 다짐했다면, 그에 따르는 책임들도 져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책임들을 한 번 나열해보겠다.

첫째, 죽을 때까지 함께 해야 한다.
인간이라면, 관계를 끊고 다시 맺을 수 있지만, 우리가 배려해야 하는 상대는 동물이다. 동물은 자신의 반려자를 선택할 수가 없다.

둘째, 외로워하지 않게 옆에 있어 줘야 한다.
반려동물도 외로움을 탄다. 자신이 기댈 수 있는 곳이 인간밖에 없기에 우리는 그 곁을 지켜줘야 한다.

셋째, 교감해야 한다.
살아가면서 반려동물과 인간과의 교감은 필수다. 서로를 느끼며, 친밀하게 지내야 관계가 원만할 수 있다. 특히나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반려동물에게는 교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내가 생각한 것들은 이런 것들이다. 물론, 책임이라는 생각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들이 더 좋겠지만 '유기'라는 짓거리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런 수칙들은 보편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반려동물을 키울 때는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다. 의식주 해결을 해줘야 하고, 아픈 곳이 있으면 병원도 데려가야한다. 키울 때는 그런 것들을 무시하기에 십상이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이러한 인식들이 보편화가 되어, 유기되는 동물들도 없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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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어쨌느니, 똥냄새가 많이 난다느니, 털이 많이 날린다느니. 그런 말들을 하며 사람들에게 핑계를 대고 반려동물들을 유기하는 책임감 없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예전부터 봐오던, 동물권 단체가 있다.

케어

이 단체는 2002년부터 오래 활동해 온 동물 보호 단체이다. 내가 유기 관련 뉴스 기사들을 접할 때, 많이 듣고 본 단체 중 하나다. 동물 관련 법안 시행 촉구, 유기 동물 보호, 학대 고발, 입양센터 운영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케어가 활동하는 동영상들을 보면서 정말 유기동물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주인을 찾아줘도 주인은 찾고 싶지 않아 한다. 개가 꼬리를 흔들며 주인의 차를 뒤따라가도 주인은 외면하며 더 빨리 달린다. 자기 일을 방해한다고 오토바이에 강아지를 매달고 죽을 때까지 달린다. 정말 잔혹하다. 물론, 그 사람들은 그것들이 다 자신의 '선'이라고 둘러댈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공생을 위해 사회에 기여를 해야하는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으로서는 그러한 행동을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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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를 정말 하면 안 되지만, (비겁한 사람들아.)
동물을 정말 유기하고 싶으면 차라리 입양센터나 보호센터에 맡기는 게 낫다. 길거리에 유기를 해버리면 대부분 차에 치여 죽거나 먹을 것이 없어서 이상한 것들을 주워 먹다가 내장에 탈이 나서 죽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제발 생명에 대한 예의라도 차려줘라. 너도 생명이잖아. 너는 존중받기를 원하면서 왜 다른 생명은 그렇게 두질 못해. 그것만은 해줘.

자신이 키울 자신이 있었더라도, 끝까지 함께해야 가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동물을 유기하는 것은 생명의 가치에 대한 배반과 자신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고 물론 그 동물에 대한 존중 또한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만연해지면 결국 생명에 대한 경외가 없는 피폐한 사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흔히, 동물을 대하는 의식 수준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들 한다. 우리나라가 조금 더 발전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정말 동물들과 공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공부를 하는 와중에, @jamieinthedark님이 글을 한 번 써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한 댓글이 떠올라서 제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써봤습니다. 앞뒤 없고 재미도 없지만, 글을 봐주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제가 쓴 글 중에 감정에 너무 많이 좌우된 글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미련한 실력이지만 최선을 다해 다듬어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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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다친 아이들은 쭉 고생인데 동동이는 그래도 행복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정말.

굉장히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동동이가 많이 아팠게어요. ㅠㅠ

ㅠㅠ 그때 제 마음도 정말 찢어졌었죠.

반려견은 정말 가족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을 키울 때도 유행을 따르거나 외형만을 보고 데려오는데 그건 정말 잘못된 것 같습니다. 유행이 지나거나 아이가 너무 커버리면 유기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반려견의 입양은 정말 신중하게 생각되어야 하고 동물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법안 개정이 정말 절실한 것 같습니다.

동동이 얘기 읽다가 눈물이 핑돌았네요 ㅠ_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지금은 다 나았답니다. ㅎㅎ

동동이 이야기 잘 봤습니다. 끝까지 함께 가야죠 가족이니까요

맞습니다. 끝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려구요.

요즘 반려견 정말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잖아요..저희 동생이 무지 좋아해서 강아지를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굉장히 강력한 메시지가 왔어요! 최고입니다. 저도 반려견과 함께 지내고 있지만, 생각을 정리를 잘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뿌듯하네요.ㅎㅎ

동감합니다 반려견은 가족처럼대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동감하는 바입니다.

정말 반려견은 가족입니다.. ㅠㅠ 슬픈글이네요..

너무 슬픈 글만 쓰는 건 아닌지 걱정되네요..ㅋㅋ

책임감 없으면 키우지 말아야되요ㅠ.ㅠ

맞아요.ㅠㅠ 저도 어릴 때 책임감 없이 데려와서 후회도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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