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just believe what I want

고통스러운 주말이 지나갔다. 월요일부터 혀에 치흔이 사라지지 않는다. 주말에 잘 먹고 운동도 했지만 역시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수면의 질이 안좋아서인가? 2년전처럼 휴직을 할만큼 몸을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레지던트인 그로부터는 왠일로 오늘 아침에 (그는 미국에 있기 때문에 저녁) 환자진료기록 다썼다! 이렇게 메세지가 왔었다. 새벽 4시쯤에 출근해서 9시까지 일하고 있는 그는 왠만한 컨설턴트는 저리가라하게 초인적으로 일하고 있다. 솔직히 그가 나보다 훨씬 더 노예처럼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삶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인가? 제일 멋있고 이쁠 때 햇빛도 못 보고 이렇게 일하는 것이 정상일까? 의사가 되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몸을 혹사 시키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 아픈사람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지쳐있는 것은 정말 안 좋은 현상이 아닌가? 이렇게 지독한 과정을 겪기 때문에 보상심리로 꼰대의사들이 많이 생기는게 아닐까?

컨설팅도 정상적이지 않다. 고객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받으면서 정작 일하는 사람들을 한 고객에게 집중을 시키지 않고 여러 안건에 참여를 시켜서 머리속 정보가 뒤엉켜서 뭐가뭔지 모르게 된다. 컨설턴트들은 기본적으로 말빨이 있기 때문에 임기응변으로 여러 상황을 넘길 때가 참 많은데 난 그런 상황들이 정말 싫다.

혀에 치흔이 생기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주말에 너무 우울해서 우연히 비어있었던 역 주변의 점 보는 부스에서 사주를 봤다. 사주를 보면 조금 먹구름이 덮여 있는 듯한 마음이 조금 시원해질까? 하지만 10분채 지나지 않았는데 후회하고 말았다. 일본사람은 사주를 잘 못 본다...일본에서는 한국만큼 사주팔자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그래서 제대로 보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차라리 타로나 손금을 보는게 낫다...

닥터인 그와의 궁합을 봐달라는데 내 사주에 선조가 보인다는 둥 엉뚱한 소리를 하지 않나 (선조가 보여서 어쩌라고), 이직을 하면 좋을지 물어보는데 그냥 이번 해는 내가 반쯤 물에 잠겨있다는 모호한 표현을 쓰질 않나...30분이라는 시간에 고구마를 천개정도 먹은 것같이 답답해졌다. 그와 나는 이번해에 서로가 잘 안 보인다고 (그럼 내가 일본에 있고 그는 미국에 있으니까 당연히 안 보이지) 하며 2020년에야 마주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난 그냥 마음을 먹었다. 사주팔자 따윈 믿지 않을 것이야. 2020년까지 어떻게 기달려. 인생이 나의 자주성없이 사주팔자에 따라 흘러간다고 믿고 싶지 않다. 사주를 뒤집어 엎고 말겠어. 물에 잠기면 나오면 되지. 서로 보이지 않으면 보러가면 되지. 그리고 난 내가 아직 예쁠 때 꼭 치흔이 생기지 않는 여유로운 삶을 살고 말거야.

부모님이 삼촌네 개들이라며 보내주신 사진이 마음에 와 닿았다. 옆에 개가 멍멍 짖어도 가만히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강아지. 그래, 난 이 강아지처럼 my way를 가야지. 주위에서 무슨 멍멍소리를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