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단상] "단편_ 응용인문학강의실 M201 #9" 혼을 빼 놓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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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용인문학강의실 M201 #9" 혼을 빼 놓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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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어른이야기를 했었죠? 오늘은 아이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조금 있으면 결혼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중에는 아이를 놓고 키우는 사람도 있겠죠?

미운 네살이라고,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건 가장 행복한 경험인 동시에 가장 끔찍한 일이기도 하다죠. 저는 결혼도 안해보고, 아이도 안낳아봐서 경험은 말씀드리지 못하겠지만,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기도 하고, 또 아이들 키우는데서 봉사경험도 제법 있어서 아이들의 생리는 상대적으로 익숙한 편이에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사실 아이들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시끄럽고, 귀찮고, 끊임없이 위험한 장난을 치고, 아이들의 부모도 늘 걱정이지만, 남의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도 마치 불발탄을 쥐고 있는 것 만큼 위험한 일입니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났을 땐 늘 큰 책임에 놓이게 되죠. 아마 왠만큼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들 그럴거에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가끔 아이들을 학대해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심심찮게 뉴스에 나오는데요. 아이들과의 전쟁(?)에서 아이들을 학대하다가 CCTV에 딱걸려서 지탄을 받는 선생님들이 있죠?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고 부모들은 결코 용서할 수 없겠지만, 부모들 또한 가끔 내 아이라도 화풀이를 하고 싶을 때가 있을겁니다. 그만큼 아이들의 만행(?)은 항상 도를 넘죠.

아이들 이야기지만, 역시 어른들 이야기가 될 것 같군요. 또한 내 아이가 아니라 남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에요. 아이들은 결코 지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위험이나 상황은 파악은 잘 안됩니다.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죠. 어른들은 그래서 위험한 것을 피할 수 있게 돕고, 경고를 하고,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개 어른들은 위험한 것도 알고,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도 알지만, 그것을 아이들에게 납득시켜주는 기술은 부족합니다. 그래서 윽박지르고, 소리지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이건 못알아듣는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어른들의 탓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아닌 다른 주변의 어른들은 남의 아이들을 야단칠 수도 없고, 기술도 없으며, 더구나 그 상황을 참고 견딜만한 인내심도 없습니다. 이게 대부분의 어른들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끝나고 나면 어른들은 그 아이가 다른 일반적인 아이들보다 더 말썽을 많이 부리고, 공공장소에서 점잖게 못시키는 부모들이 교육을 잘못 시킨다고 비난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렇게 행동하고,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렇게 말하죠.

어른들은 점잖고, 말잘듣고. 순하고, 예의바른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정서와 신체가 건강하다면 결코 점잖고 말잘듣고 순하고 예의바를 수가 없습니다. 그 아이가 건강하다면, 그 아이는 엄하게 키워진다는 명분으로 기질과 에너지가 억눌린 교육을 받았을 겁니다. 유년기의 이런 교육은 예의 바르게 크는게 아니라 그냥 감정이 억눌리는 겁니다. 그리고 이 억눌린 감정은 자라면서 반드시 부정적으로 폭발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드라마의 소재가 되는 재벌가 아이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수준은 상상이상이죠. 이건 드라마고요. 현실에선 어떤가요. 중장년이 되어서도 안하무인인 사람들이 뉴스에 많이 나오잖아요. 땅콩이라든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교육을 잘못 받아서라고. 그런가요? 그들은 훈육이든 교육이든 최고의 수준으로 받습니다. 이른바 '예의범절'도 말입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예의범절에서 오는게 아닙니다. 그들은 따뜻함이 아니라 엘리트가 되기 위해 날서고 차가운 시험대위에서 틀에 맞춘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건강하게 자랄 수가 없죠. 그러니 훈육에서 문제를 찾는건 옳은 일이 아닙니다.

시간을 되돌려 봅시다. 아이와 아이의 부모들을 탓하는 대부분의 어른들도 대개 그렇게 자랐습니다. 그건 사람이 자라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거든요. 하지만 당연하게도 자신은 그렇게 자라지 않았다고 잡아땝니다. 그리고 이 어른들 중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고 장담합니다. 이건 기억하지 못하거나 거짓말입니다. 물론 지금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도 크면 이 어른들처럼 자기는 순하고 점잖은 아이었다고 말할겁니다. 물론 기억나지 않거나 거짓말입니다. 사실은 그 피하고 싶은 상황에 대해 일어나는 짜증에 대한, 매우 비겁한 행동이죠.

앞에서도 말했지만 저 역시 말썽을 부리고 사고를 치는 아이들을 결코 좋아하지 않습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죠. 공공장소에도 아이들만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러 상황에 따라 모든 곳에 아이들이 온전하게 자신들이 하고 싶은 행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죠. 그러니 그런 공간을 마련해 주지 못한 공간에선 아이들의 행동을 참아야 하는거죠.

아이들은 반드시 친부모만의 아이가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 다음, 또 다음세대의 미래입니다. 물론 부모들은 사고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끔 잘 가르쳐야겠죠.관계없는 다른 성인들의 사회에 피해를 끼치는 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그 아이와 어떤 관계없이 그런 상황에 놓인 어른들도 아이들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도와야 합니다. 물론 그런 불편한 상황을 참아 주는 것도 어른들의 의무입니다.

한 사람이 성인이 되어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혼자서 할 수 있는데까지 자라는데는 셀 수 없는 사회적 비용과 시간이 걸립니다. 아이가 커 가는 과정을 참고 견디며 기다리고 지켜봐줄 수 없는 사람은 어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들도 어른이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으며 많은 어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어른이 되기까지 수많은 비용을 썼을테니까요.

여러분 중 몇몇 분은 것은 곧 부모가 되고, 또 아이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아이들의 만행을 참을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만행은 부모들에게 가장 어렵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낳고 키우는 것만으로도 사회의 큰 조력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아이들의 행동을 빌미로 아이들의 부모들을 던지듯 비난하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않습니다.

같은 시간을 살지만, 좀 더 현명한 삶을 살기위해, 더 깊은 사고에 도달하기 위해, 그리고 좀 더 사회적이기 위해 배우는게 우리가 배우는 인문학입니다. 그리고 기본은 소통이죠. 상대와 상관없이 소통이 가능한 가장 기본은 다른 상대를 잘 알려고 노력하는 과정, 이를 통해 공생하는 방법을 모색하는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