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함과 무례함, 그 사이에서

in #kr6 years ago

단호함.png

처음으로 (어색한) 독백체로 써보는 글

나는 그다지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부모님께서 교육을 중요시하는 덕에(교육 자체를 중요시한다기보다는 좋은 대학진학을 위한다는 측면에서) 학습지나 학원 등은 계속해서 다닐 수 있었는데, 중학교 시절 다니던 종합학원에서 있었던 일이 기억난다.

중2병이 한참 도지던 (-ㅅ-;) 15살 여름 어느날, 학원에서 주말보강을 잡았는데 그간 착하고 말잘듣는 아이였던 내가 처음으로 그 보강수업에 대해 NO를 외치고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당시 철없던 내가 보강수업을 거절했던 이유는 지금에 와서는 잘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사소한 것이었는데, (아마 스타크래프트 온라인 정모인가 그랬던 걸로 기억)

부모님 말, 선생님 말 잘 듣는 아이로 15년 평생을 살아온 그때의 내가 처음으로 선생님의 말씀에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던 이유는 당시 읽은 거절에 관한 책 한 권 때문이었다.

너무 옛날에 읽은 책이라😂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지금까지도 책에서 나온 한 구절만은 뇌리에 깊게 박혀있다.

"거절의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다. 거절을 할 때는 단호하게 하라. "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요상한 내용이었는데 -ㅅ-; 그때는 왠지모르게 그 책에서 하는 말이 다 맞는 것만 같고 해서 단호하게(?) 거절을 하고다닌 통에 여러 선생님을 당황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는 '단호함'이라 굳게 믿었던 나의 행동은,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단순한 무례함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대학교를 나와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우리 주변에는 단호함과 무례함을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이 참 많은 것 같다.

뭐든지 큰 목소리로, 강한 어조로 이야기하기만 하면 자기의 논리정연치 못한 말이 맞는 말로 바뀔 수 있으리라 여기는 사람들.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일단 소리부터 지르고보는 사람들.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않고 이래라저래라 시키기만 하는 사람들.


부당하고 잘못된 일임을 알고있음에도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한다는, 고구마 백개를 삼킨 듯한 답답함은 이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껴보았을 것이다.

애매하고 불확실한 대답은 나를 힘들게 할뿐만 아니라 상대를 답답하게 만들기도 한다는데, 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례하지 않으면서 단호한 사람이 되기는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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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할땐 단호함이 필요한거에 동감합니다.

사람이 참 단호하기 힘들어요..ㅜㅜ
어쩌다 애매하게 행동하지 말고 정확히 내 의사를 표현하자, 라는 생각으로 단호한 말을 한번 하고 나면 몇날 며칠을 마음 한구석이 묵직하잖아요.
그 느낌이 싫어서 더 단호해지니 못하는 거 같아요.

비록 거절당해서 미움을 받는 한이 있어도
아닌건 아닌거죠..

잘 보고 가요

점점 단호함이 필요한 사회가 되고 있어요. 왜냐면 배려없는 요구를 너무 많이 받으니까요 ㅠㅠ 무례함엔 단호함으로 맞서야죠!

단호한 거절은, 나이를 몇개나 더 먹어야 가능할까요? 저역시 마치 자신의 무례함을 단호함으로 착각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가까이에서봅니다. 부글부글 끓어서 당신 무례해... 하고 말해주고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나는 혹시 단호하다는 말로 무례함을 덮지는 않고있나 생각해 봅니다

차라리 처음에 한 번 단호한 것이 두고두고 질척거리면서 폐를 끼치는 것 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저도 그래서 거절은 한 번에 단호하게 합니다 ㅎㅎ

단호하지 못하면....
자꾸 전 일을 많이 하고 있게 되더라구요...
제 감정과 제 몸은 힘들고...
그래서 단호해져보자... 라고 늘 다짐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애매모호....

리자님 하시는 일이 더욱 그렇다고 들었어요 ㅠㅠ 간호사 업계는 근본적으로 단호함보다는 절대적 인력부족이 더 큰 문제 아닌가요..?

전 그냥 개인적인 성향이 좀 그래서....
간호산 처우 개선이 되질 않아 인력이 부족하죠.
매년 배출되는 간호사가 어마어마한데... 일 안하고 있는 간호사들이 반이나 되니깐요...

단호함과 무례함은 천지 차이죠...
나를 돌아다 봐야겠네요 난 어떻게 비쳐 지는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나는 단호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에게는 무례함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죠.. 어려운 것 같습니다 ㅠㅠ 역지사지가 필요한 문제인것 같아요

거절은 단호하게 하는게 맞는거 같아요 애매하게 하는게 오히려 거절당하는사람이나 거절하는사람이나 둘다 독이 될수 있어서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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