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영화란? 나의 인생영화, 굿윌헌팅

in #kr6 years ago

안녕하세요. YBK입니다.

인생영화라는 표현을 들어보신 분이 많으실 겁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제일 좋아하는 영화," 어떤 사람에게는 "제일 큰 영향을 남긴 영화,"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아예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표현이죠(인생 최악의 영화라던가...).

전 인생영화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굿윌헌팅을 뽑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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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에 나와서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을 헐리우드 스타로 만들었고, 이제는 고인이 된 로빈 윌리엄스가 심리상담사 숀 역할로 나와서 명연기를 펼쳤던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스스로 각본을 쓴 작품으로, 둘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습니다.(저도 믿기 힘들지만, 지금까지 이게 데이먼의 유일한 아카데미 수상입니다. 애플렉은 나중에 "아르고"를 감독해 최우수 작품상을 받죠)

또 이로부터 먼 훗날에 주연배우로 거듭났고 오히려 앞선 두 사람보다 먼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나, 미투 의혹에 연루되면서 안 좋은 쪽으로도 주목을 받은 케이시 애플렉의 매우 어린 모습도 볼 수 있죠. 아마 벤 애플렉은 자기 친동생을 갈구는 역할을 하면서 은근 스트레스를 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참고로 벤 애플랙은 상당히 오랫동안 이 영화에서 자신의 역할이었던 "맷 데이먼의 바보 같은 친구"로 영원히 기억될까봐 은근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배트맨이라는!)


저 노란 옷 입은 친구가 배트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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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된 영화지만, 이후부터는 스포일러가 존재하니 일단 표기는 해놓습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등장한 천재 소년 이야기,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개천에서 용 난" 이야기지만 전형적인 영웅담과는 거리가 먼 영화입니다. 왜냐하면 주인공 윌이 문제가 많은 친구기 때문에 그렇죠. 윌은 수학 천재지만, 자기 친구들과 술마시며 노는 걸 좋아하고 큰 꿈이 없는 한량입니다.

굿윌헌팅은 지잡대 매사추세츠 공대에서 청소부로 일하다가 복도에 그려진 고난이도 수학 문제를 푸는 걸 MIT의 제라드 교수가 발견하면서 한량이었던 윌 헌팅 군이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공과 실패를 인상적으로 그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왜 인생 영화로 꼽냐면 제가 인생에서 본 영화 중에 제일 공감이 가기 때문입니다. 전 이 영화를 관통하는 두 가지 개념은 "재능""두려움"이라고 봅니다.

"재능" 부분은 상대적으로 직관적이지만, 약간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윌은 대학교 청소부입니다. 저희는 회사나 학교 청소부에게 말을 걸어 본 적이 있나요? 혹시 그 사람이 미술, 공예, 음악, 아니면 다른 생각도 못한 분야에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으나, 그걸 발휘할 기회를 찾지 못한 경우라고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희가 일상에서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 중 누군가가 정말 예상치도 못한 천재일 수 있습니다. 나름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죠.

전 개인적으로 두 번째 개념인 "두려움"이 제일 와닿았습니다. 윌은 겉으로는 아무 것도 필요 없는, 자신감 많은 천재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도 두려움이 많은 겁쟁이입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 중 하나가 이거죠:

윌: 이 여자랑 데이트를 했어요. 진짜 예쁘고, 똑똑하고, 재미있는 여자였어요.
숀: 그래서 다시 연락해봤어?
윌: 아뇨.
숀: 도대체 왜? 그 여자애한테 연락해보지 그래?
윌: 왜요? 그 여자가 사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똑똑하지 않고, 재미있지 않다는 걸 깨닫게요? 아뇨,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완벽하거든요.

윌은 스스로가 가진 환상을 깨기 싫기에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숀은 이에 대해 "넌 스스로가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싶고, 그걸 깨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냐?"라고 지적하고, 나중에 제라드 교수와의 대화에서는 이걸 윌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발달한 일종의 방어본능이라고 말합니다. 자신과 가까웠던 사람들은 모두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기에 스스로 가까워지는 걸 거부하고, 한량같이 지내면서 같이 다니는 덜떨어진 친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계속 같이 곁에 둔다는 거죠.

전 스스로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윌의 경우와는 약간 다르지만, 진짜 별 여파가 없는 일에 대해서도 "내가 실수하면 어떡하지?" "내가 이렇게 말했는데 누군가가 이렇게 반응하면 어떡하지?" "누군가가 질문했는데 내가 답을 모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다보면 결국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물며 실제로 뭔가가 달린 일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윌은 가진 재능을 알고 있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실패나 익숙하지 않은 것이 두렵기에 결국 그걸 스스로 망가뜨려놓죠. 자신을 발견한 교수와의 관계도, 자신을 상담해주던 숀과의 관계도, 서로 사랑하던 여자와의 관계도 스스로의 두려움 때문에 일그러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걸 윌에게 일깨워주는 건 그의 친구 척키입니다:

(1분 35초 정도부터 해당 장면입니다.)
윌: 다들 내가 재능이 있다고, 그 재능을 썩히는 건 나 스스로에게 죄를 저지르는 것과 같다고 말해. 내가 그냥 하기 싫다는 생각은 누구도 안 하는 거야?
척키: 닥쳐, 병신아. 그 재능을 썩히는 건 너에게 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야. 나같은 녀석에게 죄를 짓는 거지. 난 어느 순간 정신차리면 50세일테고, 여전히 공사판 노가다나 하고 있을 거야. 난 그 정도의 그릇이니까. 넌 1등 복권을 손에 쥐고 있지만 빌어먹을 겁쟁이라 그걸 내지를 않고 있는 거야. 그게 죄야. 나, 그리고 이 공사판에 있는 다른 모든 애들도 다 네가 갖고 있는 걸 가졌으면 여기에 있지 않았을 거야, 널 부러워한다고. 네가 여기에 계속 있는 건 결국 시간을 낭비하는 거야.
윌: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척키: 이건 알아. 매일마다 난 네 집으로 널 데리러 가지. 우린 하루종일 놀고, 몇 잔 하고, 정말 재밌게 놀아. 근데 내 일과 중에 제일 기대되는 부분이 언젠지 알아? 네 집 앞에 차를 세울 때부터 네 문에 두들길 때까지, 약 10초 정도의 시간이야. 왜냐하면 어느 날, 내가 문을 두들겼는데 네가 없을 지도 모른다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지. "나 간다," "잘 있어" 그런 말 없이 어느 순간 네가 훌쩍 떠나버린 걸 상상한단 말야. 난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그건 알아.

친구니까 할 수 있는, 거침없으면서도 애정이 어린 조언 아닌가요?

겁쟁이들은 자극을 주는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저도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행동하는 스타일이고, 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결말에 윌은 척키와 숀의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캘리포니아로 떠나버린 여자친구를 찾아 정처없이 떠납니다. 척키가 저기서 말한, 자신이 상상했다는 장면 역시 그대로 나옵니다.

여전히 겁쟁이의 면모를 많이 지닌 제 모습을 보면, 저는 이 엔딩을 마음에 새겨두진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살다보니 설령 상상하고 두려워했던 실패가 일어나도 결국 삶은 계속되더군요. 나중에는 결국 그 실패들이 추억거리가 되고요. 영화 내에서도 숀은 사별한 아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은 각자의 특이한 점을 결함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틀렸어. 그게 바로 제일 특별한 부분이야"라고 말하죠. 윌이 걱정하는 것만큼 실패, 상처를 두려워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이 영화가 제게 준 큰 교훈이 아닌가 싶습니다.

윌의 이야기 외에도 위 장면에서 볼 수 있는 척키의 우정, 대학교 룸메이트였지만 각자의 길을 가면서 소원해진 숀과 제라드, 그리고 윌이 완벽하다고 여겼던 여자 스카일러의 고뇌 등 다양한 요소들이 등장하고, 각 캐릭터의 장점과 단점을 잘 결합해 공감을 형성하는 데 성공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제 인생 철학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준 영화, 굿윌헌팅에 대해 돌아봤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영화는 어떤 영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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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윌헌팅...제 인생영화이기도 합니다. 너무 좋아서 평생 보겠다며 VCR을 샀었어요. 세상이 이래 변할 줄 모르고요 ㅎㅎ 출근길에 글과 영화 감상 잘 했습니다. 잘생긴 벤 애플렉에도 그런 걱정이 있었군요. ㅎㅎ

저도 비디오테이프 버전이 집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ㅎㅎ 애플렉이 이 영화 이후 워낙 망작들에 많이 등장해서 끝장나버리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프로듀서와 감독으로 화려하게 귀환해서 꽤 놀랐습니다. 오히려 데이먼보다 더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셈이 됐으니까요.

굿 윌 헌팅 아주 인상깊게 본 영화입니다.. ㅎㅎ!

인상깊은 영화였죠. 당시 풋풋하던 두 사람이 어느새 중년이 됐으니 저도 늙었군요-_-;;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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