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해한 사람
"남을 안다고 생각하지마" 이 소설을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까. 혹은 "난 나를 몰라" 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혹은 강지희 평론가처럼 더 유식하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 '상대를 손쉽게 이해해버리지 않으려는 배려가 스며 있는 거리감' 이라고.
더 큰 틀에서 조망해보자면 전작 <쇼코의 미소>부터 최은영 소설의 내용은 대부분 등장인물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이야기다. 소설은 친하고 사랑하고 가까운 사람조차 무한히 낯설고 멀게 느껴지게 만든다. 눈 앞에 가까이 있다가도 갑자기 십억 광년을 떨어져나가서 도무지 마음을 가늠할 수 없는 외계 존재로 타인을 묘사한다. 이 소설을 읽고나면 "네 마음 충분히 이해해" 라고,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기만이니까.
그런데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섬세한 감정과 미세한 균열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최은영의 소설을 읽으며 엉뚱하게도 김영하의 단편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떠올랐다. 혼자 살면서 조간 신문을 읽고, 철 지난 음악을 듣고, 혼자 요리를 해먹고, 소설을 쓰는 주인공의 삶.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그림자를 드리우지 못하는 삶. 최은영의 주인공들처럼 감정의 파도를 겪지 않고 '별 일 없이' 건조하게 살지만, 고립된 삶을 사는 사람. 무해하지도 못하게 된 사람. 그리고 운다. 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소설. 그 주인공이 떠올랐다.
그리고 운다. 라는 대복이 참 공허하게 만드네요.
네. 여운이 참 길게 갔던 그런 끝문장이었어요.
쇼코의 미소도 먹먹하게 잘 읽었는데, 이 책도 봐야 겠어요 :)
저는 앞으로 최은영 소설은 나오는대로 다 사려구요 ㅎㅎ
혼자 살아가는 삶은 자유 를 주지만
허전함은 어쩔수 없나봐요^^
맞습니다. 밸런스가 중요한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과 사람들과 섞이는 시간.. 그 조절이 참 어렵습니다.
제 자신도 모르겠는데 남을 알 수 있을리 없는 것 같아요. 아직 날도 더운데 가을을 타는지 아주 감정 기복이 ㅡ.,ㅡ
가을이 아니라 이제 초겨울쯤 되는것 같네요. 저도 이번 가을은 특히 기복이 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