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해한 사람

in #kr6 years ago (edited)

x9788954651820.jpg





"남을 안다고 생각하지마" 이 소설을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까. 혹은 "난 나를 몰라" 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혹은 강지희 평론가처럼 더 유식하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 '상대를 손쉽게 이해해버리지 않으려는 배려가 스며 있는 거리감' 이라고.

더 큰 틀에서 조망해보자면 전작 <쇼코의 미소>부터 최은영 소설의 내용은 대부분 등장인물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이야기다. 소설은 친하고 사랑하고 가까운 사람조차 무한히 낯설고 멀게 느껴지게 만든다. 눈 앞에 가까이 있다가도 갑자기 십억 광년을 떨어져나가서 도무지 마음을 가늠할 수 없는 외계 존재로 타인을 묘사한다. 이 소설을 읽고나면 "네 마음 충분히 이해해" 라고,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기만이니까.

그런데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섬세한 감정과 미세한 균열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최은영의 소설을 읽으며 엉뚱하게도 김영하의 단편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떠올랐다. 혼자 살면서 조간 신문을 읽고, 철 지난 음악을 듣고, 혼자 요리를 해먹고, 소설을 쓰는 주인공의 삶.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그림자를 드리우지 못하는 삶. 최은영의 주인공들처럼 감정의 파도를 겪지 않고 '별 일 없이' 건조하게 살지만, 고립된 삶을 사는 사람. 무해하지도 못하게 된 사람. 그리고 운다. 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소설. 그 주인공이 떠올랐다.




slogo.jpg



Sort:  

그리고 운다. 라는 대복이 참 공허하게 만드네요.

네. 여운이 참 길게 갔던 그런 끝문장이었어요.

쇼코의 미소도 먹먹하게 잘 읽었는데, 이 책도 봐야 겠어요 :)

저는 앞으로 최은영 소설은 나오는대로 다 사려구요 ㅎㅎ

혼자 살아가는 삶은 자유 를 주지만
허전함은 어쩔수 없나봐요^^

맞습니다. 밸런스가 중요한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과 사람들과 섞이는 시간.. 그 조절이 참 어렵습니다.

제 자신도 모르겠는데 남을 알 수 있을리 없는 것 같아요. 아직 날도 더운데 가을을 타는지 아주 감정 기복이 ㅡ.,ㅡ

가을이 아니라 이제 초겨울쯤 되는것 같네요. 저도 이번 가을은 특히 기복이 심하네요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3
BTC 64029.44
ETH 3157.04
USDT 1.00
SBD 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