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탕에서
기분좋게 일어나서 개운하게 사우나를 갈 계획이었다. 결국 밤을 새고 얼얼한 눈빛으로 7시에 사우나에 입장했는데 뭐야 이 시간에 왜이렇게 사람이 많아? 단체로 새벽반 사우나 동호회 모임이라도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낯선 세계네. 온탕에 좀비처럼 앉아있다가 정신도 맑게 할겸 냉탕을 한번 들어가볼까.. 몇 번의 고민 끝에 들어갔다. 차갑다. 찌릿하게 올라오는 한기를 참으며 겨우 버티고 섰다.
냉탕에서 쉽사리 상체를 물 속으로 맡기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스카이콩콩형이 있고, 역시 제자리에서 360도로 계속 회전하는 회전목마형이 있다. 내가 회전목마라면 냉탕 저 끝에 있는 아저씨는 스카이콩콩이었다. 언제부터 뛰고 계셨을까. 물 아래로 들어갈 용기를 얻기 위해 최대치의 몸의 열기를 내뿜어보자는 저 마음, 내가 잘 알지. 아저씨는 계속 뛰었고, 나는 계속 돌았다. 우리는 언제 물 아래로 힘차게 솟구쳐 내려갈 수 있을까. 아저씨가 내려가면 나도 내려갑니다, 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지만 아저씨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우리는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갑자기 배불뚝이 아저씨가 냉탕으로 등장하더니 한쪽 발을 담그기가 무섭게 물 아래로 사라졌다. 피부 세포가 마비되어서 아무 감각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으로 의심될 정도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단 몇초만에 목적을 달성한 배불뚝이 아저씨는 다시 물개처럼 표면 위로 뛰어올라 냉탕 밖으로 퇴장했다. 뒤이어 갈비뼈 앙상한 백발노인이 냉탕을 향해 걸어왔다. 할아버지 여기 엄청 추워요. 아마 뼈 시릴텐데요. 라는 염려가 무색하게 백발노인은 입수와 함께 표면 아래로 사라졌고 심지어 심해 깊숙한 곳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역시 신선처럼 뛰어올라 퇴장했다. 스카이콩콩 아저씨는 세수를 힘차게 몇 번 하는가 싶더니 결국 기권하고 나가버렸다.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냉탕에서 나도 전의를 상실했고 백기를 들고 말았다. 어떤 사람에게는 몇 번을 굳게 결심해도 어려운 일들이 왜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쉬운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며 무의식적으로 거울 앞에 있는 것을 탁! 탁! 털어내서 얼굴에 촤아악! 아우씨, 누가 스킨에다가 소주를 부어놨어!
그,,, 싸구려 스킨...
초록색이었나요??ㅋ
네ㅋㅋ 목욕탕 스킨 납품처는 고정불변인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