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칠서: 태망공의 육도삼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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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칠서: 태망공의 육도삼략

육도삼략

육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육도는 6개 장으로 나뉘어 있다. 문도·무도·용도·호도·표도·견도 등 6권 60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韜)라는 건 '감추다', '비결' 등의 뜻과 더불어 '활집'이라는 뜻도 있다. 따라서 육도는 '군사와 관련된 여섯 가지 비법'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내용은 주무왕과 태공망의 문답 형식으로 되어 있다.

삼략은 상·중·하략의 3편으로 이루어졌다. 주로 육도가 전술적인 내용이라면 삼략은 전략적인 내용이다. 책의 내용은 도가적-법가적이다.

육도삼략이란 이 육도와 삼략을 함께 이르는 것이다.

강태공

강상은 염제신농황제의 51세손이요, 백이의 36세손이기도 하다. 주나라 문왕, 무왕, 성왕, 강왕 4대에 걸쳐 태사를 지냈으며, 춘추전국 시기의 제(齊)나라의 창시자요, 딸은 주 무왕의 왕후이다.

때는 기원전 1046년 2월 겨울, 은나라 주왕의 흉폭한 정치가 계속되어 천하가 비탄에 젖어 있을 시홀연히 나타나 주 문무왕의 스승이 되어 4만 5천의 군사로 72만의 은나라군을 대파하는 기적적인전쟁을 일구어낸 동이지사이며 기인이다. 이 전쟁을 목야전쟁이라 하며, 목야전쟁이 주는 의의는적은 수로 많은 적을 섬멸한 기적의 전쟁이요, 아무리 불리하더라도 정의는 반드시 필승한다는 정법을 확립시킨 정의필승의 전쟁이며, 대륙을 통일한 천하통일전쟁이라 할 것이다. 이후 제나라를일으켜 제1대 초대 군주로 제나라는 32대 근 800여 년을 존속하였다.

강태공은 주나라 문왕, 무왕의 스승이자 장인이며 천하의 스승국의 위치로 군림하여 제나라의 공작(제 태공)이 되었다. 제나라의 2대 군주의 지위를 큰아들 강급에게 물려주었고, 강급은 제 정공이라고 불렸다. 강태공을 이어 제나라가 가장 흥한 시기는 제 환공 강소백 시기로 강소백은 춘추시대첫번째 패자가 되기도 하여 강태공의 얼을 이었다. 제나라 최전성기에는 사방 5000리를 이룩한 대국으로 성장하기도 하였다.

강태공이 남긴 유명한 명언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복수불반분”(한 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이다. 강태공의 전 부인 마씨는 강태공이 주문왕을 만나기 전 생활고에 견디다 못해강태공 곁을 떠났는데, 이후 강태공이 성공했을 때 다시 돌아와서 아내로 맞아주길 요청했다. 이에강태공은 하인더러 물을 떠오라고 한 후 그 물을 땅에 엎었다. 그리고 돌아온 아내에게 지금 바닥의 그 물을 다시 항아리에 담는다면 아내로 맞이 해주겠다고 했다. 즉, 한 번 떠난 마음은 두 번다시 되돌리기 어렵다는 유명한 명언을 남긴 것이다.

강태공은 기원전 1072년에 신선계에 들었으며, 그때 연세는 139세였다. 의관을 서주호경에다 안장하였다. 제나라 사람들은 강태공의 덕을 생각하여 제나라에다 강태공 이관총을 세웠다. 강태공은 주역의 확립자이며, 강태공이 저술한 육도삼략이 현재에도 전해져 오고 있다. 육도삼략은 중국고대 병서의 최고봉인 무경칠서 중의 둘을 차지한다. 후대인 손무의 손자병법도 강태공의 육도삼략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후일 대륙을 정복한 청나라 황실에서조차 강태공을 무성왕으로 칭하여 천하통일을 이룬 군주로 인정하였다.

육도

《육도》는 무경십서 가운데 매우 독특한 색채를 띠고 있다. 여타 병서들이 전법, 병기, 지형 등 군사부문에 국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치세의 대도 차원에서 인륜과 정치 차원의 전쟁인 이른바 정전 등을 논하고 있다. 군사외교와 정치경제를 같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21세기의 관점에서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육도》에 소개된 전략전술은 국가경영과 기업경영에 그대로 응용할 수 있는 것이 매우 많다.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육도》의 가르침을 현실에 적용하면 창조적인 발상에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육도》의 사상적 특징은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천하위공(天下爲公) 사상이다. 천하는 만인의 천하이지 결코 군주 일인의 천하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예기》 〈예운〉에 나오는 대동(大同)의 취지와 통한다. 〈무도〉 제13장 〈발계〉에 해당 대목이 나온다.

“큰 지혜는 통상적인 지혜가 아니고, 큰 계책은 통상적인 계책이 아니고, 큰 용기는 통상적인 용기가 아니고, 큰 이익은 통상적인 이익이 아닙니다. 천하를 이롭게 하는 자는 천하가 길을 열어주며 환영하고, 천하를 해치는 자는 천하가 길을 막으며 저항합니다. 천하는 군주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며 천하 만민의 천하입니다. 천하를 취하는 것은 들에 있는 사슴을 쫓는 것과 같습니다. 천하 만민 모두 그 고기를 나누어 받을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천하를 얻는 것은 함께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것과 같습니다. 함께 강을 건너면 모두 그 이익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가 좌초되면 모두 그 해를 입습니다. 이처럼 천하 사람과 이해를 같이하면 천하 사람이 모두 길을 열어주며 환영하고 결코 길을 막으며 저항하는 일이 없습니다.”

역대 병서 가운데 “천하는 군주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고, 천하 만민의 천하다”라고 선언한 것은 《육도》가 유일하다. 원문은 ‘비일인지천하(非一人之天下), 내천하지천하(乃天下之天下)’이다.천하지천하는 “천하 만민의 천하”라는 뜻이다. 동학혁명 당시 최제우가 인내천을 외친 것과 닮았다. 애민이 요체다. 〈문도〉 제3장 〈국무〉에서는 애민을 이같이 해석해놓았다.

“오직 백성을 이롭게 해주면서 백성의 이익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백성이 일을 이루도록 도와주면서 실패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나아가 백성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장하면서 상해를 입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 밖에도 은혜를 베풀어주면서 함부로 약탈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고, 편히 생활하도록 도와주면서 고통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해주고, 기쁘게 만들면서 노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애민은 제자백가의 모두 예외 없이 천하 만민을 어떻게 하면 병란의 고통에서 구해내 치세를 구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 점에 비추어 자연스러운 것이다. 병가라고 다를 리 없다.

다만 역대 병서 가운데 전쟁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천하위공의 이념을 천명한 것은 《육도》밖에 없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이는 《육도》가 유가사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둘째, 정군합일(政軍合一) 사상이다. 이는 정치경제와 군사외교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주장이다. 《손자병법》이 첫 편인 〈시계〉에서 전쟁을 군국기무(軍國機務)로 정의한 것과 취지를 같이한다. 〈용도〉 제19장 〈논장〉의 해당 대목이다.

“전쟁은 나라의 큰일이며, 존망의 갈림길입니다. 나라의 명운이 장수에게 달려 있는 셈입니다.”

《육도》가 장수를 나라의 보배로 간주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이유다. 최고통치권자와 기업 CEO의 리더십에 의해 국가와 기업의 흥망이 갈리게 된다고 보는 견해와 상통한다.

셋째, 문벌전승(文伐全勝) 사상이다. 이는 역대 병서가 역설하는 부전승을 달리 표현한 것으로 《손자병법》 〈모공〉의 취지와 일치한다. 〈모공〉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는 승리는 적을 온전히 하여 심복하게 만드는 전승이다. 최악의 경우는 유혈전의 공성이다. 《육도》는 전승을 문벌(文伐)로 표현해놓았다. 이는 병사들이 칼을 부딪치며 싸우는 것이 아니라 융성한 문물로 적을 제압하는 것을 말한다. 〈무도〉 제13장 〈발계〉의 해당 대목이다.

“강적과 싸울 때는 이길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만 승리를 거둘 수 있습니다. ‘온전한 승리인 전승은 싸우지 않고 이기며, 정의의 군사인 대병은 위세로 적을 굴복시킬 뿐 병력손실이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이는 그 승리하는 이치가 신묘하기 짝이 없어 귀신과 서로 통하는 경지에 이른 것을 말합니다.”

《육도》는 전 편에 걸쳐 전승 내지 문벌을 거듭 역설하고 있다. 〈무도〉 제15장 〈문벌〉에서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12가지의 문벌 계책을 제시하고 있다. 모두 무력을 동원하지 않고 적을 무너뜨리는 방법이다. 이 책략을 모두 사용한 뒤에도 적이 굴복하지 않을 경우 비로소 무력을 동원해 토벌한다. 《육도》에서는 이를 특별히 규정하지는 않았으나 무기를 동원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병벌 내지 무벌에 해당한다.

《육도》의 네 번째 사상적 특징은 혼합용병(混合用兵) 사상이다. 보병과 전차병, 기마병을 뒤섞어 입체적으로 용병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지형의 특성에 따른 전술의 일환으로 나왔다. 병종에 따라 각기 특징이 있는 만큼 전장의 지형에 맞게 혼성부대를 편성해 최대의 성과를 거두라고 주문했던 것이다. 〈호도〉 제34장 〈필출(必出)〉의 해당 대목이다.

“반드시 포위망을 뚫고 나오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기와 장비를 포함해 분투하고자 하는 투지입니다. 먼저 적의 포위망에 빈틈이 있는 곳이나 사람이 없는 곳을 정탐해야 합니다. 이를 알 수 있으면 반드시 포위망을 뚫을 수 있습니다. 장병이 검은 깃발과 병기를 들고 입을 함구한 채 야음을 틈타 은밀히 출동합니다. 용력이 있고, 민첩하게 내달리고, 적장을 향해 돌진할 수 있는 병사를 선봉에 내세웁니다. 이들은 적의 보루를 격파하고 탈출통로를 여는 임무를 맡습니다. 정예병과 강한 쇠뇌를 지닌 부대를 복병으로 삼기 위해 후방에 배치합니다. 노약병과 상이병은 전차병 및 기마병과 함께 중간에 위치합니다. 진용이 갖추어지면 서행합니다. 놀라거나 당황해서는 안 됩니다.

중무장한 전차인 무충대부서(武衝大扶胥)로 주력군의 앞뒤를 경계하고, 큰 방패를 좌우로 둘러친 전차인 무익대로모극부서(武翼大櫓矛戟扶胥)로 적의 화살을 막습니다. 적이 놀라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를 틈타 선봉대로 편제된 용감하며 적장을 노릴 만한 병사로 하여금 재빨리 진격하게 합니다. 중간에 있는 노약한 병사와 전차병 및 기마병은 그 뒤를 이어나가고, 후방에 배치된 정예병과 강한 쇠뇌를 지닌 부대는 매복하고 있다가 적이 아군을 추격해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적의 배후를 기습합니다. 이때 횃불을 대거 들고 북을 요란하게 울리며 마치 땅에서 문득 솟아난 듯 혹은 하늘에서 내려온 듯이 하여 적군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이처럼 전군이 용감히 싸우면 적은 아군을 막아낼 도리가 없습니다.”

〈표도〉 제46장 〈적무〉와 제48장 〈조운택병〉 등에서도 다양한 전황에 따른 입체적인 전술을 제시하고 있다. 여타 병서에서도 여러 병종을 혼합한 부대의 입체적인 작전을 역설하고 있으나 구체적이면서도 체계적인 전법을 제시한 점은 《육도》가 단연 압권이다. 《삼국지》 〈촉서, 선주전〉에 따르면 유비는 임종하는 자리에서 아들 유선에게 《육도》를 반드시 읽을 것을 권한 바 있다. 해당 대목이다.

“한가할 때 제자백가서와 더불어 《육도》 및 《상군서》 등을 두루 읽도록 하라. 이들 책은 사람의 의지와 지혜를 더해준다.”

손권도 여몽에게 고전을 두루 읽을 것을 권하면서 구체적인 목록으로 《춘추좌전》과 《국어》 등을 언급하면서 병서로 《육도》를 《손자병법》과 함께 거론한 바 있다. 《육도》가 《삼략》과 더불어 ‘육도삼략’으로 통칭되면서 21세기 현재까지 오랫동안 병서의 상징처럼 운위된 것도 바로 《육도》만이 지니고 있는 이런 사상적인 특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삼략

삼략은 강태공의 저서라는 설도 있고, 진(秦)때 황석공이라는 이인(異人)이 장량에게 전해주었다는 설이 있다. 《삼략》의 략(略)은 기략(機略)을 뜻하며, 무경칠서 중 가장 간결한 병서로 사상적으로는 노자의 영향이 강하나 유가·법가의 설도 다분히 섞여 있다. 이것도 태공망의 저서라는 설과, 한의 장량이 황석공에게서 전수했다는 설도 있으나 실은 후한에서 수나라 무렵에 성립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략》의 ‘략’은 기략(機略)을 뜻한다. 사안의 중요한 계기인 사기의 흐름을 좇은 방략을 말한다. 문제점을 곧바로 찾아내 해결책을 마련한 뒤 일을 재치 있게 처리하는 지혜가 바로 ‘기략’이다. ‘삼(三)’은 산술적인 숫자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많다(多)라는 뜻이다. 임기응변을 망라해놓았다는 의미다. 체제는 크게 〈상략(上略)〉 〈중략(中略)〉 〈하략(下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편의상 구분해놓은 것으로 내용을 좇아 나눈 것은 아니다. 《삼략》의 사상적 특징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민부병강(民富兵强) 사상이다. 《손자병법》을 비롯한 여타 병서 역시 부국이 강병의 전제조건임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부국’의 뿌리가 민부에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삼략》의 자랑이다. 부민을 역설하는 것은 《관자》의 부국강병 사상을 그대로 흡입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상략〉의 해당 대목이다.

“군사를 일으키고자 하는 나라는 반드시 먼저 병사에게 커다란 은혜를 베푸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공세를 취하고자 하는 나라는 반드시 먼저 백성을 쉬게 하며 백성의 힘을 키우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적은 병력으로 승리를 거두는 이과승중(以寡勝衆)은 평소에 두루 은혜를 베푼 덕분이다. 약한 병력이 강한 병력을 이기는 이약승강(以弱勝强)은 백성의 힘을 키워 민심의 지지를 받은 덕분이다. 뛰어난 장수가 병사를 육성할 때 마치 자신의 몸을 아끼고 기르듯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같이 해야만 전 장병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 수 있다. 적과 싸워 온전한 승리를 거두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부민이 전제되어야 민력(民力)이 강해지고, 민력이 강해져야 강병을 만들 수 있고, 강병을 만들어야 막강한 적군과 맞닥뜨려 이과승중 및 이약승강의 승리를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략〉에서는 부민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해놓았다.

“사농공상으로 요약되는 이른바 사민의 재용이 비면 그 나라는 재정이 바닥이 나게 된다. 사민의 재용이 풍족하면 그 나라는 안락해진다.”

전쟁은 많은 전비를 요구하고, 전비는 결국 백성의 세금으로 충당한다. 사민이 보유한 재물이 풍족하지 않으면 재정을 확충할 길이 없다. 이는 패망의 길이다. 부민이 전제되지 않은 전쟁은 패배를 자초하고 들어가는 셈이다. 《삼략》은 사민 가운데 병력과 세원의 대종을 이루고 있는 농민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법가의 농전(農戰)사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둘째, 주폭의전(誅暴義戰) 사상이다.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불의한 자를 토벌하는 것을 말한다. 전쟁을 할 때는 반드시 명분에서 앞서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하략〉의 해당 대목이다.

“성왕(聖王)의 용병은 전쟁을 즐기고자 했던 것이 아니다. 폭군을 주살하고, 난신적자(亂臣賊子)를 토벌하고자 했던 것이다. 정의를 기치로 내걸어 불의를 치는 것은 마치 장강과 황하의 둑을 터 작은 횃불을 끄고, 아득한 골짜기에 임해 아래로 밀어뜨리고 싶은 자를 미는 것과 같다. 승리는 필연적이다. 그런데도 성왕이 한적하고 담백한 염담의 경지에 노닐며 진격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사람과 물자를 크게 상할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무릇 전쟁은 상서롭지 못한 것으로 천도가 미워하는 것이다. 성인이 부득이할 때 용병하는 이유다.이는 천도에 부합한다. 사람이 도 안에 사는 것은 마치 물고기가 물 안에 사는 것과 같다. 물고기가 물을 얻으면 살고, 잃으면 죽는다. 그래서 군자는 늘 두려워하며 도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군자는 늘 두려워하며 도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애쓴다”고 역설한 것은 《도덕경》에 나오는 부득이용병과 취지를 같이하는 것이다. 5,000여 자로 이루어진 《도덕경》에 ‘도’는 총 74회 나온다. 병서에서 말하는 도는 병도를 뜻한다. 주목할 것은 〈하략〉에서 노자사상의 부득이용병과 맹자사상의 폭군방벌론이 함께 거론되고 있는 점이다. 폭군을 주살하고 난신적자를 토벌하는 것을 원문은 ‘주폭토란(誅暴討亂)’으로 표현해놓았다. 폭군방벌론을 역설한 맹자사상이 병가사상에 그대로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삼략》에서 말하는 주폭토란은 폭군방벌론과 방법론상 적잖은 차이가 있다. 폭군과 난신적자를 무력으로 몰아내야 한다는 목적론에서는 양자가 일치한다. 그러나 맹자는 가차 없이 제거할 것을 주문한 데 반해 《삼략》은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한적하고 담백한 경지의 ‘염담’을 역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염담’은 《장자》에 나오는 말이다. 장자사상은 전쟁을 혐오하는 혐전(嫌戰)사상을 대표한다. 《삼략》이 폭군방벌론을 방불케 하는 주폭토란을 역설하면서 동시에 염담을 언급한 것은 《도덕경》의 부득이용병 취지를 그대로 이어받은 결과다. 《삼략》의 제자백가 사상을 하나로 녹인 다채로운 병법이론을 제시하고 있는 이유다.

셋째, 거현치군(擧賢治軍) 사상이다. 현자를 발탁해 군사를 다스려야 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고,적군도 능히 제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역대 병서 가운데 현자의 기용을 《삼략》처럼 역설한 병서는 없다. 《삼략》의 내용이 단순한 치군의 차원을 넘어, 치국과 치천하 사상으로 연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략〉에 이에 해당하는 대목이 나온다.

“능히 천하의 위기를 구할 수 있는 자는 천하의 안녕을 떠맡을 수 있다. 능히 천하의 근심을 제거할 수 있는 자는 천하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능히 천하의 화란을 구하는 자는 천하의 복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 은택이 서민에게 두루 미치면 현자들이 귀의하고, 천하 만민에게까지 미치면 성인이 귀의한다. 현인이 귀의하면 그 나라는 강해지고, 성인이 귀의하면 천하를 하나로 통합해 다스릴 수 있다. 덕을 내세워 현인을 구하고, 도를 내세워 성인을 구해야 한다. 현인이 떠나면 그 나라는 쇠약해지고, 성인이 떠나면 그 나라는 이지러진다. 쇠미해지는 것은 나라가 위기에 처하는 단계이고, 이지러지는 것은 망하는 징조다.”

《논어》와 《도덕경》을 방불케 하는 내용이다. 《손자병법》을 비롯한 여타 병서가 ‘전략’을 주제로 한 데 반해, 《삼략》은 정략을 주제로 한 병서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성리학을 맹종하며 병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조선조가 순조 5년(1805)에 유독 유인의 《삼략직해》를 언해본으로 펴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일본이 《삼략》을 통해 무사도 정신을 확립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결과였다. 《삼략》이 일본에 끼친 영향은 지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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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 삼략의 전체적인 소개와 내용에 대해 잘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육도삼략의 가치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름은 대부분 들어 보았을텐데 말이죠. 많은 내용을 잘 아시는듯하여, 계속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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