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는 ‘창조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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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남의 EPL VIEW] 2018.09.11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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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4강까지 오른 방식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스리백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수비 밸런스와 정지된 상황에서 골을 넣는 세트피스를 앞세워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잉글랜드는 크로아티아와의 준결승에서 세트플레이가 막히자 너무나 평범한 팀으로 변모했고, 모든 면에서 크로아티아에게 압도 당했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잉글랜드가 4강에 오른 것은 실력보다 행운이 따른 결과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잉글랜드는 월드컵 4강전 패배를 시작으로 A매치 3연패의 부진에 빠졌다. 크로아티아에 졌고, 3위 결정전에서는 벨기에에 0-2로 완패했다.

그리고 지난 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19시즌 UEFA 네이션스리그 A조 1차전에서는 스페인에 선제골을 넣고도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잉글랜드가 A매치 3연패에 빠진 건 1988년 이후 30년 만이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어려운 시험을 치렀다”라고 애써 위안했지만, 잉글랜드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좀 더 세련되고 창의적인 축구를 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잉글랜드가 크로아티아, 벨기에 그리고 스페인에게 무너진 건 중원에서의 창의력 차이가 컸다. 세 팀 모두 세계적인 미드필더를 보유한 국가다. 크로아티아는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와 이반 라키티치(바르셀로나)가 있고, 벨기에는 케빈 데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 스페인은 이스코(레알 마드리드), 티아고 알칸타라(바이에른 뮌헨), 사울 니게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이 있다.

이들은 델리 알리(토트넘), 조던 헨더슨(리버풀), 제시 린가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보다 창의적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줄 아는 ‘창조자’인 셈이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잉글랜드는 폴 개스코인 같이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적인 팀들과 경쟁하려면 창의적인 해법을 갖춰야 한다. 스페인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전 세계 어떤 팀보다 창의적인 선수가 많다”라고 했다.

개스코인은 전형적인 잉글랜드 선수의 범주에서 벗어난 창의성을 갖춘 자타 공인 최고의 '창조자'였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알콜 중독에 빠진 괴짜기도 했다.

물론 잉글랜드에 창의적인 선수가 없는 건 아니다. 잭 윌셔(웨스트햄), 해리 윙크스(토트넘) 등에겐 다른 선수들이 가지지 않은 특별함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소속 팀에서 확실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비주류로 분류됐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풀어야 할 숙제다. 기존의 방식으로도 승리할 수 있지만, 월드컵에서 부딪힌 벽을 넘기 위해선 잉글랜드가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과거의 ‘개짜(Gazza)'로 불린 개스코인이 필요한 잉글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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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경남 (마이데일리 축구기자)
사진 - 9월 10일자 데일리 익스프레스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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