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4시의 에세이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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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4시의 에세이 by.키만



(1)괜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잘 하는 걸까? 나보다 저만치 앞서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꼭 제자리에 멈춰있는 패배자같이 느껴졌다. 바쁘게, 더 바쁘게. 빠르게, 더 빠르게. 치열한 사는 삶이 버거워 떠나버린 나는 가끔 한숨의 여유도 없는 삶으로 다시 들어가 나란히 발맞춰 걷는 톱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내 몸속에는 이른바 ‘코리아 톱니 안정감’이라는 DNA가 새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특별하고 나만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고 부르짖으면서도, 소속감을 얻으며 묘하게 안정감을 느끼며 뿌듯해하는 내 얼굴을 마주할 때면 난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


(2)늘 따라다니는 생각을 오늘도 어김없이 했다.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용기가 나에게는 없다. 착한 사람이 되고 싶고,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나를 소개할 때, 멋지고 좋은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써 줬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나는 부당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나에게 주문을 걸며 다독인다. 좋은 게 좋은 거잖아. 과정이야 어떻든 마지막엔 서로 웃으며 '안녕!' 하는 게 좋은 거야. 그러니까 괜찮다고 말해! 그런데 이 머저리 같은 짓은 내가 나 자신을 미워하게 만들더라. 결국엔 필연적으로 생겨난 미움이라는 것은 결국 누군가는 받게 되어있다.


(3)재밌는 상상 하나. 사랑의 기억을 지워주는 영화 <이터널 션샤인>처럼, 과거에 받은 미움을 수거해주는 업체가 있다면 어떨까. 내가 미움을 받았던 사람의 이름과 일시를 적으면 이 업체는 내가 받았던 미움을 수거하러 가는 거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움을 양도받으러 가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나를 미워하던 사람에게 수거 받은 미움은 내게 돌아온다. 질량 보존의 법칙에 의해, 감정 역시 사라질 수 없다는 조건이 이 상상의 세계관이다. 대신 나를 미워했던 그는 나를 더 미워하지 않고, 나는 그가 나를 미워했다는 사실을 조금 더 전보다 더 강렬하게 기억해야 한다. 두 배의 미움이 내 마음속에 존재하니 전보다 더 미움을 강렬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만 천연덕스럽게 모른 척하면, 그와 다시 잘 지낼 기회를 생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4)시계를 보니 토요일, 4시. 오늘 밤 재즈공연이라도 보러 가야 토요일을 알차게 쓰는 것 같은 묘한 압박감에 사로 잡혀있다. 창문 너머로 하늘을 보니 언제라도 빗방울을 털어버릴 것 같은 먹구름이 가득 끼어있지만, 토요일을 이렇게 낭비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다. 평일과 주말의 경계가 없는 백수 여행자지만, 그래도 토요일은 그냥 지나치지 아쉽다. 종소리를 내며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우리는 토요일의 ‘토’만 들어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제치고 싶은 조건 형성이 된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 오늘 밤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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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 어렵지 한번 틀을 벗어나면 묘하게 편해요. 가끔은 일탈이 필요한 이유겠지요...아니면 삶이 너무 고되니까요..

일탈이 계속되면 가끔씩 틀 속으로 들어가고 싶기도 하더라구요 ㅎㅎ 어느쪽이든 한 방향만 고집하다보면 삶이 고되지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삶이 고된다는 표현이 오늘따라 슬프네요 ㅜ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결국 축복과도 같은 망각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김작가님 말처럼 망각은 인간에게 가장 큰 축복이라고 하죠. 가끔은 시원하게 잊고 사는게 마음 편할때가 있는데 말이죠 ㅎㅎ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죠.. 그래도 현재의 삶, 일 등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지 않나요? 만약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여 다른 삶을 상상해봐도 실제로 겪지 않는다면 상상일 뿐이죠. 어떤 책에서 이런 이야기가 적혀있었던 거 같습니다. <인간은 하루 6만 가지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중 95%는 어제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의 80%는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한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맥주 한 잔 하시는 건 어떨까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어제 맥주에 피자 한 조각하고 잤습니다ㅋㅋ 저도 오늘과 어제 95%는 정말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내일은 좀 더 다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글, 감사합니다:)

갑자기 글을 보니 맥주한잔 하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희는 어제 흑맥과 필스너 한 잔씩 하고 푹 잤습니다. ㅎㅎ

나를 누군가 미워한다면 나도 나를 미워하는 누군가가 좋아지진 않을 것 같아요; 잘 지내고 싶지도 않을 것 같구요.. ㅎㅎ 백수도 주말은 귀하지요!!ㅋㅋㅋ

아무리 그 사람이 더이상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를 미워했다는 사실이 계속 기억에 남으면 더이상 좋은 관계로 이어나가지 못할 것 같아요. ㅎㅎ 백수의 주말도 귀하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짱짱맨 x 마나마인! 색연필과학만화
https://steemit.com/kr/@mmcartoon-kr/4cmrbc
존버앤캘리에 이은 웹툰입니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좋을꺼 같아요^^ 글작가님이 무려 스탠포드 물리학박사라고......

안녕하세요 우연하게 웹툰을 재미있게 읽고 팔로워 신청을했습이다 ㅎㅎ 조지아에 계시는군요 ㅎㅎ 저는 켄터키에 살다가 돌아왔습니다 ㅎㅎ 켄터키에 살때에 조지아 외삼촌 뵈러 자주갔었죠 ㅎㅎ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려요 ~

딱 고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좀 쉬고 싶은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틀 안으로 들어와 버리면 주어질 것 같은 안정감이 생기는 건 아니더라구요.
@twohs님이 보고 '저 사람은 안정감 있어 보인다.'라고 생각하는 그 사람이 정작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거든요.
언제나 남이 더 안정감 있어 보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남의 불안은 볼 수 없기 때문이죠.

조금 쉬시고, 지금 좋은 것을 찾아보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나 갖고 싶은 자유를 @twohs님은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에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미움받을 용기'가 없답니다.
오죽하면 그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겠어요.^^

키만님의 (2)번 글을 읽고 그냥 지나칠 수 없네요...
저도 미움받을 용기가 없어요
키만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저도 좋은 게 좋은 거지..
괜히 감정 상할 필요가 뭐 있어! 하고 생각하곤 하지요...
누군가와 사이가 틀어지는 것이 무서워 '네, 네'하며 지내고
싸움을 해본 적도 없어요..
이렇게 꾹꾹 눌러온 미움이 결국 나 자신을 갉아먹게 된다는 걸 알게 됐는데...그래도 그게 잘 안 되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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