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똥 그리고 추억

in #kr5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wacol413 입니다.

컴퓨터를 윈도우 10으로 업그레이드하려고 파일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한 장의 그림 파일이 저를 추억 속으로 이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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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의 아는 사람이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됐고, 앞으로 진돗개를

키울 형편이 안될 것 같다고 하면서 개의 새 주인을 찾을 때까지

당분간 개를 맡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는 반대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개를 무서워하거든요.

어릴 때 개에 물린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이라는 말에 부모님은 그 부탁을 들어주었습니다.

저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당분간이라는 말은 정말

아무 의미 없는 말이었습니다. 개 주인과 연락이 점점 힘들어지더니

결국은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더 복잡한 사정이 있었지만 생략하겠습니다. 그래서 그 진돗개를

우리가 키우게 됐습니다.

강아지 때부터 키웠으면 모르겠는데 다 큰 개에게 정을

준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개가 너무 컸습니다. 마당 한쪽 구석에 개 줄에

묶여있었는데요. 처음에는 물릴까 봐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줄에 묶여서 아무 생각 없이 엎드려있는 개를 보고 있자니

불쌍하기도 하고 '개가 무슨 잘못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형견을 키우는 건 정말 힘들었습니다.

집문을 열고 들어가면 일단 개 냄새가 진동했고,

온 집안에 구석구석에 개털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먹기도 많이 먹어서 사룟값도 꽤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이 개는 결정적으로 큰 문제가 있었는데요. 그건

집에서는 절대로 똥을 싸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계속 참다가

한계에 이르면 큰소리로 짓고 난리가 납니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몰랐는데요. 옆집에서 항의가 들어와서 일단 밖으로

끌고 나갔습니다. 그랬더니 개가 이곳저곳 냄새를 맡으며 다니다가

자리를 잡고 똥을 싸더라고요. 그리곤 조용해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놈의 '똥 산책'이 시작됐습니다.

가족이 돌아가면서 하면 좋을 텐데, 제가 제일 많이

'똥 산책'을 시켰습니다. 휴지를 잔뜩 들고 검은 비닐봉지를

챙겨서 개를 끌고 나갔는데요. 그럴 때마다 내가 왜 이 짓을

해야 하는지 정말 짜증이 났습니다. 대형견이다 보니 똥을

사람만큼 많이 쌉니다. 공원에서 일을 치르면 좋을 텐데 가끔

큰길에서 그냥 대놓고 싸거든요. 그러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쳐다봤습니다. '저 개 주인이 저 똥을 치우나 안 치우나 보자'

하는 시선으로요.

저도 각오는 했지만 이렇게 많이 쌀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엄청나게 싸놓은 한 무더기의 똥!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손에 검은 비닐봉지를 장갑처럼 끼고 개똥을 치우려고 하는

나의 모습! 비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별의별 생각을

다하게 됐습니다.

집에서 볼일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냥 삽으로 떠서

변기에 넣고 물 내리면 끝인데...

똥 치우는 날이 거듭될수록 사람이 철학적으로 되는 것

같았습니다. 사춘기 때나 했을법한 질문들을 나 자신

에게 던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왜 태어났지?'

'왜 여기서 개똥을 치우고 있지?'

개똥 완성-1.jpg

(저는 이런 그림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밖에 못 그리거든요. ㅎㅎ

그림에는 한 손으로 치우고 있지만 사실 양손으로

치워야 했습니다. 시장에서 상인들이 두부나 콩나물을

비닐봉지에 담아 주듯이요.ㅋㅋ)

이렇게 개똥을 6개월 정도 치운 거 같은데요.

이제 지치고 어떻게든 이 개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이 시골 친척 집에 가시게 됐는데요.

이 기회에 개를 시골로 보내려고 부모님을 설득했습니다.

다행히 부모님도 그러자고 하셨습니다.

다음날 부모님이 개를 차 뒷좌석에 태우고

출발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이

기뻤습니다.

'잘 가라~ 개 그리고 똥아!'

대자연의 품에서 마음껏 똥 싸면서 행복하게 살아라~

개, 똥 추억 끝.
.
.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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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에 관한 아련한 추억 ... 재밌게 잘봤습니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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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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