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를 이기는 방법

in #kr6 years ago (edited)

요즘같은 간절기면 몸이 늘어지고 무엇이든 간절히 하고싶지 않은 날이 며칠간 계속 되곤한다. 몸이 아직 날씨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려니 핑계를 대어 보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간절히 하기 싫어지는건 마찬가지다.
그래도 지금 스팀잇에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고 있으면 단단히 빠지긴 한 모양이다. 스팀잇만큼은 또 간절히 쓰고 있는걸 보면.

암튼 이렇게 간절히 정신마저 놓고 싶은 날이면 한번씩 읽어보는 글이 하나 있어서 여기에 옮겨 본다. 이거라도 봐야 계속 앞으로 나아갈수 있는 힘이 생기니까. 안그러면 이마저도 다 놓아 버릴정도로 몸이며 정신감정이 녹아 내릴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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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를 이기는 방법


살다 보면 꼭 한번은 재수가 좋든지 나쁘든지 천재를 만나게 된다.

대다수 우리들은 이 천재와 경쟁하다가 상처투성이가 되든지, 아니면 자신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평생 주눅 들어 살든지, 아니면 자신의 취미나 재능과는 상관없는 직업을 가지고 평생 못 가본 길에 대해서 동경하며 산다.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추월할 수 없는 천재를 만난다는 것은 끔찍하고 잔인한 일이다.

어릴 때 동네에서 그림에 대한 신동이 되고, 학교에서 만화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만화계에 입문해서 동료들을 만났을 때, 내 재능은 도토리 키 재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중에 한두 명의 천재를 만났다.

나는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매일매일 날밤을 새우다시피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내 작업실은 이층 다락방이었고 매일 두부장수 아저씨의 종소리가 들리면 남들이 잠자는 시간만큼 나는 더 살았다는 만족감으로 그제서야 쌓인 원고지를 안고 잠들곤 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한달 내내 술만 마시고 있다가도 며칠 휘갈겨서 가져오는 원고로 내 원고를 휴지로 만들어 버렸다.

나는 타고난 재능에 대해 원망도 해보고 이를 악물고 그 친구와 경쟁도 해 봤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상처만 커져갔다.

만화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고 작가가 된다는 생각은 점점 멀어졌다.

내게도 주눅이 들고 상처 입은 마음으로 현실과 타협해서 사회로 나가야 될 시간이 왔다.

그러나 나는 만화에 미쳐 있었다.

새 학기가 열리면 이 천재들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꼭 강의한다.

그것은 천재들과 절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천재를 만나면 먼저 보내주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상처 입을 필요가 없다.

작가의 길은 장거리 마라톤이지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천재들은 항상 먼저 가기 마련이고, 먼저 가서 뒤돌아보면

세상살이가 시시한 법이고, 그리고 어느 날 신의 벽을 만나 버린다.

인간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신의 벽을 만나면 천재는 좌절하고 방황하고 스스로를 파괴한다.

그리고 종내는 할 일을 잃고 멈춰서 버린다.

이처럼 천재를 먼저 보내놓고 10년이든 20년이든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 날 멈춰버린 그 천재를 추월해서 지나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산다는 것은 긴긴 세월에 걸쳐 하는 장거리 승부이지 절대로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만화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매일매일 스케치북을 들고 10장의 크로키를 하면 된다.

1년이면 3500장을 그리게 되고 10년이면 3만 5000장의 포즈를 잡게 된다.

그 속에는 온갖 인간의 자세와 패션과 풍경이 있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서 그려보지 않은 것은 거의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 좋은 글도 쓰고 싶다면,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메모를 하면 된다.

가장 정직하게 내면 세계를 파고 들어가는 설득력과 온갖 상상의 아이디어와 줄거리를 갖게 된다.

자신만이 경험한 가장 진솔한 이야기는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만화가 이두호 선생은 항상 “만화는 엉덩이로 그린다.”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이 말은 언제나 내게 감동을 준다.

평생을 작가로서 생활하려면 지치지 않는 집중력과 지구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가끔 지구력 있는 천재도 있다.

그런 천재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런 천재들은 너무나 많은 즐거움과 혜택을 우리에게 주고 우리들의 갈 길을 제시해 준다.

나는 그런 천재들과 동시대를 산다는 것만 해도 가슴 벅차게 행복하다.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잠들기 전에 한 장의 그림만 더 그리면 된다.

해 지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더 걷다보면 어느 날 내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든, 산중턱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바라던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만화가 이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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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이신가?
갸우뚱 하면서 봤어요 ㅎㅎㅎ

지금 화이팅이 필요한 시점인가봐요
화이팅!!

럭희누나가 화이팅 해주시니 힘 내야죠.
아자아자!!!

천재는 그냥.. 천재구나.. 할 뿐인 것 같아요. 아무리 같은 쪽이라도 괜히 별개로 느껴지는건 좋은 걸까요? ㅎㅎ

좋은 방법이네요!! 항상 경쟁하려들고 이기려고만해서 상처만 받았는데... 감사합니다!!

뭐든 꾸준히 하는것이 중요한가봐요.ㅎㅎ
그게 더 힘든일이긴하지만..

이현세작가가 천재 아니었나요?
천재적 재능과 노력이 결부되어야 진짜 멋진 작품이 나오죠.
누가 투자 천재인 분 없나요? 슬쩍 뭍어가게...ㅎㅎㅎ

이현세 작가는 알고보니 노력천재 였나봐요.
투자천재 혹시 만나시면 저도 좀 껴주세요..염치없지만..ㅎㅎ

이현세 작가도 천재이면서. ㅋㅋ
그래도 좋은 글이네요. 형님^^

가끔 내가 아무것도 아닐것 같을때 보면 좋은 글이죠.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매번 감사드립니다. 짱짱맨 화이팅!!!

일만시간의 법칙인가? 그책이 생각나는글이네요

성공하려면 무한의 노력은 누구나 필수인가 봅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짱짱맨 x 마나마인! 색연필과학만화
https://steemit.com/kr/@mmcartoon-kr/4cmrbc
존버앤캘리에 이은 웹툰입니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좋을꺼 같아요^^ 글작가님이 무려 스탠포드 물리학박사라고......

가만 보면 모든게 확률적 분포를 가지는거 같습니다.
머리좋고 운동잘하고 성격좋은 사람도 분명 있는데, 각각의 확률을 모두 곱한 정도로 존재하는~
마치 주사위 3개를 던져서 6-6-6처럼 특별하게 보이는 조합이 나올 확률이나 3-6-1 처럼 평범해 보이는 조합이 같은 것 처럼요.
굳이 비교를 해서 그런거지 모두 다 의미가 있는~

느끼는 점이 많은 글이네요...
맨날 유투버들 그림보면서 허무한느낌을 가졋엇는데 읽으면서 한결 나아진 기분이 들어요ㅋㅋ
좋은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기분이 나아지셨다니 제 마음도 흐뭇합니다.
편안한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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