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얼굴들/갈피

in #kr-diary3 days ago

의외의 장소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여럿 만났다. 스웨덴에 있는 줄 알았던 사람도 방문한 기관에 와 있어서 조금 놀랐고, 짧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옛 은사님께는 아주 잠깐 인사만 드리고 지나쳤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을 많이 만난 하루였다. 아마 오늘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나중에 꽤 후회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모임에서 오래된 친구들을 우연히 만나 안부를 나누며 서로의 생존 신고를 했다. 반면 일적인 부분에서는 상사와 직접 만나지 못한 채 논문 이야기를 카카오톡과 메일로만 주고받다가, 오늘에서야 겨우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이번 달에는 한동안 밀려 있던 일들을 하나씩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지난번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해서 보낸 논문도 이후 어떤 모습으로 다듬어질지 문득 궁금해진다. 과연 내가 정리한 형태가 얼마나 남아 있을까. 어쩌면 많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논리의 큰 흐름만큼은 유지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있다.

작년부터 이런저런 활동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서 그런지, 요즘은 기관을 방문할 때면 나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제법 생겼다. 오늘도 방문한 기관에서 몇몇 사람들과 반갑게 안부를 나누었다. 누구는 스위스로 파견을 가고, 누구는 미국이나 캐나다로 떠난다고 한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번주에는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도 만나 직장 생활의 고충을 들었다. 자연스럽게 리크루팅 이야기가 오갔고, 서로 아는 사람들을 소개해 주며 인연을 이어주기도 했다.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연구를 하든 기업에 있든 모두 저마다의 고민과 방향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다음 주도 이번 주 못지않게 바쁠 것 같다. 선배들과 교수님들도 많이 오실 텐데, 과연 참석할 시간을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요즘은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하게 된다. 한 번 정도 다른 기관에서 경험을 더 쌓은 뒤 임용 시장에 도전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지만, 연구 환경도 채용 시장도 워낙 빠르게 변하고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조급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조금 더 경험을 쌓고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하게 방향을 정해가야 할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들과 같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게 가장 적합한 길을 찾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이 연구자로서는 가장 좋은 환경일 수도 있다. 계약직이라는 불안정함만 제외하면 시간적으로도 비교적 자유롭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으며, 틈틈이 책을 읽고 새로운 공부를 할 여유도 있다. 이런 시간을 앞으로 다시 가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인지 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의 자유를 조금 더 누리며 연구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환경에 뛰어들 것인지. 당분간은 조급하게 답을 찾기보다는, 지금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방향을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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