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용 장군의 국경선에 밤이 오다) 11 기약없는 철수 길steemCreated with Sketch.

in #leedaeyong5 years ago (edited)

어젯밤에는 중공군이 산에 있고 아군이 산밑에 있었으나 하루만에 정반대가 되고 말았다. 이대용은 중공군의 박격포탄 소리를 들으며 길을 재촉했다. 한시간 쯤 지나서 높은 산의 분지를 발견했다. 학교 운동장 만한 분지에는 약 1500명 정도의 장병들이 흩어져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연대장, 부연대장, 대대장 같은 상급지위관은 없고 고장 중대장급 지휘관이 몇 명있었다. 중대장이 있는 부대는 재편성을 하고 있었으나 그러지 못한 부대는 말이 아니었다.

서로 어쩔 줄 모르고 우루루 몰려서 동남쪽을 향해 개미떼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자기 상관을 잃은 사병들이 상관이나 동료를 찾아내려고 이리저리 몰리는 인파는 마치 출렁이는 갈대와 같았다. 이대용은 그런 병력을 재편성 하려고 해보았으나 적의 추격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어서 잘 되지 않았다. 병력을 재편하려면 4-5시간은 필요해 보았다. 자칫하면 중공군에게 전멸당할 위기였다.

재편성은 포기하고 병력들에게 “동쪽으로 돌아서 남으로 남으로 걸어나가자. 그리하여 적의 추격에서 속히 이탈하자”라고 이야기 했다. 그동안 연대장이나 대대장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중공군의 포탄이 아군의 발뒤꿈치를 따라오면서 계속해서 터지고 있었다. 중공군들은 기관총으로 장거리 사격을 하면서 따라 오고 있었다. 저항을 해보았으나 헛된 짓이었다. 실탄재보급이 끊어진 상태였다. 아주 절대절명의 상황이 아니면 실탄을 사용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이대용은 전력을 다해 중대를 남쪽으로 내 달리게 했다. 그러나 중공군도 그에 못지 않게
계속 따라 붙고 있었다.

바로 이때. 비행기 프로펠러 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손수건을 꺼내 비행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비행기는 이대용의 부대 위를 빙빙 돌면서 상황을 파악하는 것 같았다. 모두들 실탄하고 먹을것을 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와 동시에 그렇게 지긋지긋하게 따라 붙던 중공군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남으로 내려가는 아군의 머리위로 비행기는 빙빙돌며 지켜주고 있었다. 비행기 보호를 받아가며 걸어간지 한시간 쯤 되었을 때, 갑자기 비행기가 이상한 폭음소리를 내더니 그만 추락하고 말았다. 모두 아무말없이 그냥 걷기만 했다.

양강(兩江) 북동쪽에 있는 태암산 서북쪽의 높은 산을 오라가다가 뜻밖에도 아군부대를 만났다. 제2대대장 김종수 중령이 분산된 병력을 수습해서 남으로 가고 있었다. 제5중대와 제7중대가 주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제2대대장도 연대장과 제1대대장의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 이대용은 김종수 중령의 지휘를 받아 제6사단 사령부가 있는 태평으로 가기로 했다. 약 300리 정도 떨어져 있었다. 그정도 거리면 이틀 정도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밤 12시경 10분간 휴식이라는 명령에 따라 모두들 길가에서 골아 떨어졌다.

이대용도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중대장님 중대장님 하는 소리에 깨어 보니 벌써 12시 25분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앞에 있던 부대는 모두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대용은 중대원을 깨워서 부지런히 걸었다. 어느 화전민 부락 입구에 도착했다. 옥수수단 속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누구냐고 물어보았다. 제7중대라는 대답을 했다. 제2대대장 김종수 중령이 여기에서 숙영을 하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대대장 김종수 중령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대용은 부락민들에게 지형과 적정을 확인해보았다. 중공군 백여명이 어제 이곳을 지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중대 선임하사관 김상사가 제5중대가 중공군 세명을 사살하고 5명을 포로로 잡았다는 이야기를 보고해왔다. 시간은 새벽 2시 30분이었다. 이대용은 빠르면 3시간 늦으면 5시간정도면 중공군이 공격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작로가 약 15리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용은 2시간 반 정도만 쉬고 새벽 5시에는 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을하고 잠시 눈을 붙였다. 눈을 떠 보니 아침 6시 3분이었다. 동네사람들이 조밥을 지어주었다. 급하게 먹고 거절하는 밥값을 호주머니 속에 넣어주고 떠났다. 그때 시간이 6시 15분이었다. 제1중대와 5중대가 마을을 떠난지 15분이 채 되지 않아서 갑자기 뒤에서 총소리가 콩볶듯이 들려왔다.

약 2시간 쯤 지나서 고개마루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약 300여명의 아군 패잔병들이 몰려왔다. 연대본부중대, 근무중대의 일부와 제3대대의 일부였다. 그들로 부터 제3대대장 조한섭 소령이 전사하고 제1대대 부관 권소위가 부상당해 적에게 포로가 되기 직전 수류탄으로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국경선에 밤이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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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중대를 지켜주신 조소령님과 제3대대, 중공군의 추격을 저지해준 비행기, 조밥을 내어주던 화전민 모두 감사하네요.

excellent work sir.
i support always your works sir @wisdomandjustice

매시간이 무서웠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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