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린's 100] '조직 생활을 하다 미쳐 버리느니 작가로 굶어죽는 편'을 택한 시인은

in #merlins100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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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시도할 것이라면
끝까지 가라
그렇지 않다면 시작도 하지 마라
 
시도할 것이라면 끝까지 가라
이것은 여자 친구와 아내와 친척들과 직장과
어쩌면 너의 마음까지 잃어버릴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또한 3~4일 동안 먹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공원 벤치에 앉아 추위에 떨 수도 있고
감옥에 갇힐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웃음거리가 되고
조롱당하고
고립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립은 선물이다
다른 모든 것들은 네가 얼마나 진정으로
그것을 하길 원하는가에 대한
인내력 시험이다
그리고 너는 거절과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것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네가 상상할 수 있는 어떤 것보다
좋을 것이다
 
시도할 것이라면 끝까지 가라
그것만한 기분은 없다
너는 혼자이지만 신들과 함께할 것이고,
밤은 불꽃으로 타오를 것이다
 
그것을 하라, 그것을 하라
하고 또 하라
 
끝까지
끝까지 가라
 
너는 너의 인생에 올라타
완벽한 웃음을 웃게 될 것이다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훌륭한 싸움이다
 
_ 찰스 부코스키 <끝까지 가라> (류시화 옮김)



몇 해전 나는 미루고 미루던 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삶의 절벽에 마주하고 있던 상황에 선택은 매우 처절하고 절박했다. 마음을 다잡고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고.. 나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글의 맨 첫 장에 이렇게 적어 넣었다.


굶어죽자 氏發


독일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찰스 부코스키(1920-1994)는 대학 중퇴 후 접시닦이, 트럭 운전사, 하역부, 경비원, 주유소 주유원, 창고 일꾼, 주차장 관리원, 승강기 운전원, 개 사료 공장 직원, 도살장 인부, 우체국 집배원 등 온갖 종류의 밑바닥 노동자로 일하다가 '조직 생활을 하다 미쳐 버리느니 작가로 굶어죽는 편'을 택하기로 하고 쉰 살이 넘어 전업 작가가 되었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치열한 추구' 혹은 '쓰레기에 불과한 작품'이라는 찬반이 엇갈리는 평가에 게의치 않고 부코스키는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쓰고 싶은 대로 글을 썼다. 다른 사람들이 아름답게 각색하고 숨기는 것을 그는 거부감이 일 정도로 진실하게 썼다. 미국 현대문학의 '가장 위대한 아웃사이더'라는 별명답게 주류 문단과 거리를 두고 살면서 수천 편의 시와 수백 편의 단편소설, 6권의 장편소설을 썼다.
 
_ 류시화 아침의 시



시인은 굶어죽지 않았다. 한 군소 출판사가 시인에게 전업으로 글을 쓰는 조건으로 매달 1백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런 출판사가 지금은 없.다.
이런 시인이 지금은 없.기. 때문이다.



시인은 굶어 죽지 못했다. 대신 수많은 글을 남기고는 백혈병으로 삶을 마감했다. 그의 묘비에는 <Don't Try>라고 적혀있다고 한다.



끝까지 가라면서 <Don't Try>라니.. 그 딴 식으로 할 거면 때려치우라는 말이겠지.


끝까지 가라
Don't Try



두 문장은 언제나 함께 하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두 문장을 좋아한다. 그리고 마법사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지겹게 듣는 말이기도 하다.



굶어죽자. 괜찮다. 열받아 죽는 것보다 낫다. 시작했으면 끝까지 가라. 끝까지 가지 못할 거면 시작도 하지 마라. 마법사는 끝까지 가고 있다. 너무 멀리 왔다. 못 돌아간다. 굶어죽자고 결심했지만 한 끼도 굶은 적이 없다. 너무 먹어 탈이다. 고민하고 있다면 번민하고 있다면 조직생활 하다 미쳐 버려라. 넌 못 나온다. 고민하는 사람이 굶어죽을 각오 못한다. 그러니 Don't Try! Don't Try!! Don't Try!!! 어설프게 길 위에 올라타서 앞 길 막아대지 말고 꺼져라! 남 핑계대지 말고, 누구 탓하지 말고, 氏發 니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왜 핑계를 대고 지랄이야. 선택은 지가 해놓고.



氏發 잊고 있었다. 굶어죽자 해놓구선 너무 먹고 있다.



'조직 생활을 하다 미쳐 버리느니 작가로 굶어죽는 편'을 택한 시인은 지금 시를 쓰고 있다. 시인은 마법사다. 시는 글로만 쓰는 게 아니다. 너의 삶과 나의 삶을 시로 적어내려가고 있다. 그렇게 살지 않은 사람이 그렇게 시를 쓸 수가 없다. 그렇게 시를 쓰기 위해 먼저 그렇게 살고 있다. 글은 그냥 터져 나올 뿐이다.



그러나 너에게는 이 말만 하고 싶다.



Don't Try..







P.S.

오랜만입니다. 기다렸습니다.







[INTRO]
마법사입니다. 그렇다구요.
마법의 열차는 불시 도착, 정시 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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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멋지네요 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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