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amf’ movie] 베티 블루 Betty Blue 37.2 |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그 격렬한 청춘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in #movie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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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에게...


그런 사람이 있지.
청춘을 끝내지 못하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이고.

나의 청춘은 죽음과 함께 끝이 날 거야.
베티, 너처럼.
나는 너처럼 육체적 청춘의 상태로 죽음을 맞진 못하겠지.
이미 나는 늙어가고 있어.
너의 젊은 죽음이 부럽기도 하지만 죽음을 선택하지 못할 거야.
33살에 죽었다고 해도 싱그러운 청춘은 아니었으니.



너를 처음 봤을 때 나는 너를,
미친년 중에 상미친년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살다 보니
나도 너처럼 미친년처럼 굴 때가 생기더라.
물론, 난 대부분 술의 힘을 빌려 미친년이 되었지만,
가끔은 맨정신에도 미친년이도 했어.

어떤 이는 미친년인 내게 매력을 느껴 끌려오기도 했고
어떤 이는 미친년인 내게 두려움을 느껴 달아나기도 했지.


베티, 너의 그.
조그는 네게서 달아나지 않았어.
그의 사랑이 부럽냐고?
아니, 나는 너의 사랑의 받고 싶었어.
나의 글을 너처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 얼마나 황홀할까.

나는 조그가 부러웠어.
네 사랑을 받는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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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의 광기를 견딜 수 없었던 것일까.
하지만 스무 해가 지난 지금,
다시 만난 너의 광기는 이제 더 이상 광기로 느껴지지 않았어.
내가 살아온 스무 해 때문일까.
너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제는 거의 대부분 공감이 되는 거야.
미친 것이 아니었다고,
광기가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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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허무할 뿐, 남는 것은 사진이다.

너는 너의 그 무언가를 끝내고 싶어서
아이를 갖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청춘의, 그 격렬한 청춘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자는 영원히 청춘과 제대로 결별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
너는 너의 젊음, 생기, 욕망을 멈추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
다시 만난 너를 보면서.


나도 그랬거든.
끝내고 싶었지.
청춘을, 그 격렬했던 욕망,
불길을 알 수 없이 펴져나가는,
미친듯한,
슬픔, 환희, 빛, 어둠.
견딜 수 없었던 모호함...


살아내니, 어느 정도 멈춰져 있더라.
그 모든 잡을 수 없었던 감정과 순간들이.

네가 살아내지 못한 시간을 나는 살아내었지.
너는 나에게 청춘으로 남아있어.

나의 모든 블루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웠고
서글펐고
뜨거웠던 너.

베티, 너를 잊을 순 없을 거야.
언제나 내 몸 한구석에 박혀있는 나의 그 시간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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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갈로를 불 질러버린 베티.



Betty Blue 37.2


롱테이크의 섹스 신으로 시작하는 베티 블루 37.2.
다시 본 이 영화에서의 섹스는 이제 큰 의미가 없다.

사람들의 정상체온은 36.5도.
37.2 도는 임신하기에 적당한 자궁 내의 온도이다.
‘임신’은 베티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내가 느끼는 그 의미가 맞을까.
임신에 집착했던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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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가 죽고 나서야 글을 쓰기 시작한 조그가 미워졌다. 조그의 글을 아이처럼 다루고 엮어 출판사에 보내고 그의 글이 빛을 보길 꿈꿨던 베티. 조그의 글이 베티에게 아기와 같은 존재가 되어줄 수 있었을 지도. 어찌 됐건 베티로 인해 조그는 글을 쓰게 되었다. 그가 어떤 작가가 되었을지는 모르나 그의 글은 베티에게서 태어난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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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없는 정적이 너무 힘들어.



누벨 이마쥬(Nouvelle Image)는 1980년대 프랑스 영화감독들의 작품들이다. 장 자크 베네 Jean Jacques Beineix 의 베티 블루, 뤽 베송의 그랑블루, 레오 까락스의 소년, 소녀를 만나다와 나쁜 피 등의 작품이 그에 속한다. 레오 까락스와 그의 뮤즈, 드니 라방을 좋아했었다. 그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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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에 집착한 이들의 영화는 시각적 잔상이 진하다. 그중에서 색감이 예쁜 영화가 베티 블루이다. 방갈로를 페인트 칠하는 장면에서의 색감이 특히 예뻤다. 파스텔톤. 자동차의 노란색도 예뻤고 베티의 옷 색깔도 이뻤다.



베티 블루, 베아트리체 달 Beatrice Dalle 은 베티 그 자체였다. 그녀의 다른 영화는 보지도 않았지만 다른 영화 속 그녀를 상상할 수도 없다. 아름답다고 하기엔 부족하고 관능적이라고 하기엔 순수한 그녀, 베티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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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후 영혼은 나비가 된다. 베티의 영혼은 고양이가 되었다. 고양이를 나비야~라고 부르는 이유틑 뭘까?






written by @madamf MadamFlaurt
#movie | #BettyBlue37.2 | #BeatriceDalle | #JeanJacquesBeine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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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ㅗㄹㅐㅅㅁㅏㄴㅇㅣㅇㅖㅇ

그러게요. 켄스타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나요?^^

저야. 잘지내죠.

정말 관능적인 영화였지요. 베아트리체는 묘한 매력이 있었지요. 다시 만나니 반갑네요.ㅎㅎ

오래 전 영화 주인공들 다시 만나면
옛친구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요.
소울메이트님, 굿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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