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Do(○), Do-Plan (X)

in #negotiation6 years ago

최근 트럼프가 힘을 우위로 한 전면적인 정책을 밀어붙이며 각국의 정책 변화와 상호 협력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협상이라는 사람과 사람의 대면이 존재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역사상 가장 훌륭한 success story인 서희 장군의 담판과 강동 6주를 생각한다. 명분과 정세 판단을 바탕으로 상대의 목적에도 부합하고, 나의 목적과 이익에 부합하도록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다.

상대방을 설득하고, 조건을 제시하기 이전에 반드시 형세 판단과 나의 역할에 대한 사전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다. 그래야 생각을 디자인할 수 있다. 판을 짠다고 볼 수 있다. 생각을 디자인 하는 것은 책상머리에서만 해서는 안된다. 기계가 딥러닝을 하듯, 그 참여자, 참여자들의 환경에 대한 학습과 관찰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사전에 해야 한다. 섬세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필요한 시대다.

기계의 인공지능을 지향하는 시대에 사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다. 공부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나는 철학이란 사람이 머리 굴리는 방법이다. 그 방법이 한 가지일 수 없다. 그 다양한 사람만큼 머리 굴리는 방법이 세상에 존재한다. 특히, 유일하게 사람만이 말과 행동이 다르다. 융통성과 상황 대처능력이 필요한 이유다. 협상에서 제일 어려운 사람은 말을 바꾸는 사람이다. 상대적 우위에 있는 자는 힘을 바탕으로 말을 바꾸고,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사람이 말을 바꾸면 그 분노를 받아내야 한다. 정의와 염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란 존재가 말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모두가 성인군자처럼 언행일치가 된다면 협상할 일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융통성을 가질 수 없다. 한 분야에 국한되어 흉내내기는 가능하겠지만 인간이 갖고 있는 다차원적인 사고와 경기 규칙을 바꾸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기계가 융통성과 상황대처 능력을 인공지능으로 구현하면 그곳은 인간에게 지옥과 천국의 셔틀을 제공할 지 모른다.

이런 사설을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해외영업을 하는 나로서도 매일 협상이란 허들을 직면한다. 직접 하는 것이 있고, 팀장, 파트장, 팀원들이 진행하는 것을 지원할 때도 있고 지시할 때도 있다. '내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은 틀릴 수 있다'라는 말을 깊이 세기고 있다. 그래서 이청득심(以聽得心)이란 책의 한 구절처럼 먼저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듣지 않으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다.

기본이 중요한 것은 사람은 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말하며, 듣고 싶은 것을 듣기 위해서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들어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런 항상심을 갖는 것이 어렵다. 무조건 누군가의 말을 듣고만 있다고 경청을 잘 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의미, 목적을 간파하고, 그 전제 조건하에서 내가 해야 할 것, 할 수 있는 것을 판단하는 과정이다. 이 내용이 명확할 때 전체 판을 설계하는 안목, 생각을 디자인하는 설계(설득의 서사구조)를 통한 협상력이 생긴다. 대부분 내 이야기만 하다가 판이 깨지거나, 받아쓰기만 해갖고 와서 무리를 하게 된다. 꼭 얼굴을 맞대는 것만 협상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 매일매일 쓰고 받는 이메일, 전화, 행동, 태도의 전체적인 인간 활동이 협상에 반영된다.

며칠 전 미국에 출장 간 사람들로부터 메일이 왔다. 견적을 진행할 때에 기본적인 인증기준으로 제시하였는데 추가적으로 UL인증을 두 가지를 받아야 한다는 보고가 왔다. 전체 사업규모가 있어서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부분이지만, 파트너도 조건을 알고 있다. 문제는 mandatory 조건이라는 것과 비용부담 우기기를 시작한 것이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협상을 하는 이유는 상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서로의 조건을 절충하고 합의하는 과정이지 상황을 중계방송하는 것이 아니다. 중계방송은 정보전달과 새로운 전략의 구축과 지원을 위해서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목표의 방향을 위한 의사결정이 최우선 순위다. 앵무새처럼 미국에 가서 파트너 이야기만 그대로 받아쓰기를 해서 중계방송을 한다. 답답한 심정도 이해가 되지만, 갑갑한 마음도 어쩔 수가 없다. 출장의 목적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무실에서도 의사결정이 아니라 의사결정 중계방송을 하는 일이 훨씬 많다. 왜 그럴까를 돌아보면 물어볼 것을 제때 안 물어보고, 알 수 없는 것을 그 뛰어난 감으로 깜깜이를 하는 것이 문제다.

파트너와 협상하는 이유는 파트너의 고객, 즉 최종 고객이 사업 승낙을 추진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 mandatory 조건을 위해서 30만 불이란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첫째 사업 승낙을 받았는가, 받을 수 있는가? 파트너의 예측은 어느 정도인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확실하다면 투자할 수 있고, 어중간하다면 위험비용을 분산하는 차원에서 파트너의 비용 부담을 요구할 수 있다. 처리방식은 상호 상황에 맞게 절충할 수 있는 일이다. 아직 알 수 없다면 투자는 명확할 때까지 협의해서 투자부문만 보류해야 한다. 이는 우리와 고객사가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일하기 때문에 반드시 서로를 고려하고 보살피면서 이야기해야 한다.

사업 규모 때문에 파트너 담당자는 무조건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방방 뛴다. 위의 글처럼 정리해서 보냈다. 친하기도 하지만 긴장감도 있는 사이다. 땅 파면 돈나 오는 것이 아니다. 명확한 사업 타당성을 만들어야 투자할 재원이 할당된다고 이야기했다. 그 사업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정보 입력은 파트너 당신과 우리 영업팀의 mandatory 역할이라고 명확하게 닦달을 했다. 그나마 파트너 대표가 비용분담을 이야기한다. 아직 최종 승낙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목표가 달성되면 모든 세부적인 일은 따라가기 마련이다. 목표가 불명확한데 김칫국이라도 먼저 마시려고 하는 의도가 문제다. 회계장부가 안 맞는 것은 내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돈이면 모든 사람은 1원 하나 틀리지 않는다. 내 돈이라면 30만 불 투자해야 한다는 소리는 함부로 하지 못한다. 피부 색깔이 달라도 사람은 똑같다.

PDCA(Plan, Do, Check, Act)라는 말이 있다. 협상의 결과가 고통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은 별거 아니다. Do 하고 틀어진 일을 바로 잡는데 Plan, Check, Act를 하는데 시간을 쓰는 경우다. 목표란 방향으로 달리지 못하고, 배를 고치는데 상당한 시간을 써야 한다. 영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개발, 제조, 품질, 서비스 등 다양한 곳에서 발생한다. 달리 '생각 좀 해라'라는 말이 있는가? 사람을 절대로 multi-tasking이 되지 않는 아날로그 존재다. 대신 시간의 순서를 정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 모든 매뉴얼, 업무 매뉴얼, 작업 지시는 그 분야에 필요한 순서와 내용을 세세하게 적어 놓은 것이다. 조삼모사라는 말에서 순서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니 조삼모사와 같은 행동을 계속한다. 순서의 이치를 알아야 속도가 생긴다. 기업의 문서와 업무처리 방식으로 기업의 수준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수준을 결정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단 저질러야 한다"는 말을 한다. 도전의 취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산업 생태계는 30년 전과 같은 아마추어 리그가 아니다. 각 분야의 고객과 우리가 참여하는 시장도 함께 발전해 왔다. 과거 한국이 전기전자 시장에서 어설픈 짝퉁, 복제 시장으로 성장한 부분을 지금 중국의 산자이들이 한다. 우리는 발전된 수준만큼 더 프로페셔널해져야 한다. 프로페셔널의 정의도 나름대로 하면 언행일치의 정도가 높은 사람 또는 업무처리다. 그 속에 다시 신뢰라는 싹이 튼다. 불나서 비상벨 누르면 소방차 오고 상도 주지만, 비상벨 누르고 불 지르면 소방차 오고 경찰 온다. 저지르기 전에 반드시 스스로 공부를 해 두던가, 조금의 시간을 더 들여서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것이 실패를 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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