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19 일본의 우크라이나의 전장 참여, 정창현 글
최근 드러난 일본과 우크라이나 간 협력 구상은 표면상 기술 교류와 방위 산업 협력이지만, 실제 성격은 훨씬 더 직접적이고 위험하다. 일본은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실제 전장을 활용해 자국의 군사 역량을 실험하고 더 나아가 전장 참여의 문턱까지 접근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참아온 그들의 군사적 절제 원칙이 근본적으로 해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일본은 대러 제재에 동참하며 서방 진영에 깊이 결속되었다. 그러나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이후 일본의 태도는 질적으로 변화했다. 일본 정부는 2022년 3월 방탄복과 헬멧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며 군사 지원의 첫 단계를 밟았다. 이후 2023년 12월, 기시다 내각은 무기 수출 3원칙을 사실상 해체하는 ‘방위장비 이전 3원칙’ 개정을 단행했고, 2024년에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미국에 제공하여 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되도록 했다. 이미 일본은 더 이상 ‘비군사적 지원국’이 아니었다.
일본 기업과 우크라이나 방위 산업 간의 직접적 협력은 그 다음 단계에 해당한다. 테라 드론과 같은 일본 기업이 우크라이나 드론 제조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투자에 나섰다는 사실은 보통의 산업 협력을 넘어선다. 드론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공격 수단이다. 2025년 기준으로 우크라이나는 월 20만 대 이상의 소형 드론을 생산하며, 이 중 상당수가 전선에서 사용되고 있다. 일본 기업이 이 생산 체계에 참여한다는 것은 곧 전장의 일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더 주목할 점은 ‘전장 경험'의 이전이다. 일본은 우크라이나로부터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전투 데이터를 흡수하는 중이다. 즉, 무기 개발을 넘어 군사 교리 자체를 전환하는 과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민간 기술자와 군인이 결합된 형태로 무기가 개발되고, 몇 시간 내에 실전에 투입된다. 이 시스템은 오래된 국가 중심의 군수 산업 체계를 해체하고 전쟁을 지속적 실험의 장으로 만든다. 일본이 이 모델을 받아들이려 하는 이유는 그들이 전쟁을 억제의 대상이 아닌 학습과 확장의 대상으로 보고 있음이다.
이러한 흐름은 일본의 내부 정책 변화와 정확히 맞물린다. 2022년 12월 일본은 ‘국가안전보장전략’을 개정하며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공식화했다. 전수방위 원칙의 근본적 수정이었다. 이어 2025년 방위비는 GDP 대비 2% 수준으로 확대되었고, 그 규모는 약 11조 엔(한화 약 101조 834억원)에 달한다. 2012년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일본의 군비 증강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병행되어 진행된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미국과의 구조적 결합도 강화하고 있다. 2026년 7월 앙카라 NATO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생산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저 생산 확대가 아니라 군수 생산을 국제적으로 분산하겠다는 뜻이다. 일본은 여기에 참여함으로써 미국 중심 군사 네트워크의 동아시아 거점으로 기능하게 된다. 이미 요코스카 해군기지 인근에서 안두릴과 같은 미국 방산 기업들이 생산 시설 확보를 추진하는 중이며, 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일본은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전쟁에 접근 중이다. 첫째, 무기 및 기술 공급. 둘째, 전장 데이터와 교리의 흡수. 셋째, 미국 주도의 군사 생산 체계 편입. 이 세 요소가 결합되며 일본은 더 이상 후방 지원국이 아니라 실질적 전쟁 수행 체계의 일부로 바뀌는 과정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군국주의’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는 군사력 확대와 산업 동원을 통해 전쟁을 수행했다. 현재의 일본은 첨단 기술과 민간 기업을 결합한 형태로 과거와 동일한 구조를 재구성한다. 차이는 형태일 뿐 본질은 동일하다. 특히 드론과 자율 무기 체계는 전쟁의 문턱을 낮추고 정치적 책임을 흐린다. 전쟁을 더 쉽고 일상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일본은 겉으로는 국제법과 평화를 강조하지만, 실제 행동은 정반대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가 일본 대사를 소환해 항의하거나 중국이 매일같이 일본을 비난하는 이유는 일본이 이미 분쟁 당사자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전쟁의 불씨가 동아시아로 확장될 가능성이다.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중국 견제라는 명목으로 적용하려 한다. 2026년 일본 정부가 무인 함대 구축에 1,000억 엔(한화 약 9,188억원 )을 배정한 것도 그 일환이다. 지역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군비 경쟁을 촉발하는 요인이다.
일본의 선택은 더이상 전후 질서 속에서 유지해 온 평화 국가의 틀을 유지하는 데 있지 않다. 그들은 미국과 서방의 군사 전략에 편입해 새로운 형태의 군사 국가로 전환하기로 마음먹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의 지역 분쟁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 질서 재편의 시험장이며, 동시에 각국이 전쟁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준점이다. 일본은 이 전쟁을 학습의 기회로 삼았다. 그리고 전쟁에서 배운다는 것은 곧 전쟁에 참여한다는 의미와 분리될 수 없다. 일본의 행보는 세계적 군사 대결 구도 속에서의 위치 이동이며, 그 방향은 분명히 전쟁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