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여행이야기) 불국사 가는길

in #oldstone6 years ago

불국사를 가는 길은 매우 힘듭니다. 워낙 유명한 절이라서 경주에서 바로 쉽게 갈 수 있을 듯 하지만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 합니다. 신라시대에 교통도 편치 않았을 시기에 왜 이렇게 먼곳에 절을 지었는지 이유가 궁금합니다. 불국사 정류장에 도착하면 바로 상가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불국사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과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거기에서 불국사를 찾아가려면 살짝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불국사로 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정표가 있기는 하지만 그쪽으로 가면 불국사가 있는 건가 하는 의심이 살짝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의 경우였구요. 아마도 여러분들은 그러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버스 정류장에서 불국사로 가는 길은 두 방향이 있습니다. 뒷문으로 가는 길과 앞문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어느길로 가더라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저는 가급적 뒷문으로 먼저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물론 앞문으로도 다시 가보셔야 합니다.

제가 불국사에 간 것은 올해 초였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았지요. 그래서 인지 뒷문을 통해 불국사로 들어가는 길은 쾌적했습니다. 겨울의 차갑고 산뜻한 한기가 코속으로 들어왔습니다. 걸어 가는 길 좌우의 나무들을 보았습니다. 마른 나무가지 사이로 햇살이 투명하게 세상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불국사의 길은 아주 재미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많은 절들이 그렇듯이 길에서 절이 보이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절을 찾아 가는 길에서 절이 바로 보이게 되어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마 절집을 만들 때 그렇게 구상을 하나 봅니다.

잘은 모르겠으나 옛사람들은 절집에 찾아가는 길을 진리를 구하는 과정으로 비유해서 길을 만든 듯 합니다. 진리라는 것이 아무데서나 보이면 안되는 것이지요. 바라본다고 그냥 보이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절을 찾아 가는 길은 구부러지고 휘어져있는 것입니다.

불국사의 길이 바로 그러합니다. 뒷문으로 통해가거나 앞문으로 가거나 불국사 경내에 들어서도 절은 바로 보이지가 않습니다. 불국사의 뒷길은 산등성이를 휘감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세상이 발전하면서 길도 점점 넓어졌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예전에는 사람 하나 겨우 다닐 만한 길이였겠지요. 그러나 요즘은 차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직하게 확대되었습니다.

불국사 앞문에서 들어가는 길은 뒷문으로 들어가는 길보다 평탄합니다. 뒷문에서 들어가는 길이 고저가 있다면 앞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평탄합니다. 앞문으로 들어가는 길도 과거보다 많이 넓어진 듯 합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바로 길가에 잘자란 나무들이 서 있습니다. 그 길을 조금 가다 보면 연못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연못에서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사진이 잘 나오는 자리가고 합니다. 자세히 보면 그 연못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아니고 인공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산등성이에 이렇게 힘들게 인공 연못을 만들었을까요 ? 세상에 이유없는 일은 없는 법이지요. 저는 일주문에서 불국사 가는 길을 휘어지게 만들기 위해 연못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길에서 직접 절이 보이는 것은 격이 떨어지는 법이지요. 불교의 사상과 생각은 직선이 아니고 곡선으로 표현된다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진리를 찾아가는 구도의 방법도 그러하다는 것이지요. 세상은 항상 변한다는 것이 불교사상의 출발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눈앞에 바로 보이는 진리는 진리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일주문 앞에 연못을 만들고 그 연못을 둘러서 불국사에 들어가도록 만든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뒷문에서는 산등성이를 돌아서 와야 하니 일부러 연못을 만들 필요는 없었겠지요. 그러나 불구사의 앞길은 평탄해서 연못을 만들지 않으면 바로 직선으로 길을 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직선의 도로를 피하기 위해서 연못을 만든 것입니다.

불국사 뿐만 아니라 많은 절을 다니면서 가장 아쉬운 것 중의 하나가 길이 넓어졌다는 것입니다. 차량이 다녀야 하니 길이 넓어질 수 밖에 없지만 원래 절을 찾아 가는 길은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면 족한 듯 합니다. 진리를 찾아가는 길은 그렇게 좁기 때문입니다. 두사람이 같이 어깨동무하고 갈 수 있는 길도 아닙니다. 그저 혼자서 가야 합니다. 그래서 절에 가는 길은 좁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혼자서 가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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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는 계절마다 다른 분위기를 느낄수있어 언제가도 좋은 곳이지요.
버스타고 걸어서 천천히 찾아올라가는것도 멋진 여행 코스입니다.
마지막으로 갔을때 석가탑 보수중이었는데 이제는 끝났나 모르겠군요.^^;;

제가 다 가보지는 않아서 잘모르겠지만 일본 교토의 절들은 모두 마을 근처에 형성되어 있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것도 참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진리라는 것은 어렵기도하지만 찾아놓고 보면 평범함에 있다고 하지요. 길이 넓게 트였다는것은 그만큼 진리로 다가가는 길이 쉬워졌다고 생각해도 좋을것같습니다. 그래서 종교의 본질이 변색됨과 같은 나쁜점도 있겠지만요. 시대의 흐름은 어쩔수 없는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시대마다 상황에 맞는 옷을 입게되는 것 같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삶이란 시대에 따라 다 달라지는 것이지요.
세상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인데 종교도 변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일본의 스님들은 세습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나라마다 종교도 다 다른 법이구요

혼자 가야하는 이유... 인생도 그런 것 같네요. 내가 걸어가야 주변이 보이니까요.

삼년 전인가..
불국사에 들렀는데, 석가탑이 보수 공사중이어서 참 아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치형으로 오르는 길에 불교의 미학이 숨어 있었군요.

절에 가는 길이 좁아야 하는 이유

저는 자기만의 깨달음으로 읽힙니다.

인생 여정의 길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때 불국사를 가본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ㅎㅎ

고교시절 수학여행때 들른 불국사와 웅장한 석굴암의 모습 정말 놀라웠고 기억이 생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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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 맞죠?ㅎㅎ
작년에 7월 초였습니다.
많이 걸어 올라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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