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횡설수설) 여름을 떠나 보내며steemCreated with Sketch.

in #oldtstone5 years ago

오늘 저녁 친구를 만났다. 각자 하는 일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다. 중년의 두 남자가 마치 데이트 하듯이 3시간 넘게 이야기를 했다. 열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보는 것은 항상 즐겁다. 그 나이에도 아직 가슴 속에는 활화산이 타고 있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버스를 타러 나왔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자니 한기가 느껴진다. 벌써 가을이 한참 서울 시내를 감싸고 있는 듯 했다. 불현듯 그 더웠던 여름이 생각났다.

서재에 들어가자 마자 그 더웠던 날에 찍었던 사진을 찾아 보았다. 여름 사진을 정리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난 여름을 제대로 보내는 의식을 지내지 못한 셈이다. 이제까지 살아온 날이 앞으로 살아갈 날이 길어졌다. 지나가는 계절 하나하나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 여름을 보내는 의식이라고 하지만 뭔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저 여름에 찍었던 사진을 하나하나 넘겨보면서 그때를 기억하는 것이다. 물론 그 기억이라는 것도 영원하지 않다. 얼마지나지 않아 이번 여름이 어떠했는지는 잊어버릴 것이다. 살아 오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잊어 버리고 또 잃어 버려 왔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름을 그냥 잊어 버릴 수 없는 것은 내가 은퇴하고 처음 맞이했던 여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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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은퇴하고 여름에 예전 직원들과 같이 저녁식사하고 차한잔 하면서 찍었던 사진이다. 그날 뒷산 봉오리를 넘어가는 여름햇살은 강력했다. 그 강력하고 찬란한 여름의 햇살을 머금은 채소며 나무들은 짙은 녹음을 나에게 자랑했다. 마치 나에게 자신들은 지금이 한창이라고 자랑이라고 하듯이 말이다. 그 찬란한 빛의 반사가 부러웠다. 여름과 녹음은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들은 소중하다. 삶이란 결국 시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두려운 것은 그 소중한 시간을 내가 어떻게 보냈는지를 잊어버리는 것이다. 결국 삶이란 무엇을 추억할 수 있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육체의 힘을 빼앗아 가지만 나중에는 정신도 무력화시킨다. 그래도 인간이 시간에게 끝까지 저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추억하는 힘이다. 물론 그 추억도 사라질지 모른다. 마지막까지 위대한 정신의 힘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남아 있는 시간동안 끝임없이 추억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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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니 추억이 더 그립습니다.
시간에게 저항을 하고 싶은데 힘드니,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 가면서 살아가렵니다.

같이 가시지요

이제까지 살아온 날이 앞으로 살아갈 날이 길어졌다.

지나온 시간에 기다란 그림자 하나 남기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런 것 같습니다.
올드스톤님이 남기고 계신 그림자 속 무수한 추억과 즐거운 기억들이 앞으로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라 생각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저 감기로 고생하고 이제 막 끝입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저도 며칠 전
반쯤 은퇴한, 오랜 친구랑
쉬지 않고 장장 네 시간 수다를 떨었네요.

사진을 보니
마음이 맑아집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누어주세요

감사합니다.

멋진 풍경이네요

고맙습니다.

시간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거같아요!
그래도 앞의 시간은 새로운시간이고 지나간시억은 기억으로남으니 ㅎ
올드스톤님 편안한밤되세요^^

감사합니다. ㅎㅎ

그래서 치매가 무서운 병이죠....

치매는 본인 보다 주변사람들이 무섭다고 하더군요

한창 전성기일 때에 퇴사를 했고 그 이후 생활에 만족하면서도 혼자서만 발전이 없는 것 같아 우울해지던 참이었습니다. 올드스톤님 글 덕분에 돈과 명예 대신 얻은 시간, 다른 방법으로 소중히 써야겠다고 다시 한번 결심하고 갑니다.

사실 이제까지 살면서 느낀 것은 책보고 공부하는 것 보다 좋은 삶은 없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저 입에 풀칠하고 식구들 건사할 정도만 되면 공부하는 것이 최고의 삶인 듯 합니다.
스팀잇은 그런 공부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곳이구요

글을 보니 올드스톤님께 은퇴는 곧 새로운 추억을 향한 시작처럼 보입니다! 앞으로도 무궁한 풍요와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에 왠지 더움보단 시원함이 느껴지네요^

그런가요. 초록이 그렇지요

이제 이런 풍경을 보려면 다시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겠네요.
뭔가 아쉽지만 한편으로 속시원하기도 합니다.^^;;
후반부 글을 읽어보니 저 역시 앞으로 뭘 할까하는 가벼운 고민을 하게 만드네요.
어떻게 사는냐에 따라 그 추억도 달라지는데 걱정이 먼저 앞섭니다.^^;;

그냥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는 없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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