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vely Tour: London #1] 혼자 여행하던 여자, 처음 여행하는 남자

in #photokorea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여행하는 피라미 쏭블리입니다. :)

@songvely July. 10. 2018.






Piccadilly Circus, London.
와이파이를 찾아 거리를 헤매다.





새로운 여행기를 시작한다고 해놓고 주말 내내 게으름을 부렸다. 오늘은 일단 집에서 떠나던 그 날만큼이라도 기록해두기로 했다. 야금야금 조금씩 써 나갈 앞으로의 이야기. 어떤 식으로, 어디서부터 써야 할 지 여전히 갈피가 잡히지 않지만 그냥 내키는 대로 쓰기로 했다.






여행을 떠나던 그 해 5월, 내가 살던 곳에는 눈이 펑펑 내렸다.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니 며칠 전 1학기 기말고사를 끝내고 여름방학을 맞이한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나와 햇님군은 ’어우 추워’를 연발하며 라스베가스 공항으로 떠날 우리 붕붕이의 트렁크에 짐을 실었다.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고 싶었던 우리는 라스베가스에서 뉴욕, 뉴욕에서 런던으로 이어지는 경유 노선을 택했다. 한편으로는 미국에 몇 년 간 살면서도 한 번도 뉴욕에 가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기도 했다.



문제는 뉴욕으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였다. 중간에 터뷸런스를 만난 우리 비행기는 급류를 만난 나뭇잎처럼 이리 저리 나부끼는 듯 했고, 자이로드롭처럼 뚝 하고 떨어졌다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고, 통로 맞은 편의 여성은 우는 아이들을 껴안은 채 흐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내게 비행 트라우마를 남긴 그 비행기는 지옥같은 시간을 건너 거짓말처럼 사뿐히 뉴욕공항에 내려앉았다. 그 순간 우리 모두는 박수를 쳤다.



그렇게 도착한 뉴욕 공항은 크고, 북적였다. 인천공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평소 자주 찾던 라스베가스 공항에 비하면 너무나 화려했다.






공항에서 대기중. (라스베가스 공항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뉴욕에서 히드로 공항으로 가는 국외선 비행기는 크고, 안정적이었다. 탑승객도 매우 적어서 마음에 드는 빈 자리에 앉거나, 심지어 여러개의 의자에 누워서 갈 수 있었다. 나와 햇님군은 긴장을 풀고 서로를 베개 삼아 잠이 들었다.



비행기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아침.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런던에는 게트윅, 히드로, 루톤, 스톤스테드 등 네 개의 공항이 있는데 이 중 히드로 공항이 런던 시내에서 가장 가깝다고 한다. 예전에 게트윅 공항에 내려서 익스프레스 기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온 적이 있는데 시간도 많이 들고 기차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히드로 공항의 벽면에는 털이 복실복실한 긴 모자를 쓴 근위병 사진이 붙어있었다. 촌스럽게도 난 그 사진 하나에 가슴이 뛰었다. 전에도 런던을 여행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언제나 혼자였다. 시간과 비용, 여러가지 사정을 맞추는 것이 힘들어서 난 홀로 비행기를 탄 적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혼자 떠나는 여행이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타인과 다양한 사정들을 맞추고 싶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부딪히는 것은 더더욱 싫었기에 매번 속 편히 홀로 짐을 쌌다. 내가 혼자 떠난 여행에서 얻은 자유와 사색은 지독한 외로움과 맞바꾼 것이었다.



반면에 햇님군은 나와 연애를 하기 전까지 국내, 국외를 막론하고 여행이라곤 통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운동, 컴퓨터, 카메라가 햇님군의 취미이자 일상이었다. 신혼여행을 다녀왔으니 따지자면 그 해 유럽 여행은 햇님군의 첫 해외 여행은 아니었지만, 몰디브의 한 섬에 머물며 유유자적했던 신혼여행은 평소 내가 생각하던 ‘여행’보다는 ‘휴양’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혼자 여행하던 여자와 처음 여행하는 남자의
한 달동안의 유럽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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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님군은 송블리님을 잘 만나신거 같습니다 ㅎㅎ여행의길을 이끌어주시다니^^

하핫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더 많이 함께 여행하고 싶네요.

여행에세이처럼 재미있게 잘 읽었어용~ ^^
국내선 터뷸런스가 정말 심했나보네요. ㅠㅠ 엄청 무서우셨을것 같아요.
저도 이번에 런던 히드로 공항 도착했을때
저 웰컴아저씨 보고 두근두근 하더라구요. ㅎㅎㅎ

지금 생각해도 너무 무서워요- 그 이후로 비행기 탈 때마다 가슴이 두근 거리고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구요..ㅠㅠ

저 웰컴 아저씨는 아직도 계시는군요- 조만간 또 뵈러 가고 싶은데...ㅋㅋ

떠난다는 건 멋진 거죠.^^

👨 오호호호~ 이건 글로 쓰시면서도 행복하시겠어요.
읽는 제가 설레네요. : ) 혼자 여행하던 여자와 처음 여행하는 남자!

혼자 즐겁기는한데 아무도 알고 싶지 않은 정보가 TMI라서욯ㅎㅎ

한 권의 여행에세이 책을 읽는 느낌이네요^^
다음 편도 기대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이렇게 써보는 건 처음인데 생각보다 재미있으면서도 힘드네요^^;;

유럽여행기 시작되는 군요 ㅎㅎㅎ
첫 사진에서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터뷸런스라.. 장시간 비행을 해보지 않아서 겪어보지 않았지만 굉장히 공포스럽겠군요. 그나저나 유럽 여행 안그래도 궁금하던 차였는데 엄청 기대됩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무서워요..ㅠㅠ 승무원들도 당황한 게 느껴지고..ㅠㅠ 요즘도 비행기 탈 때마다 숨막히고 두근거려요 흑

저는 붕붕이 옆에 올드카에 눈길이...햇님군 자동차에도 취미를 가지신건가요?ㅎㅎㅎ다음 여행기가 기대됩니다. 과연...혼자와 처음의 사이가 어떠했을지 궁금해져요.ㅎㅎㅎ

아이쿵 저 차들은 당시 저희 앞집의 차들이랍니다. 미국은 오래된 차들을 개인 차고에서 뚝딱 뚝딱 고쳐서 잘 쓰더라구요.^^ 저와 햇님군은 차 쪽으로는 바보입니다 ㅎㅎㅎ

다음 편 두근두근 기대돼요~~!!!

하핫 감사합니다.^^ 사진들 정리하는 게 만만치 않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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