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게으름에 대한 찬양

in #promisteem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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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그 후


2016년 3월, 알파고가 이세돌을 4 대 1로 이겼다
그렇게 당황스러워하던 이세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네 번째 대국, 소위 '신의 한 수'로 이세돌은 (겨우) 승리를 거두었고
시리즈가 끝난 뒤 "내가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은 아니"라는 말을 남겼다

그 후, 알파고는 홀연히 사라졌을까?

알파고가 이세돌을 쓰러트린 그 해 겨울,
바둑 사이트 타이젬에 'Magister'라는 계정이 나타나 세계 최고수들을 하나 둘 격파하기 시작했다
박정환 5패, 커제 3패, 안성준 1패, 이야마 유타 1패
Magister의 전적은 60전 60승 무패

세계 정상급 기사들을 상대한 기록이었다

알파고가 세계 바둑계를 휩쓴 이후 바둑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프로기사들의 대국에 알파고의 수법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수 천 년 바둑 역사에서 이렇게 급격한 변화가 짧은 기간에 일어났던 적이 있을까
프로기사들은 연구실에서 알파고의 60국을 놓아보며 공부한다
'천재'라 불리는 프로기사들이 알파고에게 배우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노동에의 해방


인공지능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모두들 느끼고 있을 것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걸
인공지능이 우리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걸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하나는 두려움
"인공지능과 로봇들이 내 일자리를, 우리의 일자리를 다 빼앗고 말 거야"

하나는 흥미로움
"인공지능이 인간의 잡다한 노동을 대신해주면 우리는 그 시간에 다른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을 거야"


답은 분배에 있다


문제 하나.

100명의 노동자가 하루 8시간씩 일해 핀을 만드는 공장이 있다고 하자
어느 날 생산성을 두 배로 높일 수 있는 기계가 도입된다면 인력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 노동자 100명 중 절반만 일하면 되겠네.'

러셀이 제시한 대답은
'100명의 근로자가 하루 4시간만 일하고 남는 시간엔 여가를 즐기는 것'이었다.

머리가 띵했다.
내가 무심코 한 대답은 사실 아주 무서운 것이었다
그럼 직장을 잃은 50명과 그들의 가족은 어쩌란 말인가

.
.

나는 왜 곧바로 50명을 해고하면 된다고 생각했을까

아마
'근로자들이 하루 네 시간만 일하고 퇴근하는 모습'은 낯선 풍경이었고
'근로자들이 해고당하는 모습은 흔히 보아왔던 풍경'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미래는 항상 빠르다
인간의 생각보다 한발 앞서 온다.

자율주행차가 서울을 누비는 모습을 상상한다
교통 체증은 사라지거나 완화될 것이고
택시기사와 버스기사는 사라질 것이다
조선에 전차가 들어왔을 때 인력거꾼이 사라진 것처럼

단순노동 업무만 사라질까
알파고의 예에서 봤듯이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력을 대체하거나 뛰어넘을 수 있다.

왓슨 도입 1년…암 치료법 의료진과 90% 일치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은 채 가난해지는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가
풍부한 생산물을 노동 없이 즐기는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
답은 분배에 있지 않을까



게으름에 대한 찬양


러셀은 '근로의 미덕'이라는 허구를 거부한다
인간적인, 창조적 가치는 '충분한 여가'에서 나오는 것이다.


여가란 문명에 필수적인 것이다. 예전에는 다수의 노동이 있어야만 소수의 여가가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수의 노동이 가치 있는 이유는 일이 좋은 것이어서가 아니라 여가가 좋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현대 사회는 기술의 발전으로 문명에 피해를 주지 않고도 얼마든지 공정하게 여가를 분배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의 기술은 만인을 위한 생활 필수품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노동의 양을 엄청나게 줄였다.


또, 경제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여가는 생산이 아닌 소비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돈의 '순환'이라는 경제적 미덕에 가장 부합하는 행동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잊고 있는 점이 있다. 사람은 버는 만큼 쓰게 마련이라는 것과 그렇게 소비할 때 고용을 창출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 사람이 번 돈을 쓰고 사는 한, 돈을 벌 때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가져온 것만큼의 빵을 돈을 쓸 때 사람들의 입에 넣어주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너무 많이 생산하고 있다. 전례 없는 풍요의 시대를 누리고 있는 것.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가 만들어 낸 '근로의 미덕'에 갇혀 그 풍요를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있다.


현대의 생산 방식은 우리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쪽 사람들에겐 과로를, 다른 편 사람들에겐 굶주림을 주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기계가 없던 예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정력적으로 일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어리석었다. 그러나 이러한 어리석음을 영원히 이어나갈 이유는 전혀 없다.


답은 분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적은 노동시간을 가지고도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으며 남는 여가 시간엔 내가 하고 싶은 일, 창조적인 일에 몰두하며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부가 한 쪽으로 쏠려 있으며 우리는 '계속 정력적으로 일하'며 살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어리석었다. 그러나 이러한 어리석음을 영원히 이어나갈 이유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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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hh 님 주 1권 독서하고 서평쓰기 챌린지 #11 미션 완료입니다! 이 글에 3/3만큼 보팅하고 갑니다. !!

AI핑계로 나는 그냥 일하기 싫고, 남의 돈으로 먹고살고 싶다 그런건데.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그런가요 ㅎㅎ
저는 나름 열심히 일하며 살려고 노력 중인데 ㅎㅎ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ㅎㅎㅎ

재미있는 책이죠
사실 농업이 라는 사기극이 시작죄기전 인간은 네시간정도만 일하고 놀멍쉬명 잘 살았다는게 유발하라리의 주장이죠

네 우리에겐 우리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남이 시키는 일 말고요

@sonnhh님 주 1회 독서 후 서평쓰기 챌린지 #12 잊지 마시라고 2/3만큼 미리 보팅하고 갑니다 :)

앞으로 닥칠 여러가지 상황에 대비하는 게 필요하겠지요. 미래가 어떤 흐름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면서도 살짝은 염려됩니다. ^^

저도 걱정은 되지만 그보다 흥미로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최근 왓슨의 연구개발이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합니다. 어른의 사정때문에 자료수집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군요. 저는 이쪽 전공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AI의 연구 개발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지 않을까요?
어디까지 나아갈지도 궁금합니다.

과학의 발전은 결국 인간이 게을러서... 라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그럼 저도 과학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거네요 ㅎㅎㅎ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라는 책도 분배를 강조하고 있어요. 잘 읽었구요, 팔로우합니다.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sonnhh님 주 1회 독서 후 서평쓰기 챌린지 #12 잊지 마시라고 1/3만큼 미리 보팅하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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