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Future 03 - 블록체인도 구독경제를 주목해야

in #sct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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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사내매체에 기고한 글입니다. 현대중공업쪽의 허락을 득해 이 곳에도 포스팅합니다.

어제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선 Subscribed란 대규모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주오라(zuora)가는 회사가 개최한 구독경제에 대한 컨퍼런스인데요. 매년 규모가 커지고,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 컨퍼런스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고갔는지, 조만간 서치해볼 생각입니다. 구독경제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있는 반면에, 이미 약간은 한물간 트렌드 취급을 받기도 하는데요. 분명 이 트렌드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이 있습니다. 구독경제란 결국 어떻게 서비스가 유저를 묶어둘 것인가, 그 유저로부터 어떻게 수익을 얻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자, 그 솔루션 중의 하나입니다. 블록체인도 결국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지향하니, 구독경제라는 트렌드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현대중공업에 기고한 글은 Subscribed 컨퍼런스가 개최되기 훨씬 전에 썼던터라, 이번 행사의 내용까진 포함하고 있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글만 읽으면 촤근 화제인 구독경제가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고, 어떤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분량은 좀 되는 글입니다.


공유와 연결의 시대, 구독경제가 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파견 근무를 3년째 하고 있는 직장인 A씨의 하루는 이미 구독서비스로 채워져 있다. 그가 출근을 준비하던 어느 날 아침, 이날은 면도날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와이즐리가 배달해 준 새 면도기로 수염을 깎았다. 먼저 일어난 아내는 화장품 박스를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미미박스에서 새 파운데이션을 꺼내 바르고 있었다. 아침식사는 한 끼에 9.5달러로 신선한 한 끼를 새벽에 집으로 보내주는 ‘홈셰프’로 해결했다. 아직 한국엔 음식 구독서비스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하는데, 내년에 귀국할 때쯤엔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출근길이다. 일 년 전에 A씨는 미국에 오자마자 마련한 자동차를 처분하고, 차량구독서비스 전문업체인 ‘에피카’가 제공하는 BMW의 미니를 이용한다. 차량 등록, 보험 등 자잘한 문제를 신경쓰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사용료만 내면 되니 편하다. 미국에선 이미 2017년부터 포르쉐, 캐딜락, 볼보 등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자체 구독서비스를 내놨고, 국내에서도 현대차가 올해 1월 월72만원에 쏘나타, 투싼, 벨로스터 등의 차를 두 번까지 교체해가며 탈 수 있는 ‘현대 셀렉션’이란 서비스를 내놨다고 한다. 한국에선 차량공유 업체인 쏘카 등의 앱으로도 쉽게 차를 빌려 탈 수 있었는데, 쏘카도 지난해 구독 서비스인 ‘쏘카패스’를 출시해 월 9900원에 구독하면 필요한 때만 차를 빌리고 대여료를 절반만 내면 된다고 한다. 한국에 가면 이용해 봐야겠다.

자동차, 화장품, 콘텐츠, 사무실, 법무서비스도 구독

출근 길엔 아마존 프라임에서 제공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최근 즐겨 듣는 음악을 들었다. 이전엔 음악은 스포티파이, 영상은 넷플릭스를 가입해서 이용하곤 했는데,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면 이 모든 것을 해결할 뿐만이 아니라, 구매한 물품을 무료로 배송해주고, 한 달에 한번 전자책 단말기 킨들로 책을 한 권씩 공짜로 이용할 수도 있다. 심지어 아마존이 인수한 워싱턴포스트를 정가의 3분의 1로 구독도 가능하다. 사무실에 도착했다. A씨의 회사도 6개월 전부터 임대계약이 종료된 사무실에서 나와 한 달 사용료만 내고 사용하는 ‘공유오피스’로 옮겼다. 이젠 사무실도 구독해 사용하는 시대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이전엔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담은 CD나 USB를 담은 박스를 구매했지만, 이젠 오피스, 회계, 품의 및 결재 등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월 사용료를 내고 사용한다. 필기구, 복사용지 등을 비롯해 프린터, 복사기 등도 구매하지 않고 월 사용료를 내면 필요한 만큼 가져다주고, 관리를 해준다. 회사는 며칠 전에 거래 관계인 법무법인과의 관계를 끝내고, 로켓로이어라는 월 39.99달러의 구독용 법무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요즘은 콘텐츠 시장에서도 구독 서비스가 확장 중이라 A씨는 고민이 더 커졌다. 넥슨과 엔씨 등에서 적지 않은 ‘현질’(현금결제)을 하며 게임을 하던 그는 구글의 스태디아, 애플의 아케이드 등 스트리밍 게임서비스 출시 소식에 관심이 생겼다. 스트리밍과 구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들 게임도 이젠 월 정액 구독서비스로 변경될 예정이다. 아내는 며칠 전부터 꽃 배달 서비스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이젠 이런 생각마저 든다. 도대체 구독 적용이 안 되는 서비스가 있을까.

통신기술이 구독 서비스를 진화

구독은 사실 오래된 비즈니스 모델이다. 1600년대 영국의 언어학자 존 민슈, 시인 조지 위더 등이 사전편찬, 시집 등을 구독 방식으로 출간했고, 그 이후 광고라는 수익모델이 주수입원으로 대체되기까지 신문과 잡지, 출판물의 주수익원 역할을 해왔다. 월 사용료를 지불하게 하는 과금방식은 통신, 방송 등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됐고, 국내에선 웅진, 교원 등의 방문판매 조직을 갖춘 회사들이 학습지, 정수기 등에 적용하기도 했다. 이런 서비스도 큰 범주에서 ‘구독’에 해당된다.
하지만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하나의 경제현상으로 부각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통신기술의 발달이다. 구독경제의 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는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다. 이들은 영상과 음악을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로 둘 다 월 정액을 지불하고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통신기술이 발달하기 전엔 영상과 음악 등의 디지털 콘텐츠는 다운로드한 이후에 자신의 기기에서 재생하는 방식으로 소비됐다. 하지만 이 방식은 저작권 문제로 끊임없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결국 이 서비스가 대중화된 방식은 데이터에 접근해 이용하는 ‘스트리밍’이었다. 기존의 3세대 무선통신망에서도 음악 수준의 데이터 스트리밍은 가능했지만, 4세대 무선통신 기술은 영상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거의 완벽히 구현했다. 이 기반 위에 넷플릭스가 비즈니스를 확장했고, 그 기세에 눌려 미국의 오래된 비디오 대여점인 ‘블록버스터’는 문을 닫았다.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가 만든 시장은 데이터에 접근해 사용한다고 해서 ‘접근경제’(Access Economy)고도 불린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가 만든 시장을 아마존, 애플, 구글 등이 뛰어들면서 ‘구독’을 체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기업들은 이 서비스를 다양한 비즈니스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 대상은 전자책 등 디지털 콘텐츠 뿐만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소모품과 식료품, 소프트웨어 등으로 확장됐다. 특히 프린터, 자동차,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구매해야만 쓸 수 있던 물건들을 월 사용료를 내고 빌려쓰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는 소유를 줄이고 공유하며 ‘체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기호와도 적절히 맞아 떨어졌다. 최근엔 구독 서비스가 다소 어울리지 않을 만한 분야로도 확장 중이다. 월 정액을 지불하면 매일 식사를 할 수 있는 라면집이 있는가 하면, 커피를 무한대로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있다. 옷과 가구를 사는 대신 한 달에 한번씩 구독하는 서비스도 존재한다. 기존의 전자상거래 서비스도 멤버십 가입자에게 무료배송,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구독 서비스를 활용한다. 거의 모든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확장 중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구독모델 적용한 회사의 성장률 돋보여

이렇게 구독경제가 확장되는 배경엔 소비자와 판매자 양쪽을 만족시키는 요소들이 ‘구독’에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로선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보다 구독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영상을 자주 보는 사람에겐 그때그때 콘텐츠를 사는 것보다 월 정액을 지불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단건 결제는 소비를 줄이는 유인이 되지만, 월 구독하는 방식은 마음껏 콘텐츠를 향유하는 요인이 된다. 아마존은 프라임 회원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먼저 이용하게 해주거나, 무료 서비스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혜택을 더한다. 판매자에게도 구독 서비스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미리 소비자에게 과금을 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그만큼 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소비자는 언제든 이탈할 수 있다는 이면도 존재한다. 구독은 소비자에게 자사의 서비스를 추가로 구매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아마존 프라임의 가입자는 무료 배송이 되기에 다른 전자상거래보단 아마존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고, 소카패스의 회원도 할인을 받기에 다른 공유 렌트카보단 소카를 이용할 확률이 커진다.

그럼 자신의 비즈니스에 구독을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만들고 이와 관련한 여러 결제,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주오라’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적정한 가격을 기본 조건으로 꼽는다.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사는 것보다 ‘구독’할 때의 분명한 장점이 있어야 하고, 가격도 지나치게 비싸지 않은데다 되도록이면 기존의 ‘구매’보다 저렴할 경우 ‘구독 모델’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주오라는 ‘구독경제지수’(Subscription Economy Index)를 만들어 이 모델을 적용한 기업들의 매출 성장을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보여주고 있다. 이 그래프에 따르면 구독 모델을 적용한 기업들의 성장률이 돋보인다. 이미 소비자의 소비 습관을 바꾸고 있는 ‘구독 모델’을 검토하는 일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기업들의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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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습니다. 구독 모델과 공유경제 모델과 대세인가 봅니다. 코인들과 결합하면 대박 같은데...

안녕하세요 hyeongjoongyoon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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