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7] 리브라와 증권형 토큰의 엇갈린 행보
연어입니다. 2019년 상반기 크립토 시장을 달군 가장 핫한 뉴스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출시 선언'이 아닐까 합니다. 정치권과 (구)금융권으로 부터 엄청난 반발을 불러온 일대 사건이죠.
리브라 프로젝트가 먼훗날 화폐 역사에 큰 전환점을 가져온 선봉장으로 남을지, 화폐 권력에 도전하다 좌초하는 이벤트로 끝날지 관심을 두고 볼 일입니다.
■ 리브라 프로젝트의 행보
위키백과를 보면 리브라에 대해 이렇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 Libra is a permissioned blockchain digital currency proposed by the American social media company Facebook.
- 리브라는 미국의 소셜미디어 회사인 페이스북이 제안한 'permissioned(허가형)' 블록체인 디지털 통화이다.
'permissioned blockchain'는 일명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으로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과는 다릅니다. 특정한 참여자들만 작업 수행을 할 수 있는, 즉 큰 기업이 주도하고 통제하는 방식의 블록체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마크 주커버그의 선언은 매우 공격적이었죠. 내용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 달러화와 1:1 환율 고정의 스테이블 코인
- 28개 회사가 파트너로 참여, 연말까지 100개 업체 참여 계획
- 계좌 없는 17억 인구가 페이스북을 이용해 국경을 넘어 돈을 송금
이 발표를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들렸을 것입니다.
- 달러나 리브라나 도찐개찐, 이제 맞짱뜸
- 우리도 때거지로 몰려서 갈거임
- 알아서 여기저기 국경을 넘나들테니 신경 쓰시길.
역린을 건드린 것인가요? 감히 페이스북이라는 일개 플랫폼 하나가 화폐 발권력으로 국가 경제에 도전하겠다? 미국 정부가 이렇게 받아들이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이미 반독점 기업 조사 등 정부의 반격도 만만치 않지요. 주커버거의 다음 행보들이 어떻게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계속 이슈를 몰고 다닐 것은 분명합니다. 어쩌면 그런 이슈를 노리는 지도 모르겠지만요.
■ 고개 숙이며 전진하는 증권형 토큰
반면에 2019년에 조용히 지속되고 있는 물결이 있습니다.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이죠.
주식, 채권, 부동산 등 현실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토큰화 하여 소액 단위로 거래될 수 있게 합니다. 무엇보다 유동성을 공급하고 디지털 자산의 개념을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기대가 많이 되는 영역이라 할 수 있죠. 기존의 ICO가 여러 규제에 직면한 반면 STO는 천천히 그러나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엔 SEC에 고개 숙이며(?) 이들이 제안하는 요구 사항을 하나씩 맞춰가고 있는 점이 주효해 보입니다. 어쩌면 이 영역은 매우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현물 자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릅니다.
실물 자산의 실존 여부와 가치를 증명해야 하고, 소유권 등을 거래하기 전에 신원 증명도 충분히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중개 역할을 하는 곳이나 토큰 발행처도 많은 부분 확인을 받아야 하죠. 이런 까다로운 절차가 크고 비싼 자산을 다루는 영역에 잘 스며들고 있는 셈입니다.
■ 2019년 하반기 부터 어떤 결과가 이어질까?
유틸리티 토큰 쪽이 ICO를 위해 증권이 아니라는 쪽을 열심히 증명해 온 반면, 증권형 토큰 쪽은 SEC의 규제를 준수하며 요구사항을 맞춰왔습니다. 서로 어떤 식으로든지 정부와의 마찰을 피하려고 했던 것이죠.
그런데 주커버그가 리브라를 들고 나오며 암호화폐의 근원적인 이슈였던 '화폐냐 아니냐'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죠. 이번에 아주 제대로 이슈를 터트린 것 같습니다.
- 가장 화끈하게 불을 붙인 리브라
- 가장 조용한 걸음걸이의 증권형 토큰
이 둘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참으로 궁금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