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9] 미국이 ICO 불모지인 이유

in #sct5 years ago

연어입니다. 크립토 종사자나 투자자에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껄끄러운 대상입니다. 걸핏하면 규제와 '인정할 수 없다'는 발언으로 발목을 잡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친구들의 설립 이유와 해온 일들을 보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만 볼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 탄생을 촉발했던 2008년 금융위기 시절, SEC는 위기를 일으켰던 주요 금융 기관들을 기소하거나 억울한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주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SEC가 이전에 없던 크립토 세계를 다뤄야 하는 상황에 기존 제도와 접합점을 찾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어쨌든 이들의 초점은 명확하죠. 바로 이겁니다.

  • 투자자 보호

■ SEC 내부의 엇갈린 의견

갈길이 험한걸까요? Cryptocurrency에 대한 SEC 내부의 의견도 꽤 갈리는 것 같습니다.

  • 위원장: 거의 모든 토큰은 증권에 해당한다고 본다.
  • 실무 팀장: 암호화폐의 탈중화 특성상 증권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나오면 누구 말을 믿어야 합니까? 진보적인 쪽을 기대하되 보수적인 쪽에 염두에 두고 준비 해야할까요? 어쨌든 SEC 자체가 증권 시장을 '규제'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 기관이니 보수적인 방향을 베이스로 삼는 것이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SEC에서 '장려', '촉진', 활성화' 등의 발어인 나오긴 어려울테니 말입니다.


■ 그러나 SEC의 확고한 방향

혹자는 조만간 STO[Security Token Offering, 증권형 토큰 발행]를 통한 증권형 토큰 시대가 올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친-암호화폐 성향의 의견이 힘을 얻는다는 건가요? 더 이상 블록체인 혁신을 막을 수 없다는 건가요? 헌데 그런 의미는 아닌 것 같습니다.

SEC가 STO쪽으로 방향을 모는 것은 자신들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제도 하에서 안전하게 활동에 임하라는 메세지입니다. 다시 말해, 이왕 할거라면 증권법을 지키면서 제대로 발행하고 유통시키라는 것이죠. 그러니 어지간하면 '증권' 적용을 받으라는 소리고요.

자본주의가 가장 크게 꽃을 피운 미국이 한국처럼 'ICO 불모지'라는 멍에를 지고 있는 데는 SEC의 입김이 매우 컸습니다. 암호화폐공개[ICO]가 증권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렸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 ICO를 통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유통시키는 것은
  • 곧 증권을 발행하고 유통하는 것과 같으니
  • 증권법을 적용받아야 한다

논리입니다. SEC는 기본적으로 암호화폐의 판매, 구매, 소유를 '투자계약'으로 바라봅니다. 이것을 투자자 입장에서 좋아할리는 없겠죠? 탈중앙화된 크립토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는 대개 '규제'를 싫어하니까요.

이러하니 SEC 측은 나름 묘수를 발휘합니다. 공모(publick offering)쪽은 타이트하게 관리하고 사모(private offering)쪽은 대안을 마련하며 숨통을 틔워주고 있죠. 신고는 제대로 하되, 실컷 해보라는 식입니다.


■ 실물 자산 영역의 화답

여기에 실물 자산 영역이 화답을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실물 자산 쪽은 이전부터 강력한 규제와 제도 아래 운영되고 있었으니까요. SEC 측의 제안과 이들의 응답을 세트로 보자면,

  • 투자계약으로 인정받고, 투자계약 증권(증권 토큰)으로 적극 활용해 봐!
  • 오홍, 그래? 그게 정공법이라 이거지?

한국 금융위원회는 아직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까놓고 말해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죠. 이렇게 물어보면 답을 못하니까요.

  • 암호화폐가 화폐입니까?
  • 아니면 증권인가요?

화폐에 해당한다면 발권력에 대한 도전을 감내해야 하고, 증권으로 인정하겠다면 자본시장법을 적용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나 봅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점점 유틸리티형 토큰과 증권형 토큰에 대한 구분이 명확해 지고 있습니다. 만약 보다 자유로운 활동을 원한다면 유틸리티 토큰으로 분류되면 될 것이고, 제도권 안에서 자리를 잡아가겠다면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되는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관계 기관이 어떤식으로든 개념을 정립해 나가니 투자자들도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죠. 한국의 상황이 아직 안타깝네요.


■ 이 시점에서 Howey Test [하위 테스트]란?

하위 판결을 나이로 치자면 73세 쯤 됩니다. 1946년 산(?)이죠. 저번에 간략히 설명한 바 있지만, 하위 테스트가 대체 뭐냐고 물으신다면

  • 증권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준

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건 좀 외워둘만하죠? 크립토 세계에 몸담은 이상 앞으로 많이 접할 시사 상식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하위 테스트에는 중요한 명제가 있습니다. 판단의 기준이죠.

  •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의 노력에 의해 수익이 발생하니?
  • 그런 믿음으로 돈을 질렀던거니?

쉽게 기억하자고 이렇게 표현하긴 했는데, 어쨌든 다른 사람의 노력으로 수익이 발생하리라는 합리적 믿음에 기반하여 돈을 투자하였다면 이것이 바로,

  • 투자 계약

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투자 계약에 의거한 증권이 발행되었다고 보는 것이죠. SEC의 입장도 여기에 기인합니다. 크립토(암호화폐)를 매매하고 소유하는 것이 어지간하면 투자 계약으로 판단되니 증권거래법을 적용 받으란 입장이죠. 자금출처는 물론이고 운용 내역을 관리 감독 받으란 겁니다.

물론, 세부적인 하위 테스트 기준이 있습니다. 크게는 4가지, 세부적으로는 20가지가 되더군요. 그러나 묻는 요지는 간단합니다. '참가자의 거래가치가 다른 사람의 업무에 의존하는가?'죠.

지난 글에서 Howey의 역사적 유래를 말씀드렸는데,

오렌지 농장 관리와 재배에 필요한 지식, 기술, 장비가 없는 투자자가 Howey의 농장을 매입한 것은 엄연한 '투자'이고, 이것은 다른 사람의 노력에 기대어 이익이 창출될 것이란 가정에 근거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습니다. 결국, Howey사는 투자 거래 등록을 해야했으나 그렇지 않았기에 법을 위반한 꼴이 되었지요.


■ 암호화폐마다 Howey Test를 적용한다면?

일단, 비트코인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의 원조로서 '매우 잘 분산된 자율형 네트워크'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엔 누가 누구에게 의존하고 그런 의미가 옅어지죠.

하지만 스마트컨트렉트와 같은 개념을 이용한 많은 후발 코인, 토큰들이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SEC가 토큰을 합법적으로 발행-판매-유통 할 수 있는 제도를 구비하고, 투자자나 발행자가 그 제도 안에서 토큰 발행과 보유를 등록하고 관리 받는다면 현실 세계와 보조를 맞춰갈 수 있는 셈이죠.

그러나 크립토 세계가 지향했던 많은 근본적 가치들이 희석되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나 주고, 하나 받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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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성지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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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아가는 상황봐서는 워낙 요원한 기대라서.. ㅋ 하지만 또 일순간에 분위기 반전시키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니 기대 걸어보겠습니다. ^^

그쵸~ 한명 헤까닥하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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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좋은쪽으로 헤까닥 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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