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시간과 공간 그리고 관계의 예술> 수퍼스트링 ProgTokyo 실버 엘리펀트 공연 후기.

in #superstring5 years ago (edited)

<음악, 시간과 공간 그리고 관계의 예술>

음악 하는 사람은 공연장에서 다른 연주자들과 관계를 맺는다. 다른 연주자와 연주를 통해 서로 배려하는 동시에 서로를 이끌기 위해 공격하기도 한다. 그 과정을 거치다가 어느 순간 음악적 지향점이 완벽하게 일치될 때가 있다. 그 성취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와 더불어 자신의 연주를 듣고 보고 있는 관객과의 관계까지 일치되면 음악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성취감을 얻는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오로지 정신적 활동만으로 이루는 이런 연주는(음악은) 인간이 구현할 수 있는 궁극의 ‘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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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잠을 거의 자지 못해서 정신이 몽롱하다.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드럼 세팅을 끝내고 드럼 의자에 앉았다. 이 몸 상태에 맞춰 마음 가짐을 바꿨다.

나는 이 순간부터 음악을 ‘즐기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나는 뮤지션이 아니라 정화수를 떠 놓고 제祭를 올리는 무당巫堂이다.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제祭한다.

공연 시작 전 바로 앞에 있는 관객들의 얼굴을 보았다. 전혀 아는 바 없는 이웃나라의 록밴드가 어떤 연주를 할까 기대 반 의심 반의 표정들이다.

그 표정은 첫 곡이 끝나면서 변했다. ‘의심’의 표정은 사라졌다. 바로 앞에 앉아 있는 관객들의 반응이 살과 살을 맞대고 있는 것처럼 아무런 거리감 없이 바로 전달된다.

나는 계속 정성을 다해 제祭를 올렸다. 함께 연주하는 멤버들도 나와 함께 제祭를 올렸다.

어떤 관객은 눈을 감았고, 어떤 관객은 환하게 웃었고, 어떤 관객은 정신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관객들도 우리와 함께 제祭를 올리기 시작했다.

공연장은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피어 올린 령靈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음악으로 얻을 수 있는 궁극의 성취가 이뤄졌다.

그날 함께 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같이 연주한 멤버들께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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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1인칭 시점의 소설 형식으로 후기를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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