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는 시골마을, 마비정 벽화 마을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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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프로 런닝맨에 소개된 이후 유명해진, 그냥저냥 대구 사람이라면 한 번쯤 산책하러 갈만한 마비정 마을. 이 마을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고 달성군청 홈페이지에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나는 소리'를 써 놨다.

이 마을에 암수 두마리 말이 있었는데 그 중 숫말이 매우 날랬다. 갑자기 왠 장군이 나타나 암말을 숫말로 잘못 보고 말하길, '니가 내 화살보다 빨리 달리면 내 전마戰馬로 쓸 터이고 화살보다 느리면 죽이겠다.' 그 말을 들은 암말이 숫말대신 직접 뛰었으나 화살보다 느린 것이 당연하니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고, 나중에 이 소식을 전해들은 숫말이 이히힝! 하고 울었다는 내용이다.

통영의 사량도 옥녀봉 전설이나 김유신 장군이 말 목 자른 전설만큼이나 슬프다. 전설들은 왜 이리 잔혹하게, 목숨의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것일까. 어떤이는 마비정의 유래를 화원시장과 관련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예전에 경북 청도쪽에서 대구 화원읍 5일장을 찾아오려면 비슬산 쪽의 고개를 넘어와야 했다. 그 때 먼 길을 걷거나 말타고 오다가 잠시 쉬어가던 정자가 있으니 그게 마비정이었으리라.

가까운 거리에 인흥서원, 남평문씨세거지, 화원시장, 화원자연휴양림, 송해공원, 용연사, 달성습지, 화원교도소 등이 있어서 셋트로 묶어서 방문하기 괜찮을 것 같다. 대구사람으로서... 굳이 그런걸 보려고 여기까지 올 외지인이 있겠냐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꽃이 피기 시작할 때 쯤,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 다녀왔던 사진이 있어 정리해본다. 이 동네는 대구의 변두리에 있던 시골마을을 벽화마을로 꾸민, 대구애서는 제법 성공사례로 꽂는 관광자원 개발 사례다.

주차장에서 한참 걸어야 한다. 마을 하단의 주차장을 이용하든지 상단의 주차장을 이용하든지 걸어야하는 거리는 비슷하다. 이번에 이용한 건 상단 주차장.











마을 주변으로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조금 걷다보면 또 표지판이 나온다.














명절 뉴스 자료화면에 나오는 성묘길 같은, 그런 길을 한참 걷다보면 마을 입구에 닿는다. 기분좋은 시골 산책로다. 마침 꽃이 피기 시작하는 초봄이라 더 기분이 좋았다.











사실 마을자체만으로는 볼품이 없다. 사진을 상세히 찍지는 않았지만 벽화들이 저마다 스토리가 있는 아재풍 그림들이라 보고 있노라면 재미는 있다. 이런 마을이 늘 그렇듯이 산책들어온 사람들이 마을 안에서 하는 일들은 '추억의 불량식품'을 사먹거나 커피를 사마시거나 사진을 찍는 것이다. 사진을 찍더라도 인스타 갬성은 아니라서 방문객의 평균연령이 제법 높은 편이다.








사진찍기 좋으라고 정자에 음식 모형을 갖다놨다.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는 장면을 찍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보다는 등산까페에 어울릴만한 사진이 나온다.














트릭아트같은 벽화도 있고, 향수를 자극하는 벽화도 있다. 먹거리 시장이라고 갔더니 국민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음식들을 팔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생활의 터전이고 생계를 위한 작업공간이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오락과 여가의 공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서 있다.














촌집 골몰길과 마을 뒷편 대나무숲. 어릴적 할머니댁에 가면 이런 공간들이 있었다. 나는 현실의 공간으로 만났던 분위기인데 아이에게는 이 자체가 자기 현실과는 동떨어진 민속촌스러운 연출로 다가왔으리라.





아기자기한 이 공간 아래는 토끼사육장이 있다.












아이들을 동반한 손님들을 유혹하고자 '체험'코너도 만들어 두었다. 솟대와 장승 모형을 만들고 소원을 쓴 나무를 걸어놓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인데 아이는 소원나무에 소원을 쓰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었고 가게 주인은 돈을 벌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었다. 아이가 그만 칭얼거렸으면 좋겠다는 내 소원도 여기에서 이루어졌다. 정말 신통한 공간이다. 소원을 들어주긴 하는구나.














따뜻한 봄날. 아이는 사진을 찍느라 즐겁고, 어른들은 산책을 하느라 즐거웠던 공간이다. 내년 이맘때쯤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여행지 정보
● 대한민국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 마비정벽화마을



가까이 있는 시골마을, 마비정 벽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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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꾸미지 않은 시골마을의 소박함이 느껴지네요~

마을 내부의 상점들도 아직은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원시적인 노점들과 마을회관에 자리잡은 매점 수준이라 더 운치가 있습니다.

버ㅣ
저 체험코너가 참...ㅠ

ㅎㅎㅎ관광지마다.. 어린이를 유혹하는 코너들이 있더라고요.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라는 책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42살쯤 되면 대구님은 작아져 가시겠지만, 지금은 아이와 함께 커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저는 제 한몸 건사하기가 예로부터 힘들어왔지만, 저 혼자라도 커지려 분투하고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연금도 빠방하셔서 다행입니다.

책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소수점님은 '한 몸'만 건사하셔도 되는 상황이니 운신의 폭이 넓을 것 같습니다. 성장을 기원합니다^^

시골마을을 잘 꾸며놓은 것 같습니다~
가까우면 가볼텐데 아쉽군요~^^

나름 번잡하지 않게 적당히 잘 정리된 시골느낌. 대구시민 입장에선 도심에서 가까워서 더 좋았습니다. 굳이 멀리서 올 장소는 아닌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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