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를 그리다) 말 타고 산을 넘을 수 있는 서비스는 똥길을 만들고...ㅜㅜ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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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기술이다. 높은 산 중턱에 차도를 만들어 놓았다.
우리가 걷는 차도에서 보면 산 중간에 고가도로가 하나 더 있고, 산 꼭대기 쯤에 또 고가도로가 보인다.
꼭 삼층으로 된 차도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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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도를 큰 차들이 바쁘게 지나고 있다.
아래서 올려다보니 그 차들이 마치 하늘을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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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오메가’라는 멋진 이름의 바가 있었다.
높은 산을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해야 하는 지점에 있는 바이다.
왠지 적당한 이름 같다.
점심을 거기서 먹었는데,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이제부터는 오르막 경사가 더 가팔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기 바에서 체력을 보충하고 출발을 한다.

아침에 우리보다 한두 시간은 일찍 출발한 브라질팀을 여기서 만났다.
확실히 오르막 길이라 우리에게 추월을 당한 것이다.
그들도 우리에게 오르막이 매우 힘들 것이라고 같이 힘내서 산 정상에서 만나자고 한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계속 만나던 담배를 엄청 피우는 덴마크 아줌마도 만났다.
자기는 조금 있다가 말을 타고 이 산을 넘을 거라고 한다.
다음 마을에 가면 말을 타고 산을 넘을 수 있게 말을 빌려준다고 한다. 비용은 매우 비싸지만 특이한 경험이라서 너무 기대된다고 자랑을 한다.
몇몇 사람들도 같이 듣고는 바의 주인에게 부탁해서 말 타고 산을 넘는 것을 예약하고 그랬다.
아직까지는 경사가 그렇게 가파르지 않고, 아스팔트 길을 걸어 오르는 것이라 힘들지 않았는데, 마지막 몇 킬로가 아주 많이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걸어왔으니 여기서 말을 타고 가는 건 반칙이란 생각도 들었고, 말을 타본 적이 없어서 자신도 없었고 해서 “나중에 말 탄 기분이 어땠는지 알려줘.”라고 덴마크 아줌마에게 말하고 그냥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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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다음 마을에 가니까 길가에 사람들을 태우고 산을 넘을 말들이 대기 중이었다.
말 주인같은 아저씨는 말들에게 먹을 것을 듬뿍 주고 있었다.
말도 흰말, 갈색말, 검은말, 얼룩말 등 다양한 말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생김새도 멋진 말이었다.

산을 넘는 길이 험하고 힘들다는데, 이 말들이 사람을 싣고 짐도 싣고 그 험한 산길을 넘는다고 생각하니 말이 좀 불쌍해 보였다.
사람들이 말을 기르는 주된 이유가 사람이나 짐을 옮기기 위한 것이지만, 험난한 코스에서 사람들만 매일 옮겨줄 이 말들을 보니 좀 안쓰러웠다.
그리고 이런 산골 마을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돈벌이는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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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말들이 매일 이 산길을 사람을 싣고 넘으면서 싸놓은 똥 때문에 순례길은 완전 똥길이었다.ㅜㅜ
이 산을 오르는 순례길이 말 그대로 ‘말똥 싸게’ 힘든 일인가 보다.
우리야 비가 안 오는 날씨였지만, 만약에 비라도 오면 그 똥길이 똥물과 범벅이 되어 그냥 걸어서 그 산을 넘는 순례객들에게는 고역의 길이 될 것이다.
너무나 많은 똥에 너무나 지독한 똥냄새 때문에 열배는 더 힘들게 산을 넘어야 해서 좀 기분도 나빴다.
나중에 산 정상 바에서 덴마크 아줌마를 만났는데, “말 타고 산을 넘는 건 환타스틱했어!”라며 자랑을 하는데, 사실 난 그 아줌마가 좀 미웠다.
사람들이 경고한 대로 이후의 산행은 정말로 힘들었다.
더이상 아스팔트 길은 없었고, 숲에 있는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었지만 매우 습했고, 매일매일 말들이 싸놓은 똥은 발 디딜 틈을 허락하지 않았고, 30킬로를 걷는 마지막 몇 킬로라서 우리의 체력은 바닥이 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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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이렇게 깜찍한 순례견을 보고 한참을 웃으며 피로를 풀었다.
어떻게 강아지 배낭이 저렇게 있지? 저 배낭에는 뭘 가지고 다닐까? 물이랑 음식을 넣었겠지? 강아지가 옷이나 침낭이 필요하진 않으니까?
이렇게 산티아고 길에서는 강아지도 자기 몫의 짐은 자기가 짊어지고 걷는다.
강아지 주인은 강아지보다 한참을 뒤쳐져서 힘들게 걸어오고 있었다.
꽤 오래 걸었는지 안정된 강아지의 자세에서 순례견의 내공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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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상 거의 45도는 되어 보이는 경사길을 200미터에 한번씩 쉬어가면서 겨우겨우 올라가니 산 능선이 펼쳐지면서 시야가 확 트인다.
아직 우리가 오늘 가야 하는 산 꼭대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터널같은 나무 숲을 오르다가 만난 산의 능선은 마음 속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만세~~^^

이 글은 2017년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우리 부부의 찬란한 추억이 담긴 글입니다. 사진은 대부분 남편(@lager68)이 찍었습니다. 글은 제가 썼는데 많이 미숙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산티아고를 그리다) 말 타고 산을 넘을 수 있는 서비스는 똥길을 만들고...ㅜㅜ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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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견 귀엽습니다~~

귀여운데 늠름하기까지한 순례견이더라구요.^^

글을 보는 나까지 숨이 차네요 힘든 여정 후의 기분은 어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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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 있는 숙소도 경치도 남달랐답니다.^^

반칙이네요 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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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직접 자기 발로 걸어야 진정한 순례인데 말이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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꿋꿋이 걸어가셨군요 멋지십니다ㅎㅎ

순례자들 짐도 꽤 무거워서 말에게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차라리 걷는 게 속 편합니다.ㅋ

정보 하나- 순례길 중 한 구간은 똥길^^

비 올 때는 절대로 걸을 수 없는 똥길입니다.

똥길에 의젓한 순례견이라니 ㅎㅎ

멀리서부터 오는데, 눈이 확 가는 강아지였습니다.^^

아니!! 순례견!!! ㅎㅎㅎ

순례 초반에는 순례묘도 봤었는데, 저 순례견은 앙증맞은 가방까지 메고 있어서 더 귀엽더라구요.ㅋ

저 순례견은 나중에 천당 가겠어요.^^

혹시 다음 생에서는 인간으로 태어날지도요.ㅋ

어쩌면 저 똥길이 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일지도요... ㅎㅎㅎ
이왕 순례견을 부릴거... 좀 더 큰 견종이었으면 어깨에 부담을 더욱 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ㅅ-ㅋㅋㅋㅋ
늘 잘보고 갑니다!

순례길에서는 각자의 짐은 각자가 짊어지고 가야 제맛이죠.
순례길을 걷다보면 물리적인 짐뿐만 아니라, 삶의 짐, 생각의 짐까지 대부분의 짐에 대해 통찰하게 되거든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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