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를 그리다) 처음 산티아고 순례를 시작하는 분위기와 이제 거의 산티아고 순례를 마무리하는 분위기가 공존하는 곳인 사리아.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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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아는 꽤 큰 도시였다.
우리는 이날 이 마을에서 묵을 때까지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 마을이 순례자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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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길을 걷는 순례자들에게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에서는 '이 사람이 순례길을 걸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순례자 증명서'를 준다.
그런데 800킬로를 전부 걷는 사람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라, 산티아고 길을 최소한 100킬로만 걸으면 그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자전거의 경우에는 200킬로를 타고 와야 증명서를 받을 수 있고, 말을 타고 순례를 하는 경우에도 100킬로는 타고 와야 한다고 한다.
이 증명서를 받을 수 있는 100킬로가 가능한 곳이 바로 사리아이다.

그래서 여기 사리아부터 걷거나 말을 타고 가면 증명서를 받을 수 있어서 시간을 많이 낼 수 없는 사람들이 여기부터 걷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사리아에는 걸을 때 필요한 장비를 파는 가게도 많고,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많고, 숙소도 많고, 음식점도 많고, 사람도 많아진다.
처음 산티아고 순례를 시작하는 분위기와 이제 거의 산티아고 순례를 마무리하는 분위기가 공존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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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말과 함께 묵을 수 있는 특이한 알베르게도 있는데, 아마도 이런 알베르게에서는 말 여물도 챙겨주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마을의 분위기는 들썩거리고 시끄럽고 흥분되어 있는 듯하다.
아무 것도 몰랐던 우리는 다행히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숙소를 잡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나중에 도착한 한국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숙소가 거의 차서 잡기 힘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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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마을에서 평점이 제일 높은 mayor라는 알베르게에서 묵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겨우 한두 사람만 있었는데, 곧 만실이 되었다.
숙소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민박집처럼 규모가 작은데도 몇년째 높은 평점을 받은 알베르게이다.
알베르게를 눈으로 봐서 판단하기는 사실 힘이 든다.
하지만 하룻밤 자고 나면 그 알베르게가 얼마나 좋은지는 알 수 있다.
우선 베드 버그가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관리 되어야 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집이 있는데 이런 알베르게가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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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인이나 직원이 친절하면 좋은 평을 받기도 하는데, 이집은 마리아라는 예쁜 아가씨가 일하고 있는데 아주 친절하다.
어쨌든 알베르게의 평은 다음 날 되어 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그간 자고 간 사람들의 평점이 좋은 알베르게에 묵으면 틀리는 일이 없다.
이런 요령을 우리는 거의 산티아고에 다 와서 알게 되었다.

이제 남은 거리도 얼마 안 되니 짐을 좀 늘려도 될까?하는 생각에 그간 사고 싶었던 것을 사기로 했다.
우선 장비 가게에 가서 책을 사려고 했다. 오늘도 갈림길을 찾지 못하고 무작정 걸었던 지라 아무래도 책이 하나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이다.
책을 둘러보니 그닥 마음에 드는 것도 없고, 책을 훑어보니 이제 남은 페이지도 얼마되지 않길래 책은 포기하기로 했다.

좀 헤매면 어떻겠는가, 그렇다고 목적지에 도착 못하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구입한 것은 산티아고의 상징 노란 화살표가 그려진 야구 모자다.
소유하는 것에 대한 욕구가 줄었는지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이 많이 있지만 그냥 모자 하나 사고 나왔다.
그리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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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진 뒤에 계신 동상으로 만들어진 분은 이 마을에 유명하신 분인 듯하다.
얼마나 유명하신지 뭐하시는 분인지 찾아봐야 하는데 우린 또 그냥 슬슬 구경만 한다.
그것도 해가 너무 뜨거워 많이 구경도 못하고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그동안 우리는 한번도 낮잠을 잔 적이 없는데, 오늘부터는 우리도 시에스터를 즐겨보기로 했다.
남편 말은 우리가 매일 목적지에 너무 늦게 도착해 낮잠을 못잔 거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ㅋ

우리 숙소에는 며칠 전부터 본 닭살 외국인 커플이 같이 묵었다.
둘이 얼마나 다정하고 재밌는지, 언제나 손을 잡고 다니고, 둘이 알콩달콩 한다.
나이는 꽤 들어보이는데 참 사랑스러운 커플이다.
(남은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이 커플은 언제나 우리의 관심사였고, 대단한 반전을 보여준 커플이기도 했다.ㅋ 개봉박두~)

낮잠을 한숨 자고 나왔는데도 아직 해가 훤하다.
이태리에서 온 엘리사는 또 친구들과 맥주 파티를 즐기고 있다.
그 팀이 바를 점령하고 있어서 우리는 맥주를 사서 우리 숙소 앞에 와서 마셨는데, 바의 주인 아저씨가 스페인말밖에 하지 못하는데도 그간 바디랭귀지에 달인이 된 나와 의사소통이 잘 되어서 양해를 구하고 술잔을 들고 숙소까지 가지고 와서 먹었다.
내가 점점 스페인 아저씨들의 말을 너무 잘 알아듣는다.ㅋ

우리가 한국에서 오신 유현숙씨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엘리오 아저씨가 우리를 보고 와서는 어제 와인 선물이 고마우셨는지 먹고 자기들이 있는 식당으로 오라고 하셨다. 같이 술을 한잔 더 하자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늦게 갔더니 벌써 주무시러 가고 없었다.
산티아고에서는 과음과 늦게 자는 것은 금물이므로 이런 경우에도 서로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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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광장에서 본 지나온 우리의 길이다.
이제 우린 산을 내려왔다.

이 글은 2017년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우리 부부의 찬란한 추억이 담긴 글입니다. 사진은 대부분 남편(@lager68)이 찍었습니다. 글은 제가 썼는데 많이 미숙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산티아고를 그리다) 처음 산티아고 순례를 시작하는 분위기와 이제 거의 산티아고 순례를 마무리하는 분위기가 공존하는 곳인 사리아.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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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카일이라는 스티미언 이웃님께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셨더군요!!
그분은 gg님과는 정 반대 방향, 잘 모르지만
현재gg님께서
완주하신곳을 기점으로 출발하신것
같아요!
저도 요즘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 목적으로
열심히 체력은 다지고 있습니다만~..!!
새벽이면 만보 넘게 걷고 있는데 가능하겠죠.^^
😉😊😋

제가 아는 카일님이시네요.
카일님이 시작한 마을이 이번 제 포스팅에 있는 사리아라는 마을입니다.
글에서도 얘기했듯이 시간이 적은 분들이 사리아에서부터 산티아고까지 100킬로 정도 걸으시거든요.
아마도 바쁘신 카일님은 이 코스를 선택하신 거 같아요.
비비아나님은 열심히 체력단력하셔서 처음부터 끝까지 800킬로 완주해 보세요.ㅋ

전 아직도 남일 크게 부러워하지 않는데, 산티아고를 걷고 있거나 간다는 사람이 있으면 가슴 뛰게 부럽답니다.ㅋㅋ

산티아고 순례길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닭살커플의 이야기가 기대되는군요 ^^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 반전이 어마어마하거든요.ㅋㅋ

얼마남지않은 여정
잘마무리 되어가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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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렇게 하루하루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그때였던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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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m 걸어도 증명서를 주다니 솔깃한 내용이네요~
시에스터를 못주무셨다니 체력이 너무 좋으신건아니셨구요?ㅎㅎㅎ

스페인 분들은 그래서 여름 휴가 때 그 100킬로를 걷고 순례자 증명서를 많이 받는답니다.
여름 휴가 시즌이 되면 산티아고가 성수기인 이유이죠.

정말로 시에스터 시간이 지난 후 항상 도착했었습니다.ㅋ

약간 베낭여행자들에 출발지이자 종착지 방콕 "카오산로드: 같은 느낌도 드네요.. 순례길에 사리아.

카오산 로드라는 이름 많이 들어봤는데, 거기도 그런 분위기이군요.

gghite 님도 닭살 커플로 보이십니다~ ㅎㅎ

한달간 걷는 동안 서로 엄청 의지가 되거든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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