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를 그리다, 그후) 기나긴 여행이 끝나고 우린 산티아고를 그리워하고 있다.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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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서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이다.
옆에 앉은 파리 아가씨와 또 되도 않는 영어로 대화하기를 시도했다.
서로 자기가 다닌 여행지에 대해 자랑질하느라 어느 정도 소통이 되었다.
아가씨는 파리에서 마드리드로 다시 리스본으로 2주간 여행을 하고 다시 마드리드에 와 파리로 돌아가는 중이란다.
나에겐 이제 언어 장벽이란 게 없다. 무조건 시도하다 보면 알아듣는 것도 있고 못 알아듣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소통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에너지 넘치는 파리 아가씨와의 대화는 비행 시간을 즐겁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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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공항이다.
그 전에 유럽 여행오면 꼭 들려 며칠 묵던 파리였다. 하지만 이번엔 그냥 경유라 공항에서만 세시간 대기했다.
우리가 너무 좋아해 벌써 3번이나 왔던 파리인데, 이번까지 4번이라해야 하나?
아무튼 공항에서 파리스런 음식을 또 사먹었다.
남편이 갑자기 왜 그리 자꾸 먹냐고 한다.
음... 나도 모르겠네?
그냥 매일 열심히 걸었는데, 그걸 안하니 열심히 먹나?
아무튼 뭐가 자꾸 먹고 싶다.
스페인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먹은 거 같기도 하고, 파리를 느끼고 싶어서 또 먹는 거 같기도 하다.ㅋ
나도 모르겠는데, 뭐가 자꾸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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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탄 에어프랑스 비행기이다.
헉! 비행기가 2층 비행기다.
남편이 "우리 좌석 번호는 계단 올라가서 타라는데?"라고 했을 때, 내가 "이봐요~ 비행기가 이층이 어딨어?" 그랬는데, 진짜 2층 비행기다.
우린 처음 보는 비행기라 완전 신기했다.
잘 보면 비행기 창문이 이층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에어 프랑스 서비스 정말 좋다.
그리곤 11시간의 긴긴 비행 시간이 시작되었다.
산티아고에서 10시간 힘들게 걷는 것보다 비행기 타고 11시간 앉아 가는 게 더 힘들다.
지루한 비행시간을 참고 우리는 상해에 도착했다.

상해 푸동공항에 내려 가까운 호텔에 묵었다.
갈때 환전한 중국돈도 많아 저녁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맛있게 먹었다.
길거리에서 5원이면 국수 한그릇 먹던데,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느라 242원이나 들었다.
우리 돈으로 하면 겨우 삼만원에 호텔식을 먹은 거지만, 그래도 엄청 비싸다.
다음에 상해에 오래 여행할 일이 생기면 5원짜리 국수도 꼭 먹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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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내가 한달 동안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비교 사진이다.
팜플로냐에서 출발한지 이틀째 되는 날과 산티아고에 도착하기 이틀 전 내 사진이다.
우린 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걸을 때 입을 옷 한벌과 잘 때 입을 옷 한벌만 가지고 갔었다.
걸을 때 입은 옷은 숙소에 와서 손빨래하고 손으로 짜서 널어 놓아도 스페인의 태양이 너무 강렬해 한두시간이면 다 마른다. 그래서 처음에 가지고 있던 여분의 옷을 걷기 시작한지 며칠 만에 다 버려버렸다.
그러다 보니 사진이 비교가 아주 잘 된다.
첫 사진은 모자도 예쁜 보라색이었고, 티셔츠도 원색이 살아 있고, 흰티도 새하얀색이었다. 특히 가방이 예쁜 보라색이었다.
그런데 두번째 사진을 보면 모자와 티셔츠도 색이 바래고, 흰티는 색이 칙칙해지고, 특히 가방이 거의 흰색으로 바래있다. 게다가 가방에 뭔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겨우 한달에 뭐가 바뀌었겠냐 생각했는데, 사진으로 보니 많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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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얼굴도 많이 바뀌었다.
팜플로냐에서 시작하는 날과 산티아고에서 끝나는 날의 남편의 얼굴이다.
얼굴색이 완전히 달라지고 표정도 아주 밝아졌다.
살도 많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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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핸드폰 지도에서 우리가 묵은 숙소마다 핀을 꽂아두었다.
저렇게 매일 걸으며 매일 힘든 여정을 풀었던 숙소들이 지도에 하나하나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스페인의 지도에서 북쪽 지방의 동에서 서로 가로 질러 걸어간 것을 알아볼 수 있다.
멋지다, 우리~!

산티아고의 전체지도를 마지막으로 우리의 여행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내일 새벽 비행기라 일찍 잤는데, 이런 밤 12시에 깼다.
산티아고에 있었으면 씨에스터 낮잠을 즐기고 저녁 만찬을 먹으러 나가는 시간이라 낮잠에서 깨듯 잠에서 깬 것이다.
아직 우리 생체 리듬은 산티아고에 있다.
그리고 우린 그곳의 시간을 몸에 기억하며 제주도로 돌아왔다.

산티아고를 걷는데 한달이 걸렸고, 산티아고 여행기를 스팀잇에 쓰는데 일년이 걸렸다.
난 이제 뭐든 장기전을 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생겼다.
스팀 가격이 오르는데 아무리 오래 걸려도 난 즐기며 버틸 수 있다.ㅋ




(산티아고를 그리다, 그후) 기나긴 여행이 끝나고 우린 산티아고를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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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행도 힘 있을때 해야된다 라고 생각하는데요!!
하이트님 글 읽다보면 정말 인생 여행을 제대로 하시며 사시는 분인듯 싶습니당!
자신감도 넘쳐보이구요!!
남편분 인상이 참 좋아보입니다.^^

전후 사진을 보니 많은게 느껴집니다^^

특히 시간의 흐름이 눈으로 확 드러나지 않나요?^^

다시한번 고생하셨고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누구와 만나도 의사소통가능하다라는 말씀에 존경을 표합니다.

꼭 영어를 잘하게 됐다는 건 아니고요, 외국사람과 의사소통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거에요.
저도 처음 외국 여행을 해서는 말문을 떼기가 엄청 두려웠었거든요.ㅋ

한달만에 가방의 색이 바래버리는군요. 땡볓에 계속 노출되어 그런가보네요.
2층 비행기는 사진으로나마 저도 처음 구경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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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랜 가방을 보고 정말 너무 놀랬습니다.
매이매일 볼 때는 몰랐는데, 한달전 사진과 비교하니 확연히 다르더라구요.

2층 비행기는 크기가 커서 더 안정감 있게 날더라구요.^^

부러워요 하이트님 의 솔직하고 꾸밈없는이야기에 정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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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저런 여행 이야기를 풀어볼 기회가 있을 거에요.
그때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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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끝인가요?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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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는 끝이네요.ㅋ
몇가지 기록해두고 싶은 여행이 더 있어서, 다음엔 어떻게 기록할지 구상 중입니다.
여행 스케치처럼 꾸미고 싶은데, 그림 실력이 늘지를 않네요.ㅜㅜ

계속 하시다보면 늘지 않을까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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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마지막글이 팍팍 와닿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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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이요?ㅋㅋ
요즘 스팀잇에서 활동하시는 대부분의 스티미언들은 보통의 인내력 소유자가 아니십니다.
신비주의님도 저랑 계속 가실 거죠?^^

먼 여정에서의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두고두고 마음에 큰 자산으로 남으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여행만큼이나 길었던 여행기였는데, 계속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여행하면서 얼굴 색도 모양도 여러번 바뀌더라고요 ㅎㅎㅎ 하루는 흑인이 되었다가 백인이 되기도 하고요 ㅎㅎ

백인도요???ㅋ
어떻게 하면 백인이 되나요? 전 그저 계속 타더라구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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