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일경 천년간성

i2015park (61)in #tripsteem • 5 years ago (edited)

몇해 전 가을날, 오스트리아의 짤츠캄머굿에 갔던 적이 있다. 비취빛으로 녹아내린 빙하가 호수를 이루고 있었다. 처음 갔던 그곳에 반가운 고니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는 고니가 겨울진객이다. 겨울에 화진포를 가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 고니를 볼 수 있기 때문이지 싶다.

성탄절을 맞아서 아이들을 데리고 새벽의 진부령을 넘었다. 당일치기라 속초나 강릉 방면은 차가 붐빌 수 있지만, 항상 넉넉하고 여유있게 다닐 수 있는 진부령으로 길을 잡았다.

아침식사도 이른 시간이라 바로 화진포로 갔다. 해수욕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눈으로 겨울진객을 만나고 왔다. 우아하게 노니는 고니 무리는 오리떼와 섞여 있어도 바로 구분이 간다. 핸드폰이라 담아오지는 않았다. 해수욕장을 지나서 바다쪽을 향하였다.

花津浦, 예전부터 해수욕장은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먼저 松林,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소나무 숲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鳴沙, 밟으면 자근자근 소리가 나는 모래라야 깨끗하고 물도 맑다. 平底, 바다 밑바닥이 편안해야 물놀이 하기 좋다. 파도가 거센 동해안은 바닥이 평평하지 않은 해안이 많다. 바다로 열걸음만 내딛으면 어른 가슴까지 차는 곳이 대부분이다. 다시 열걸음만 더 나아가면 다시 얕아지는 곳도 있긴 하지만, 파도가 거센 날이면 바다에 들어갔다가 짠물을 뒤집어쓰고 놀라서 해안가에서만 라이방이나 쓰고 얼쩡거리던 영서총각들도 많았다, 예전에는. 淡水, 짠물에서 잘놀고 그냥 집에 가려면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고통이 따른다. 요즘이야 샤워꼭지에서 물이 콸콸나오지만 예전에는 옆의 석호에 민물이 가득 있었으니 따로 말할 필요도 없었다. 海棠花, 송림과 명사 사이에 붉고 향기로운 꽃밭이 있어야 금상첨화이고 .... 최소한 이 다섯가지를 갖춘 곳은 내 기억에는 화진포와 망상 밖에 없었다, 1970년대 이전에는 .... 화진포에서 여름을 보내고 다른 곳을 가면, 格이 맞지 않았다.
또하나 金龜島, 광개토대왕의 전설을 품고 있는 섬이 있다. 사실인지 그냥 소문인지는 모르겠다. 해변에 서서 바라보고 있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광개토대왕릉은 길림성에 있다고 하는 것이 다수의견이나, .... 관구검 같은 중국의 침략으로 선왕들의 무덤이 훼손된 사례가 있으니, 장수왕이 옥저 땅의 거북섬을 택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해안도로를 끼고 다시 간성 쪽으로 가다보면, 加津항이 있다. 수경쓰고 호미들고 아버지를 따라서 자무락질을 하던 추억이 서린 곳이다. 예전에 바다 밑에는 석화며 섭이며 성계가 가득했다. 운좋으면 해삼도 줏었던 ... 겨울 바람이 거세니, 파도가 연신 방파제 위를 넘나든다.

襄杆之風에다 通高地雪이라 했다. 여태도록 그런 세찬 바람과 기가 차도록 쌓이는 눈을 본 적이 없다. 그 중심에 千年杆城의 천년거목이 변함없이 우뚝솟아 있었다. 고성군청은 간성읍내에 있다. 군청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로 옆의 간성시장에 들어가면 식사도 하고 주전부리도 하고 어물 구경도 할 수 있다. 점심을 먹고 장거리도 보고 바로 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