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함께 하는 시간 여행(#168)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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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대부분 공간 이동을 뜻한다. 자신이 살 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간다.

그렇다면 나무들은 어떤가? 다들 알다시피 한 곳에서 평생을 산다. 그럼에도 그들 삶은 내가 보기에 풍요롭다.

우리 식구가 경남 산청에 살다가 전북 무주로 옮겨 올 때, 바로 곁에 살던 이웃집한테 나무 몇 그루를 얻어다가 심은 적이 있다. 자두, 호두, 양애두 나무를. 이 가운데 양앵두를 보면 그 생명력에 허를 내두르게 된다.

이 앵두는 우리 자랄 때 먹어보던 앵두하고는 맛부터 달랐다. 이건 달고 새콤하다. 열매 크기도 조금 더 크다. 나무는 제법 높게 자란다. 얼추 10미터 가량. 그리고는 어마어마하게 열매를 단다.

번식은 또 얼마나 잘 하는 지. 어미 나무가 몇 해에 걸쳐 어느 정도 자라면 그 둘레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맹아지(어미 뿌리로부터 뻗어 나온 새로운 나무)가 태어난다. 이게 어쩌면 앵두나무만의 여행 방식이 아닐지 모르겠다.

이렇게 맹아지가 나와, 점차 그 둘레를 장악해한다. 처음 심었던 밭 일대는 지금 거의 다 양앵두 나무다. 해마다 봄이면 이 맹아지를 여러 사람들에게 분양을 했다. 아마 줄잡아도 수십 명은 더 되는 거 같다. 그럼에도 지금도 해마다 봄이면 또 나누어주고 있다. 좋은 일은 나무가 하고, 인심은 우리가 얻는다. 더없이 고마운 존재다.

길 가에 심은 양앵두는 또 얼마나 많은 열매를 나누어주는지. 요즘 꽃이 피고, 모내기철에 익는다. 우리 동네 아이들치고 이 열매를 먹지 않은 아이들이 없다고 하겠다. 오고가는 사람들도 인연이 닿으면 손길이 저절로 갈 정도로 탐스럽고 맛나다.

오늘 나무를 돌본다고 이 나무 가까이 갔다. 이제 꽃이 거의 다 져간다. 나무 가까이 다가갈수록 세월의 무게가 켜켜이 다가온다.

그렇다. 시간의 무게! 공간을 옮겨다닐 수 없기에 갖는 나무만의 무게, 나무만의 삶!

시간을 온전히 자기 몸속에 녹여, 공간을 장악해간다. 그동안 이 나무가 만들어 낸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면 아마도 책 한 권이 될지도 모르겠다.

살다가 외롭다면 나무를 안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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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함께 하는 시간 여행(#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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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대한 애착심과 열성은 아무도 따라갈수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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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볼수록, 알수록 경이로운 거 같아요

전 오래된 노목(보호수) 탐방을 자주 다니는데요. 그곳에서 겸손을 배우고 평온을 느끼고 옵니다.

혹시 과일나무 가운데서도 보호수가 있나요?
그런 곳이 있으면 저희도 답사 한번 가보게요.

국내에 1만 3000본의 보호수가 있는데요. 과실나무는 보지못했네요. 보면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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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인류의 미래이지요!


인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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