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주인은 누구인가?-순간을 영원으로(#169)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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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전라도 닷컴>이라는 잡지가 있다. 전라도라는 지역을 토대로, ‘눈밝고 맘따순 독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월간지다. 구수한 지역 사투리와 지역민의 삶의 애환을 잘 담아내고 있어, 나는 오래 전부터 이 잡지를 보고 있다.

이번 4월호 기획기사는 ‘빈집’이다. 요즘은 빈집이 흔하다. 특히나 시골은 두어 집 걸러 빈집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그런 빈집을 외면하지 않고 찬찬히 둘러본다. 주인은 없지만 빈집을 지키는 마당에 피는 들꽃이며, 집을 묵묵히 내려다보는 매화나무며, 아직도 주인 온기가 남았을 법한 신발 한 켤레…….

잡지를 보는데 우리가 살았던 빈집이 떠오른다. 오래 전에 처음 이 곳에 자리 잡을 때, 집을 새로 짓기 전까지 머물렀던 곳이다. 낡고, 좁고, 초라한 집이지만 우리 식구들에게는 소중한 보금자리였다. 그 빈집의 방 한 칸에 우리 네 식구는 2년 동안을 먹고 자고 했다.

그 사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집 가까이 갈수록 가슴이 먹먹하다.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건 길에 닿아있는 아래채 외벽. 많이 허물어졌구나. 그 모습을 보니 집을 처음 짓던 과정이 떠오른다. 이 집은 아주 오래 전에 지은 흙집이다. 집 지을 때 사용했던 재료라고는 흙, 나무, 볏짚 그리고 돌이 전부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겠다. 큰 돈 들이지 않고, 그저 둘레에 있는 흔한 재료들로 지었다는 걸 잘 보여준다.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문이 잘 열리지 않는다. 오래도록 아무도 열어보지 않았다는 뜻이리라. 대문 위로 바라본 집은 휑하기 그지없다. 안방 문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마당에는 잡풀만이 무성하다. 그나마 마당 한 켠을 차지하던 감나무가 의젓하게 나를 반긴다.

집 앞에서 서성이며 상념에 젖는 데 바람 한 줄기가 나를 깨운다. 어쩌면 이 집을 마음껏 드나드는 건 바람이겠구나. 집이 허물어져, 구멍이 숭숭 날수록 바람은 더 잘 드나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빈집은 우리가 잠시 머물다 가는 이 지구상의 삶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바람처럼 살라고. 언제 어디서나 주인처럼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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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의 주인은 누구인가?-순간을 영원으로(#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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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질것같아요

그러게요. 그냥 두면 조만간 허물어지겠지요

갑자기 빈집 한 채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투자를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허물어쳐가는 빈집 농촌의 현실에 마음이 스산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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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정비에 대한 법안을 국회에서 논의중인가 봐요.

빈집이 되면.... 문쪽에 잡초가 자랐던것 같아요 ㅎㅎ

시골서 자라셨군요 ㅎㅎ

하나 둘 빈집이 늘고 있는 울 고향동네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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